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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S글 수 9
한동안 시 읽기/ 시낭송/ 시암송을 못했는데 모두들 아쉬웠죠? 그래서 이번 주에는 21일이 '지구의 날'인 고로, 지구를 위한 시를 찾습니다.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시는 금요일까지 댓글로 올려주면 해요. 각자가 이 지구를 mother earth를 생각하며 애벌레로서든 나비로서든 혹은 나무의 잔 가지들이나 가지사이를 지나가는 바람들이나 비나 눈이나 혹은 햇볕으로 어떻게 같이 있습니까 션이 가져왔던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 "꽃그늘 아래에선 생판 남인 사람 아무도 없네"라는 것처럼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꿀을 빨고 화분을 옮기며 그렇게 누구도 적이 될 필요도 없고 누구도 경계심 없이 다가설 수 있는 꼭 친구가 아니어도 신뢰하고 옆에 앉아 멍청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지구의 날이 되는 시를 찾아주세요. 시모임은 지구의 날에 광화문 길 위에서 가집시다. 길위의 시 한 편씩. ---------
Please consider the planet before printing this post hiiocks (hiiock kim) e. hiiocks@gmail.com w. http://productionschool.org, http://filltong.net t. 070-4268-9221
2013.04.19 09:08:03
저는 시 두 개를 골랐어요. 하나는 박노해라고,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을 쓰는 시인인줄로만 알았는데 자연에 대한 시도 많이 썼더라구요. 그 사람의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어쩌면 몸으로 우러나온 시 같아서 되게 좋아요/ 불타버린 산에 그래도 새싹은 나온다는 희망적인 내용이 그래도 위안이 되네요. 지구에게 저도 그렇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 검은 산에 >>
어디로 간걸까- 라는 시는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슬픔같아서.. 공감이 많이 됬어요. 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개발과 발전만큼 무서운 단어는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릴 때 본 풍경들이 자꾸 변해요. 봄과 여름도 점점 사라져가고. 동물들이나 식물들도 사라져가고, 안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 어디로 간 걸까 - 이반 라코비크 크로아터 (유고슬라비아 화가
2013.04.20 09:10:59
나무의 시간 이기철 몸통을 쪼개서 그 안에 꼬깃꼬깃 넣어 둔 분홍 엽서를 놀러온 새들에게 읽어주는 나무의 시간 쫑알대는 아침 햇살이 탬버린 처럼 동글동글 빛나는 나무의 시간 다리운동 좀 해야 하루가 거뜬하다고 통통통 튀는 새들이 가지에다 부리를 비비는 나무의 시간 흔들림만으로도 꽃의 마을을 알게 하는 잎새들이 초록 물결을 해안으로 밀어 보내는 나무의 시간 이제는 앞사귀 식구가 너무 불어 제 식구 헤기도 힘들다고 투덜대는 나무의 시간 몸 성할 때 노래나 실컷 부르자고 종일 가지의 현을 켜대는 나무의 시간 - 한참 제작년에 핵공부 할때, 내가 나무가 되어서 도시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 움직일 수도 없고 한 자리에 있는데 공기도 땅도 버겁고 힘들겠다.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인간인 내가 봤을 때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운도 뿜어주고 많은 생명들을 품어 주기도 하는, 대단하고 닮고싶은 존재라고 떠올렸었기 때문에 골라 보았어요.ㅎㅎ
2013.04.20 09:14:52
딱 떠오른 시는 별들의 침묵이에요. 1학기때 포잇트리 시간에 골랐었는데.. . 근데 좀 길어요 ㅠ.ㅠ 정말 좋은 시에요. 별들의 침묵 데이비드 웨이고너 한 백인 인류학자가 어느날 밤 칼라하리 사막에서 부시맨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은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맨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어 했다.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그으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가 농담을 하고 있거나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여기면서. 농사를 지은 적도 없고 사냥할 도구도 변변치 않으며 평생 거의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살아온 두명의 키 작은 부시맨이 그 인류학자를 모닥불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으로 데려가 밤하늘 아래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런다음 한 사람이 속삭이며 물었다. 이제는 별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느냐고. 그는 의심스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지만 아무리 해도 들리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부시맨들은 그를 마치 아픈 사람처럼 천천히 모닥불가로 데려간 뒤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참으로 안된 일이라고, 참으로 유감이라고. 인류학자는 오히려 자신이 더 유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과 자신의 조상들이 듣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2013.04.20 09:31:50
또 태초의 아침 - 윤동주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계시(啓示)일까.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아 이브가 해산(解産)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無花果)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2013.04.20 09:32:34
눈 감고 간다 - 윤동주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뿌리에 둘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번쩍 떠라.
2013.04.20 12:38:02
이로쿼이족 인디언 기도문 (시라기 보단, 기도문) 밤과 낮을 쉬지 않고 운항하는 어머니 대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쏘는 칼새와 새벽의 말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 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 노래의 호흡이 되어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주는 바람에게.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 자매인 야생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비밀과 자유와 여러 길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젖을 우리에게 나눠줍니다. 그들은 스스로 완전하며 용감하고 늘 깨어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구름과 호수와 강과 얼음산에게도. 그들은 머물렀다가도 또 여행하면서 우리 모두의 몸을 지나 소금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눈부신 빛으로 나무 둥치들과 안개를 통과해 곰과 뱀들이 잠자는 동굴을 덥혀 주고, 우리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억의 별들,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은 별들을 담고 모든 힘과 생각을 초월해 있으면서 우리 안에 있는 위대한 하늘, 할아버지인 우주 공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 기억하라 - 조이 하르요 (머스코기 크리크 족의 시인) 네가 태어난 하늘을 기억하라. 밤하늘의 별들, 그 각각의 이야기를 알라. 달을 기억하라. 그녀가 누구인지 알라. 새벽의 먼동을 기억하라. 그때가 하루 중 가장 신성한 시간임을 알라. 해가 서녘으로 지는 순간을 기억하라. 해가 밤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그 순간을 기억하라. 대지를 기억하라. 그 피부가 바로 너임을 기억하라. 붉은 흙, 검은 흙, 노란 흙, 흰 흙, 갈색의 흙 우리는 대지이며 흙이다. 식물들, 나무들, 그리고 동물들을 기억하라. 그들 또한 그들의 가족과 부족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말을 걸어라. 그들은 살아 있는 시이다. 바람을 기억하라.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그녀는 이 우주의 기원을 알고 있다. 우주의 네 방향과 중심에서 부르는 춤의 노래를 너는 모든 사람들이며 모든 사람들이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너는 이 우주이며 이 우주가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2013.04.21 07:20:07
낮은 곳으로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2013.04.21 07:33:25
자연주의자의 충고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밑에 땅을 느껴라. 농장일이나 산책,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라. 근심 걱정을 떨치고 그날 그날을 살라.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인 경우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우라.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웃음을 찾으라. 모든 것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무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저도 두개입니다. 두번 째에 나무라는 시는 저자가 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 곳에서 다시 나무가 자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그 희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구의 날 때에도 죽어가는 지구에 살며 보며 모두 희망을 가지자는 의미로 이 시를 선택했어요.
2013.04.21 07:44:08
이슬 - 정현종 강물을 보세요 우리들의 피를 바람을 보세요 우리의 숨결을 흙을 보세요 우리들의 살을. 구름을 보세요 우리의 철학을 나무를 보세요 우리들의 시를 새들을 보세요 우리들의 꿈을. 아, 곤충들을 보세요 우리의 외로움을 지평선을 보세요 우리의 그리움을 꽃들의 삼매(三昧)를 우리의 기쁨을. 어디로 가시나요 누구의 몸 속으로 가슴도 두근두근 누구의 숨 속으로 열리네 저 길, 저 길의 무한― 나무는 구름을 낳고 구름은 강물을 낳고 강물은 새들을 낳고 새들은 바람을 낳고 바람은 나무를 낳고…… 열리네 서늘하고 푸른 그 길 취하네 어지럽네 그 길의 휘몰이 그 숨길 그 물길 한 줄기 혈관…… 그 길 크나큰 거미줄 거기 열매 열은 한 방울 이슬― (진공(眞空)이 묘유(妙有)로 가네) [출처] 정현종의 시 <이슬>|작성자 김염 태양을 삼킨 이슬 만유(萬有)의 [출처] 정현종의 시 <이슬>|작성자 김염 바람이 굴려 만든 이슬 만유의 번개를 구워먹은 이슬 만유의 한 방울로 모인 만유의 즙― 천둥과 잠을 자 천둥을 밴 이슬, 해왕성 명왕성의 거울 이슬, 벌레들의 내장을 지나 새들의 목소리에 굴러 마침내 풀잎에 맺힌 이슬…… [출처] 정현종의 시 <이슬>|작성자 김염
2013.04.21 07:59:11
도시의 아이들 아이들의
지구에 관한 시라고 하셨습니다. 이 지구라는게 '행성' 인 지구만은 말하는 건가요, 제가 생각하는 지구가 가지고 있는 뜻 모두 되는 건가요, 라고 물으니 둘 다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환경을 생각하는 지구의 날인데.. 너무 '저만의' 지구를 생각한건 아닌지 염려도 되네요. 저는 '공터 없는 도시' 라는 대목에서 파괴되는 자연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시를 읽으며 요즘 청소년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제가 서울에서 본 사람들의 표정에는 피곤한 일상이 묻어나와 있습니다. 우리 또래의 청소년들은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것 보단 아주 어렸을 때 부터 게임을 통해 친구를 만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 뛰어놀던 놀이터마져 없는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계곡으로 가 수영하는 저의 모습은 너무 대조됩니다. 요즘 친구들은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지쳐있죠. 사람은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소통이 결핍된 것은 아닌지. 지구란 것을 떠올렸을 때, 지구에 살고있는 많은 생명체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지구와 함께 우리 마음도 삭막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2013.04.21 08:29:21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뚜비가 씁니다. 요즘 봄이니 꽃이 산을 푸르게 만드는 시기네요. 그래서 꽃과 산을 주제로 시를 가져왔어요~
2013.04.21 08:39:52
별
2013.04.21 08:51:22
어울려산다 최춘해 소나무, 참나무, 아카시아, 매화나무, 개나리, 생강나무‥‥‥ / 어디로 간 걸까 - 이반 라코비크 크로아터(유고슬라비아) - 어린 시절에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로 간 걸까 새가 가득 내려앉던 숲은 저녁의 고요함은 어디로 간 걸까 우리는 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그리워하는
최후의 낭만주의자들일까 어린 시절 냇가에서 꺾던 꽃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얀 눈은 그것들은 이제 그림에서 밖에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기억해 두자 지구의 얼굴은 우리의 얼굴과 같은 것 우리는 이 소행성의 여행자에 불과하며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음을
2013.04.21 10:00:22
내가 꽃으로 핀다면
오규원 내가 만약 꽃이라면 어디에서 피어야 할까 꽃밭도 없는 우리 집 창문 밑에서 토끼풀과 섞여 있다가 한참 자라서 벽을 타고 올라 창문을 똑 똑 똑 두드리며 피어야 할까
2013.04.21 10:12:17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출처] 261 안도현 - 간격|작성자 벽치
2013.04.21 10:45:46
봄비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겠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겠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겄다.
2013.04.21 11:10:51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겁니다 숲속엔 두가지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2013.04.21 11:12:33
사라진 역 우대식 카스테라 봉지를 뜯던 여자가 있었다 주홍빛 망에 담긴 계란이 빛나던 시절 허기진 시간 속에서 자그마한 사람들이 모두 조금씩 먹고 있었다 역에서 사람들은 나누어 먹는 연습을 했던 것 부자들은 역을 줄였다 더 빨리 가기 위해 역을 폐쇄했다 나누어 먹는 연습을 할 곳이 사라졌다
2013.04.21 11:26:51
활동 나나오 사사키 타오르네 난로 깊어지네 겨울 밤 돌고 있네 지구 소리 없이 형태 없이 그림자 없이 생각 없이 내리네 눈 타오르네 난로 깊어지네 겨울 밤 돌고 있네 지구 봄이 머지않네 이것이 활동 ----- (+) 근사한 하루 나나오 사사키 물을 긷고 장작을 옮기고 곁에서 얘기하고 해가 진다
2013.04.21 11:31:00
봄
성낙희 돌아왔구나 노오란 배냇머리 넘어지며 넘어지며 울며 왔구나. 돌은 가장자리부터 물이 흐르고 하늘은 물오른 가지 끝을 당겨올리고 그래, 잊을 수 없다. 나뉘어 살 수는 더욱 없었다. 황토 벌판 한가운데 우리는 어울려 살자 --------- 상사화 이재석 바람이 내게 전하는 말 있어 하던 일 잠시 멈추고 귀 대어 보니 글쎄 누가 나를 보고 싶대요 누구시길래 한참을 그렇게 되물어 봐도 그 한마디 남겨 놓고 사라져 버리지 않았겠어요 몇 날이 흐르고 하루는 외진 숲속길을 따라 흔들리는 손 둘 데 없어 뒷짐 지고 걷는데 글세 얼마 전 그 바람이 다시 왔네요 어깨를 살짝 스치며 은근히 전해 주는 말 저기 저기 저......
2013.04.21 11:44:13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2013.04.21 13:31:16
천변지이(天變地異) _ 도종환 목련나무 꽃눈을 바람과 햇볕이 오후 내내 흔들고 있다 봄꽃은 꽃 아닌 것들이 저렇게 몰려다니며 꽃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불은 불 아닌 채 허공을 떠돌던 것들이 달려와 한순간에 불로 바꾸어놓듯 존재는 비존재에 의해 불꽃으로 타오르는 것이니까 강물의 살을 파헤치는 자들과 대지를 죽은 짐승의 몸과 피로 가득 채운 자들은 나 아닌 것들을 죽이는 것이 곧 나를 죽인 것임을 알게 되리라 살아 있는 짐승을 겨우내 생매장한 동토 위에 제비꽃 피기를 기다리지 마라 비명소리 흥건히 흘러넘치는 겨울 들판에 우리는 우리 육신을 파묻고 돌아온 것이다 폭발물 덩어리를 바닷가마다 세워놓고 저것을 녹색의 따뜻한 에너지라 믿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이들은 스텔스 전폭기가 영변을 폭격하고 주전자 물이 다 끓기도 전에 대포동 미사일이 고리 원자로에 떨어져 사방 오십리 잿더미가 되고 방사능이 황사처럼 반도를 덮는 절멸의 날이 오면 어디에 잠자리를 정하고 어디서 어린 자식들을 키울 것인가 어느 바다에 고깃배를 띄우고 그물을 던질 것인가 비존재가 죽으면 존재도 죽는 것이다 우리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수액이 저를 토해내고 흙에서 난 것들을 차마 먹을 수 없는 날이 오고 그대 몸을 빠져나간 바람이 그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날이 찾아와도 그대 살아 있다 할 것인가 목련꽃 흔들던 바람이 그대 영혼을 흔들지 못하는 날이 와도 그대 살아 있다 하겠는가
2013.04.21 20:58:58
흙 - 최춘해
2013.04.22 08:04:45
이주의 시 생명은 요시노 히로시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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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요시노 히로시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 지구의 날은 이렇듯 서로 영향을 주며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존재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일 것 같아요.
"나"로서 존재한다는게 굉장히 많은 자연과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 나 또한 하나의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많은 생명들 중 하나 라는 책임감과 일종의 형제애.. 를 생각해보게 되면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구를 위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