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리뷰
기후변화시대의 living literacy 시간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영화를 보기 전서부터 온갖 의문이 밀려들었다. 그 의문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프로젝트에 관련된 키워드를 하나라도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장면 하나하나씩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일단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영화를 보기 전 스스로 추측해 본 줄거리로는, 주인공이 어렵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퀴즈쇼에서 우승하는 것일 줄 알았다. 물론 영화에 담긴 실제 내용도 내가 추측한 줄거리와 다를 부분이 별로 없지만, 영화의 첫 장면이 어려운 문제들이 난무하는 퀴즈쇼에서 우승했다는 이유 하나로 잔인하게 심문받는 주인공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내가 영화 속 인물이 되어 잠시 억울한 감정이 북받치기도 했다.

영화는 결국 퀴즈쇼에서 우승해 첫사랑과 재회하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머리가 깨질 지경에 다다를 정도로 고단하고, 힘든 삶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이었다.
지금의 명성으로는 부족한, 훨씬 더럽고 참혹한 모습의 빈민촌은 나를 영화에서 한 발짝 물러나게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너무나도 자주 마주하는 제 3세계는, 상당히 익숙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쉽사리 공감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예전에 하도 공감하려고 애쓰는 바람에 지치기도 했다.
그리고 영상을 보며, '왜 시간이 흐를수록 빈민촌의 환경은 더욱 악화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엉망이 되어버린 빈민촌을 계속 헤집어 놓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물론 돈, 종교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이 부분은 꾸준히 고민해 보아야겠다.

영화를 보며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자신의 일생을 망쳐놓은 고된 경험들이 퀴즈쇼라는 기회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주인공 자말이 퀴즈쇼에서 우승한 후 6억 원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차지하고, 첫사랑 라티카와 다시금 재회했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순탄하게 흘러갈 것 같지만은 않다. 돈을 갈취하기 위한 다른 세력들과의 전쟁, 자말의 우승을 모순으로 여긴 사람들의 집단 항의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출연한 실제 뭄바이 슬럼가 출신의 아역 배우들이, 주변 환경이나 처지 등 아무런 호전 없이 오히려 더욱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유리에게 듣고 나서 또 다른 의문점이 생겨났다. 물론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평생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제 3세계에서 맴돌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큰 동정 혹은 연민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아주 약간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신세 한탄만 무지막지하게 하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다.

아무튼, 앞서 말한 것처럼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전체적으로 스릴 있거나 즐거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내 머릿속 깊은 곳에 쌓아 두었던 의문들을 다시금 풀어놓을 수 있게 해 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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