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청소년’, ‘전문계고’ - 
여수국제청소년축제를 만들어가는 청소년기획팀을 대신하여

 

히옥스


7월의 마지막 주말, 30일과 31일 이틀간 여수 오동도에서 펼쳐질 <여수국제청소년축제> 때문에 우리학교의 학생들 22명과 오늘 여수로 내려왔다. 지난 5월부터 우리는 여수지역의 청소년 25명과 더불어 여수축제의 청소년기획팀으로 활동해왔고, 드디어 축제를 코앞에 두고 있다. 청소년기획팀이 30일과 31일의 본 축제에서 맡아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순서들도 있지만, 실은 26일부터 29일까지 국내외의 청소년 300명을 위해서 청소년 스스로 만드는 작은 워크숍축제가 여수-서울을 오가며 이 청소년기획팀이 공들여 준비한 4일간의 축제이다.


하자작업장학교는 하자센터(공식명칭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가 2001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도시형대안학교로, 시민사회의 책무와 소명 속에서 창의작업자로 살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학교이다. 여수는 국가산단이 위치한 지역이어서인지 고등학교 청소년들의 7-80퍼센트가 전문계고에 속한다. 두 청소년그룹의 공통점은 입시중심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현재의 학업 목표가 상급학교로의 진학에 있지 않아 이 교육의 성과를 이 과정 안에서 충족시켜야 하는, 소위 ‘완성형’ 학습과정 안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계고의 학생들은 입시공부 대신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에게 입시의 중압감을 능가하는 압박은 없는 것 같다. 입시를 통한 경쟁서열에서 대안학교도. 전문계고도 좀 멀리 있는 느낌이면서도, 어쩐지 주류에서 밀려난 듯한 소외감을 피력하는 이유도 그런 것이다. 그러나 멀리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도 하고 실천도 해볼 수 있다. 청소년기획팀의 많은 십대들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래서 여수-서울 청소년의 공동작업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지역의 어른들 중에는 여수 아이들이 서울 아이들에게서 느낄 위화감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방의 청소년들이 갖는 상대적인 박탈감, 위축감, 그리고 사실은 학력에 대한 부담감이, 졸업을 하면 곧 취업을 해야 한다는 무게와 더불어 있다고, 이미 어른들은 그렇게 십대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전에 다른 산단지역의 대표들과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 지역은 전문계고뿐 아니라 사립인문계 고등학교들도 좋은 학교가 많았다. 그런데 그런 학교들을 만들어놓으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서울로, 혹은 외국으로 유학을 가버리고 돌아오지 않더라고, 당신의 자식들이 평생 산단 안에서 열심히 일을 해온 부모들의 직업과 일에 대해서는 이해도 못하더라면서 점점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지역의 현황에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았다. 좋은 공부를 하고 돌아와, 지역에서 혹은 지역을 위해 일하는 청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주 자연스러운 바람도.


여수청소년들이 여수의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수를 다시 이해하고, 또 타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자기 지역을 소개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몇 년 안에 곧 이 청소년축제가 글로벌/로컬의 감각을 갖춘 청소년들이 서로의 꿈과 삶을 나누는 시간으로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한다. 사전축제의 제목이 “나비효과프로젝트”라고 한다. 여수지도를 펴고 여수의 지형을 살펴보면 놀라울만큼 여수는 나비모양을 하고 있다. 이 청소년들은 유충이 아니라, 나비로 진화하여 유충 수준에서 이파리를 갉아먹으며 사는 게 아니라, 꿀을 따고 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되겠다는 아름다운 꿈을 피력한다.


<여수국제청소년축제>는 올해로 십일 년째, 서울도 부산도 아닌 여수에서 국제축제가 그것도 청소년들을 위한 축제로 십 년이나 진행해왔다니 내심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감동을 느낀다. 아마도 진학이나 취업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시간 안에서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삶을 겪고 기획하게 하는 일이야말로, 근미래 서울밖 지역의 시민들을 위축시키지 않고 로컬의 삶을 돌려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을 여수에서는 십일 년째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청소년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청소년육성기금을 축소할 것 같다는 얘기가 들려 안타깝다. 기금을 운영하는 당국이나 전문가들께서는 우리의 청소년들이란, 지금처럼 극심한 고실업저성장 사회를 살면서, 동시에 후쿠시마원전사고나 무차별 테러가 불쑥 그것도 자주 삶에 끼어드는 시대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청소년들에게서 종종 진단되는 무력감, 위축감 같은 것들은 청소년들 자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어른들이 떠안긴 부채에 불과하다. 이 청소년들이 그들의 바람대로 나비가 되느냐 하는 것도 우리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나비모양의여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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