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버섯


이문재

 

티벳버섯이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우유를 먹고 사는 작은 생명인데 아주 민감합니다

얼핏 보면 흰 쌀밥을 물에 불려놓은 것 같습니다

흰 우유를 먹고 삽니다

하루 동안 우유를 부어놓으면 요구르트같이 되는데

그걸 걸러 마시는 겁니다

티벳버섯은 면역력을 현저히 높여준다고 합니다

장복하는 이들은 만병통치약이라고 극찬합니다

티벳 승려들이 가지고 나왔대서 티벳버섯이라고 불리는데

얼마 전 제가 분양받은 것은 멀리 캐나다에서 건너온 것입니다

맨 처음 한 줌의 버섯을 안고 나왔을 그 승려는 누구였을까요

그 승려의 손길이 오대양 육대주를 거쳐

마침내 우리집까지 오게 된 그 수많은 인연을 생각합니다

그 손길을 거슬러올라가면 티벳까지 이어지겠지요

여기서 손길을 뻗치면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남겠지요

티벳버섯은 연민과 배려의 네트워크입니다

티벳버섯은 예민합니다

금속이나 화학물질에 닿으면 까맣게 죽어버립니다

문명에 대한 저항력이 거의 없습니다

매일 티벳버섯을 걸러내는 시간은 엄연한 의식입니다

티벳버섯의 네트워크라니 이 얼마나 지극한 것인지요

매일 밤 버섯에게 신선한 우유를 부어주며

내게서 뻗어나갈 새로운 길을 상상합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시 가까운 이웃들에게

티벳버섯을 나누어주는 낯빛이 눈에 선합니다

언젠가 전 인류가 티벳버섯을 마실 수도 있겠지요

티벳버섯은 그물코입니다

모죽(母竹)이고 화엄입니다

티벳버섯을 내리는 매일 밤

우리는 저마다 우주의 중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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