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디자인 장인


많은 디자이너가 저만의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거기서 모형을 만들고, 실물 크기의 디테일 작업을 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또 때로는 그냥 놀기도 한다(때로 놀이는 과제와 관련해 도움을 주기도 한다.).

디자인 장인은 작업복을 입고, 머리카락에 먼지를 묻히고 다니고, 손이 더러운 사람이다. 그는 고위 경영자와 구별되는 노동자의 행동 양식을 공유하지만, 수입은 적고, 작업 시간은 길고, 작업에 임할 때는 업계 사람이라면 제대로 밝히지 못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목표와 기준을 내걸곤 한다. 그래서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장인은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지만, 어쨌든 그는 일정 수준에서 노동자 문화의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 그들은 실기 능력 부족과 경제적 특권이 뒤섞인 거슬리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공감하지 못하고 선반 경력이 없거나 기계에 무관심하면서 유세를 떠는 사람을 자격미달로 치부한다.


장인의 삶이 불확실하고, 고단하고, 곤궁함에도, 몇몇 디자이너들이 그런 삶을 선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제일 이해하기 쉬운 이유로 단순한 호감이 있다. 연장과 재료를 좋아하고, 그런 작업 방식의 진실성을 좋아하는 마음이다. 뒤집어 말하면, 최종 산물에서 떨어져 일하기를 꺼려하는 마음, 문서 업무를 싫어하는 마음, 사무실이나 그 밖에 회사 생활을 연상시키는 것들을 불신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규모상의 심한 제약과 긴 작업 시간, 그리고 비교적 수입이 적은 자영업에 따르는 온갖 걱정과 궁핍은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그런 제약은 자극이 되는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좌절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머뭇거림 없이 지적해야 할 점은, 장인이라고 해서 사회에서 탈퇴할 길은 없다는 사실인데, 왜냐하면 좁고 드문 사회적 실험의 영역을 제외하면 대안적 유통망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작업실 역시 자유 시장 경제에 의존한다.


하지만 작업실에는 실존적 이점 또한 있다. 첫째, 용역 작업실은 지역 공동체에 매우 직접적으로 통합될 수 있다. 실험적 디자인 작업의 가능성은 줄어들지도 모르지만 지역 사회에서 작업실의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실험적 작업에 대한 양해도 커지면서 그 맥락도 유기적으로 자라날 것이다. 둘째, 작업실에서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제어 기제로 작용하면서 활동에 직접성과 균형 감각을 더해준다. 그리고 작업 과정과 시장 거래에서도 지속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새로운 토속성이라는 거름을 애타게 기다리는 황무지 같은 문화 속에서, 물건에 대해 말만 하거나 지시만 전달하기 보다는 차라리 물건을 직접 만드는 편이(그리고 잘 만드는 편이)더 만족스럽다는 이유도 있다.


장인의 활동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용역 작업실과 제조 작업실이 있다. 용역 작업실은 지역의 필요에 의해 봉사하고, 들어오는 일은 뭐든지 맡아 한다. 단품에 특화하기도 하고, 용역 자체를 제공하기도 한다. 제조 작업실은 더 흔한 형태로서, 도자기 공예가들이 운영하는 작업실이 알기 쉬운 예다. 제조 작업실은 독자적인 매장과 함께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송비도 절약하고, 중간 상인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도 없애고, 포장이나 보관 문제도 최소화 하고, 다른 사람이 만든 제품도 팔 수 있고, “단골”이라는 존재도 길러낼 수 있다.


장인에게 있어 심각한 문제는 첫째, 넉넉한 가용 자본을 확보하는 일이다. 몇 년간의 실무 경험이 없으면 재정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를 갖기 쉽다. 초보자들은 대금 결제의 지연, 고약한 빚돈, 임대료, 난방비, 전기료, 홍보, 운송 외에도 여유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모른다. 둘째는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작업실은 고객이 많고 시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하지만, 자금의 문제로 임대료가 싼 지방에 공간을 마련하면, 우선 운송비가 많이 들고, 어쩔 수 없이 한정된 지역의 수요만을 대해야 할 수도 있다. 공간을 마련할 때에는 다양한 활동과 보관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 작업실과 생산물의 속성을 잘 고려하여, 넉넉한 공간 혹은 확장이 가능한 공간을 찾는 편이 현명하다. 셋째는 좋지 않은 시기에 일감이 들어오는 경우이다. 일을 거절하는 것은 인간관계상 좋지 않고, 납기일을 많이 미루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나쁘고, 품질을 희생하면서까지 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설비를 갖춘 작업실을 경제적으로 유지하는 일과, 그 작업실을 경제적, 사적 부담이 큰 소규모 기업으로 확장시킬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장인은 어떤 시점에서 자신이 원칙적으로 얼마만큼의 사업 확장을 원하는지를 결정하고, 또 그런 확장이 스스로 정한 개인적 목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장인의 삶은 고되고, 한없이 교육적이고, 때로는 즐겁고, 대개는 곤궁하다. 다른 삶의 방식에 비해 독립성도 강하다. 좋은 작업실은(드물지만)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고, 때로는 그런 작업실에서 유익한 디자인 도제 수련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다음은 레더비의 “인생에 대해 발견한 것들”이다.


1. 인생은 봉사로 보는 것이 제일 좋다.

2. 봉사는 별것이 아니라 보통의 생산 노동이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3. 노동을 이해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노동을 예술로 보는 것이다. 노동을 환영함으로써, 또 예술로 봄으로써, 노동의 노예적 성질은 기쁨으로 바뀐다.

4. 예술은 바르고 성실한 보통의 노동으로 보는 것이 제일 좋다. 그렇게 보면, 예술은 가장 폭넓고, 좋고, 필요한 문화 형식이 된다.

5. 문화는 비단 독서로 쌓은 교양만이 아니라, 조절된 인간 정신이라고 보아야 한다. 양치기, 선장, 또는 목수는 학자와 다른 문화를 향유하지만, 그들의 문화 역시 참된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