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백화점’ 100만 인파의 100만 가지 명동
[하니Only] 박종찬 기자 기자블로그 기자메일 신기섭 기자 기자블로그 기자메일
등록 : 20111006 20:37 | 수정 : 201110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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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간과 사람, 명동 이야기’ 실험 프로젝트
<1회> 소비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보조1: 명동을 찾는 사람들, 그들은 누구인가?

» 저 안에 한국인은 누구일까? 한국인 뿐 아니라 세계인이 명동 거리를 활보하며 먹고, 꾸미고, 마시고, 놀고, 즐기고 있다.
토요일 저녁, 명동거리를 걸어 보았는가? 지하철 4호선에서 내려 밀리오레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천천히 걸어 보자. 걷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파에 떠밀려 가는 것 같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입은 옷도, 신은 신발도 모두 제각각이다. 최근엔 일본 사람, 중국 사람, 동남아시아 사람들까지 국적도 인종도 다양해졌다. 당연히 일어, 중국어, 영어 등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명동거리를 ‘글로벌 백화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이 그 거리를 활보하며 먹고, 꾸미고, 마시고, 놀고, 즐기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이유= 명동을 찾는 이유?

외국인들은 왜 명동에 올까?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 방문객은 모두 880만명, 이 중 관광객이 640여만명(한국관광공사, 2010 외래 관광객 입국 통계)이다. 그렇다면 명동을 찾는 외국인은 얼마나 될까? 역시 한국관광공사가 외래 방문객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2010년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외국 관광객이 지난해 가장 많이 찾은 곳 1위가 명동이다. 무려 53.5%가 명동을 찾았다. 이를 근거로 추정하면 지난해 명동을 다녀간 외국인은 연간 340여만명,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9332명쯤 된다. 국적별로는 일본인이 184만여명(54.1%), 중국인이 122만여명(35.9%)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명동일까? 외국인들은 아마도 명동이 한국을 대표하는 거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 베이징에 가면 왕푸징 거리를 보고, 일본 도쿄에 가면 긴자 거리를 찾는 것과 같은 심리다.

구체적인 이유는 뭘까? 앞의 조사를 보면 외국 관광객들이 여행지로 한국을 선택할 때 주요하게 고려한 점 가운데 1위가 ‘쇼핑’(59.8%•중복 응답)이고, 2위가 ‘음식/미식탐방’(40.2%)이다. 이밖에도 ‘가까운 거리’(42.2%), ‘패션 유행 등 세련된 문화’(15.0%), ‘촬영지 방문, 한류 스타 및 팬 미팅’(10.1%) 등이다. 모두 명동의 공간적 특성과 많이 겹친다.

캐주얼 차림 20~30대 여성들이 활보하는 곳

» 명동거리는 ‘20~30대 여성들이 캐주얼 차림으로 활보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은? 명동을 찾는 한국 사람 수를 정확하게 헤아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외국 관광객처럼 공항이나 항구에서 출입국을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상권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대략적으로 추정하는 수치는 평일 100만~150만, 주말 200만~250만 정도로 알려졌다.

대신, 명동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서울시의 ‘2010 유동인구 조사보고서’가 그것이다. 2009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내 주요가로와 교차로, 다중이용시설 등 1만개 지점의 유동인구를 분석한 이 조사에서 명동은 ‘1일 평균 보행량 톱 10’ 지점 가운데 무려 6곳을 차지했다. 비록 1위는 ‘강남역 지오다노 주변’(서초4동 1306-3, 14시간당 11만3606명)에 내줬지만, 명동 ‘씨지브이(CGV) 주변’(명동2가 83-5, 6만6633명)이 2위, ‘티니위니 주변’(명동2가 50-5, 5만8273명)이 3위, ‘엠플라자 주변’(명동2가 31-1, 4만7929명)과 ‘유네스코 회관 주변’(명동2가 50-14, 4만1529명)이 각각 5, 6위다.

어떤 사람들이 명동을 찾을까? 위의 서울시 유동인구 보고서에는 ‘유동인구 속성 조사’라는 부분이 나온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별 대표지점을 선정해 성별, 연령별 등 인구사회학적 속성을 파악한 뒤 통행목적, 활동 스타일 등으로 더 나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명동은 여성 비중(55.7%)이 높고, 연령별로는 20~30대 비중(40.0%)이 가장 높다. 옷 입는 스타일에서도 ‘캐주얼/평상복/기타’가 87.3%로 ‘정장/양복/유니폼/교복’(12.7%)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부분에선 서울 시내 주요 거리 가운데 단연 손꼽혔다. 통계를 압축하면 명동거리는 ‘20~30대 여성들이 캐주얼 차림으로 활보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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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포용력, 사람들이 어울려 만드는 ‘활기’

» 명동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항상 축제가 열리는 것처럼 사람들은 들떠 있다. 지난 8월 명동예술극장 앞 무대에서 열린 한 자동차 회사의 명동 홍보 행사 장면.
한국 사람들은 왜 명동을 찾을까? 외국 관광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길거리 백화점에서 ‘먹고, 입고, 꾸미고, 즐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서울에는 명동 말고도 쇼핑하고 놀 곳은 널렸다. 명동이 진짜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 명동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사람들이 다 다른 옷을 입은 것 같지만, 또 같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그게 유행이 아닐까요? 그런 것을 느끼려고 명동에 오는 거겠죠.”(‘움직이는 관광안내소’ 박선정 안내원)

“명동에 그냥 놀러 오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니까요. 인간이 외로운 존재잖아요. 사람들 많은 데 오면 조금이라도 외로움이 잊혀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50대 노점상 박아무개씨)

“새로 옷을 사면 사람 많은 곳에서 뽐내고 싶은 마음 있잖아요. 사람들이 뭘 입고 다니는지도 관심이지만, 내가 잘 입고 다니는지도 확인하고 싶거든요.”(20대 화장품 가게 여직원)

“명동은 뭘 해도 아무렇지 않은 곳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 거리에서는 여자들이 아주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도 별 대수롭지 않잖아요. 그런데 당장 지하철 타고 한 정거장만 가 봐요. 아주 이상한 패션이 돼 버리잖아요. 압구정이라면 ‘촌스럽다’ 눈총 받을 옷차림도 명동에선 개성으로 받아들여지죠.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그것을 다 문화적으로 포용하는 곳이 명동이라고 생각해요.”(‘움직이는 관광안내소’ 김현숙 팀장)

명동을 찾는 이유가 유행을 찾아서건, 외로움 때문이건, 아니면 자유로운 거리의 분위기 때문이건, 명동에 사람을 끄는 뭔가가 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이는 상업적 기능만으로 다 설명이 안 되는 명동의 특성이다.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항상 축제가 열리는 것처럼 사람들은 들떠 있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은 다른 나라 거리를 거닐면서 맛보는 묘한 흥분 같은 것을 느낀다. 그런 감정이 뒤섞여 있는 곳이 명동이다. 그래서 명동거리에는 늘 활기가 넘친다. 외국 관광객 가운데 명동을 가장 많이 찾는 일본인들이 ‘한국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을 ‘음식이 맛있다’와 ‘활기에 차 있다’로 꼽은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