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방법의 문제

 

당신은 의자를 디자인해야 한다. 당신이 느낄 어려움은 이미 확정된 요건들을 만족시키는 데, 그리고 그 조건들에 기초해 당신 자신이 보기에 좋은 의자를 디자인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 “좋은” 디자인이란, 1. 교육 받은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모든 제약을 만족시키며 훌륭히 실현된 의자를 만드는 것이고, 2. 교육 받지 않은 일반인도 당신의 의자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모든 디자인 과제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디자이너의 책임 있는 결정을 요구한다. 때문에 때론 의자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이 도출될 수도 있고, 그와 전혀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다. 새로운 관계가 드러나 쟁점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작가의 경험, 대학 휴게실의 가구 디자인을 담당하게 됐다가, 학생과 교직원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학의 전체적인 시설을 손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가 된 일.)

 

디자인 결정이 개방적이고 제약 없이 이루어지는 상황일수록, 디자이너와 전문가들은 맥락에 대한 일정한 감을 공유해야 한다. 작업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만 보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일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은 ‘적당한 무게’를 잃게 되고, 자기 충족적 성향을 띄게 될 것이다. 디자이너는 모든 문화적 노력에 내포되기 마련인 역사나 혈통 등을 상기해 봐야 한다. 기존의 전형 안에서도 아주 미묘한 변형은 가능하고, 그 범위 역시 상당히 넓다. 오랜 시간동안 다듬어진 자전거의 디자인을 구지 없던 것으로 하고 다시 디자인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같은 말로, 포크를 디자인 할 때에도 깊은 교육적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질감, 크기, 색채, 색조, 모서리의 굴곡, 장인들이 뼈저리게 이해하는 곡선의 질 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디자이너는 논리와 이성적 연구가 아닌, 전혀 다른 집중력과 예술적 수완을 동원해야 한다. 그것은 조용히 말하고, 사람과 사물의 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평범한 역량의 일부로서 쓸모 있는 연장들을 갖춰야 한다. 유능한 목수의 도구함에는 좀처럼 쓰이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대체가 불가능한 연장 몇 개가 늘 있다. 디자이너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자질은, 열린 감수성, 다양한 수준의 생각들을 결합하는 능력, 생산적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그는 그런 자질을 갖추고 작업하는 데 유리한 개인적 조건들과, 그런 작업을 허용하는 사회적 조건들을 탐색해야 한다. 그런 탐색을 한다고 해서, 가능성의 한계 위에서 작업에 착수하는 일에, 또는 자신이 유용하게 쓰일 다음 기회를 위해 연장을 연마하는 일에 지장을 받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