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구원을 지향하는 문학장르인 시는 정치에 대해 늘 민감했다. 이 때문에 정치와 시는 때로는 협력자로, 때로는 저항의 목소리로 역사적 함수관계를 유지해왔다.
2009년 1월 20일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인 엘리자베스 알렉산더(46)가 시낭송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마이너리티 출신 대통령의 취임식을 빛낼 적임자로 선정된 알렉산더는 예일대에서 흑인문학을 강의하는 교수이자 오바마의 친구다. 그녀는 흑인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마이너리티를 상징하는 대변자로 미국의 새 시대를 공표하게 된다.
역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송한 시인은 모두 3명이다. `가지 않은 길`로 유명한 로버트 프로스트가 케네디를 위해 시를 읊어 `대통령의 시인 1호`가 됐고 클린턴 대통령의 두 차례 취임식에서 흑인 여성시인 마야 안젤루와 아칸소 출신의 밀러 윌리엄스가 시를 낭송했다.
시는 정치와 가장 먼 듯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분야다. 시인들이 정치와 무슨 관련이 있겠냐고 언뜻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회의 작은 단면에서도 아름다움과 추함을 발견하는 시인들은 사회의 바로미터 구실을 해왔다.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인 `언어`를 가진 시인들은 정치가들에게도 분명 필요한 존재였다. 이 때문에 정치와 시는 때로는 가까운 위치에서, 때로는 가장 먼 관계를 형성하면서 묘한 긴장 상태를 유지해 왔다.
시인들과 정치 권력이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사례로는 월트 휘트먼(1819~1892)과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링컨을 들 수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시 구절인 `오 캡틴 마이 캡틴`은 휘트먼이 링컨에게 바친 시의 한 부분이다.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하나인 휘트먼은 평생 링컨을 미국식 영웅에 전형으로 인정했다. 모든 사람을 하나의 동등한 우주라고 생각한 휘트먼에게 노예를 해방시키고, 미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링컨은 말 그대로 `선장`이었던 것이다.
"문학과 정치는 서로 통한다"고 했던 미국의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역시 정치권과 긍정적인 관계를 가졌다. 우리의 슬픔을 위로하는 것이 문학이라면, 국민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정치라고 봤기 때문에 그의 문학은 정치적 발언을 많이 담았다.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던 그가 89세로 세상을 떠났던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그를 추모하는 특별 연설을 했을 정도다. 또 군사정부와 늘 대립각을 세웠던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시를 짓는 등 김 전 대통령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정치권력과 불화했던 시인들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정치싸움에 휘말려 `좋지 않은` 마지막을 맞은 시인도 있다.
로마의 대표적 시인인 오비디우스(기원전 43~17)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추방당한 뒤 다시는 로마로 돌아오지 못했고, 문인이면서 정치에도 깊게 관여했던 키케로(기원전 106~43)와 세네카(기원전 4~65) 역시 최후는 비참했다.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 역시 교황파와 황제파의 정쟁 때문에 평생을 귀양과 추방을 반복하며 살아야 했다.
노벨상 수상 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는 정치에 가장 깊숙하게 개입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공산당 활동을 했던 그는 조국 칠레에서 추방돼 이탈리아로 망명해야 했다.
그의 망명 당시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유명한 `일 포스티노`다. 그는 또 공산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가 살바도르 아옌데와 후보 단일화를 해 칠레에 사회주의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했다.
스페인의 대표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는 정치에 희생된 대표적인 시인이었다. 독재에 반대했던 로르카는 그가 가진 언어의 힘과 대중적 인기를 두려워한 프랑코에 의해 살해된다. 로르카의 삶은 1997년 `데스 인 그라나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 속에 개입하는 일체의 갈등과 모순을 해소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서 "갈등과 모순의 사회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게 정치행위라면, 시는 미학적인 해결책을 찾는 행위이기 때문에 둘 사에에는 끊임없는 긴장관계가 조성되어 왔다"고 말한다.
[허연 기자 / 손
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