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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페차쿠차 주제는 노먼 포터의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읽고, 디자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사물, 장소, 메시지’ 라는 소제목이 붙는데 디자인의 큰 세 가지 부류인 공업 디자인, 환경 디자인, 의사소통 디자인을 말합니다. 아래에 보시다시피 이 책은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다” 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는 아주 전문적인 책입니다.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이고, 디자인은 예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사회 속의 전문적이고, 때로는 상업적인 디자이너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디자이너들의 상업적 활동 구조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기업이나 의뢰인에게 디자인 의뢰를 받고, 때로는 협업자들과 함께 일합니다.
- 이 사람은 앙드레 김인데요. 디자이너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표상이 된 사람입니다. 문득 이 사람은 평생을 패션 디자인에 종사하면서 무엇을 얻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 디자이너는 타인을 통해, 타인을 위해 일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앙드레김은 부와 명성과 함께 보람과 즐거움을 얻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저는 이제까지 건축을 디자인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먼 포터는 건축을 디자인에서 제외하는 관행은 흔한 만큼 불편한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건물도 아름답게 지을 수 있고, 편의와 목적에 따라 ‘디자인’ 되는 게 맞는데 말이죠. 사진은 인도 델리의 ‘Lotus Temple’ 이라는 사원인데, 좀 화려한 느낌은 있지만 사원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 이건 디자인의 세 부류 중 ‘사물’ 에 포함되는 건데, 잔에 물을 따를 때 일부러 손으로 기울일 필요 없게 만든 컵입니다. 이 책에서도 디자인은 좀 더 쾌적하고 편안해지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계속해서 말하는데, 생활 속에서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이런 물건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항상 주변의 모든 환경에 오감을 열어 놓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또 이 책에서 디자인 장인이라는 게 나오는데, 공예가나 개인 작업실을 가지고 혼자 작업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작가는 이런 작업실에 실존적 이점은 많지만 자본이 부족해 곤궁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이건 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건데, 하하허허 카페에 삶 디자인이라고 적힌 팻말을 한 번쯤 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에 다양한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찾아봤는데 그 중에 삶 디자인도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 디자인의 세계는 정말 깊고 넓구나 했습니다.
-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삶 디자인과 자급자족에 대한 핸드메이드 라이프라는 책인데, 책의 첫 장이 ‘삶을 디자인하다’ 로, 삶과 사회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디자인은 사회 전체가 참여해야 하는 활동이고, 전문가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가 자기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창조해 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디자이너란 무엇인가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 책에서 드로잉은 디자인의 목표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드로잉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었고요. 또 저는 드로잉을 더 좋아하고 잘하는데 그렇다면 디자인에서 멀어지는 건가? 하고 의아해졌습니다.
- 이건 여수 황소식당 식탁에 깔려 있던 비닐을 붙여서 만든 건데, 처음에는 그냥 비닐을 손톱으로 긁었을 때 나오는 무늬가 예뻐서 집에 가져왔다가 무언가를 만들면서 함께 사는 우리 마을을 표현해보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디자인인가? 싶어서 넣어 봤습니다.
- 공정무역 초콜릿 먹다가 생각나서 그려본 그림인데, 우리가 먹는 초콜릿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어린이가 노예처럼 일해서 딴 카카오로 만든 것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그렸는데 노먼 포터에 따르면 이것도 그냥 드로잉일 뿐이거든요. 어떻게 디자인으로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읽은 책의 주제에서 좀 벗어나 여기저기서 고민을 하다 보니 갑자기 디자인이라는 말의 의미가 뭔가 흐릿해졌습니다. 그래서 막 찾아봤습니다. 우리 엄마는 삶의 양식이라고 했고, 네이버 사전에서는 물건의 설계나 도안이라고 하고 핸드메이드 라이프에서는 쓰기 좋은 물건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목표를 위해 인간이 무언가를 활발하게 만들어간다는 뜻도 된다고 합니다. 또 달갱은 항상 디자인은 ‘보다 더’ 라고 합니다. 그리고 의상 디자이너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같은 진짜 프로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이고, 뭘 디자인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건 90% 를 위한 디자인인데, 빅터 파파넥이라는 사람의 9센트짜리 라디오입니다. 발리 원주민들을 위해 연소할 수 있는 모든 재료로 만든 라디오인데 파파넥이 이 라디오를 선보이면서 헝겊이나 조개껍데기로 마음대로 디자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이 의미심장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Lifestraw 라는 건데 오염된 물을 마시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작은 빨대에 정수 필터를 달아서 바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걸 보면서 또 ‘디자인은 타인을 위한 것’ 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았는데, 삶 디자인 같은 건 아니더라도 이런 물건 디자인만큼은 살면서 문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지구상의 90%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많이 사용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건 저번에 윤호섭 선생님이 디자인으로 지구 살리기 이야기 했을 때 생각나서 그린 건데, 역시 이것도 그냥 드로잉입니다. 그리고 아래 그림은 윤호섭 선생님 그림인데 마음에 들고 좋은 디자인인 것 같아서 데이북에 붙였습니다.
- 저 사람은 달갱인데, 달갱이 디자인은 ‘보다 더’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사물도 좀 더 편하고, 실용적이고, 아름답게 해야 되고 사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게 그런 것 같아요.
- 그리고 나서 든 생각이 그렇다면 사람들의 생각도 디자인할 수 있지 않을까? 였는데요. 예를 들어 환경하고 현지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공정여행을 하고, 모든 사람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정무역을 하기. 이게 더 좋은 생각이잖아요. 그러니까 시각적인 디자인 등 간접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생각도 디자인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솔직히 이 책의 특성상도 그렇고 어렵기도 해서 좀 어렵게 읽었는데, 진짜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에 대해서 많이 배운 것 같고요. 또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생각만 있으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 오글거리는데 누가 ‘넌 무슨 디자인 하고 싶니’ 라고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울지 않는 세상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할 겁니다.
- 조금 더 좋게, 조금 더 새롭게 라는 생각만 있으면 디자인은 시작된 겁니다.
- 이건 책에서 나오는 톨텍 족의 예술가 라는 시인데, 진짜 예술가는 어떻고 썩은 예술가는 어떻고 하는 내용인데요.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도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건 시간 남아서 그린 건데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생각만 있으면 모두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 책에서 말하는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는 될 수 없으니, 자신의 삶을, 생활을, 사회를 디자인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건 부연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추가로 적을게요. 아까 질문 받은 것처럼 좀 모순된 게 있었는데, 저는 두 부류의 디자이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앙드레 김처럼 진짜 프로 디자이너들이 있고요. 근데 모든 사람들이 앙드레 김 같은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잖아요. 그냥 살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디자인하고, 또 삶이나 사회 같은 추상적인 것들도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사람들을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디자이너라는 말이 꼭 앙드레 김 같은 사람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라는 거죠. 핸드메이드 라이프의 저자는 작가이면서 디자이너고, 농부면서 교사고 뭐 이런 식인데 그런 것처럼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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