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슐르흐터 교수 ⓒ 맹주형 | 독일의 핵폐기물 전문가이자 대표적 '탈핵 지식인' 볼프 슐르흐터 교수(Prof. Wolf Schluchter)가 5월 16일 오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원자력발전 문제에 대해 강의했다.독일에서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3일 후, 탈핵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서명운동은 인터넷을 통해서 탈핵정책을 촉구하고 서명하는 방식이었다. 이때 1천4백 명의 독일 교수들이 익명이 아니라 이름 · 주소 · 소속 대학을 명시해 핵발전소 건설 반대와 탈핵정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이 서명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직접 전달해 많은 독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탈핵 지식인들의 활동은 독일 정부를 압박해 핵발전소 폐쇄 정책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주었고, 슐르흐터 교수는 그 중심에서 활동했다.
오늘날까지도 영향 끼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번 강연에서 슐르흐터 교수는 우리가 방사능과 피폭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능이 피폭되면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머리카락이 빠진다. 고방사성물질 피폭자 가운데 10%는 30일 이내에 사망한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도 고준위 피폭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당시 20만 명이 고준위 피폭으로 사망하였다. 그리고 이 피폭 문제는 유럽과 남부 독일 지역까지 분진을 통해 사람은 물론 물과 땅에 영향을 끼쳤다. 독일 남부 지역의 버섯과 들풀에서 세슘이 검출됐고 이 풀을 동물이 먹고, 다시 그 고기를 사람이 먹어 생태계 먹이사슬이 오염되었다. 당시 오염된 독일 남부 지역의 농산물은 지금까지도 먹지 못한다고 슐르흐터 교수는 말한다.
체르노빌 사고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슐르흐터 교수는 핵사고에 대해 당시 독일 정부는 통제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방사능 기준치는 정부의 ‘정치적인 결정’… 실제로 의미 없어
슐르흐터 교수는 이웃 나라인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한국인들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우려한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탓에 독일 남부지역이 지금까지도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에 대해 한국인은 사실을 잘 모르고 별 영향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방사능이 생태계 먹이사슬로 흘러들어 물과 그 속에 사는 어류가 오염되고 결국 사람들이 이 생선을 먹게 되는데, 사람들은 정부의 통제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슐르흐터 교수는 “통제가 가능한 핵 사고와 방사능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해초류, 물고기가 방사능에 오염됐고 농작물도 오염됐는데도, 일본이나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기준치’라는 것을 정해놓고, 이 수치보다 낮은 수준이면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결국, 정부가 방사능 피해에 대처할 수 없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기준치'를 말하는 거라고 슐르흐터 교수는 지적한다. 한국 정부는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을 당장 멈추고 통제해야 하는데, 그럴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기준치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슐르흐터 교수는 기준치는 객관적인 근거가 아니라 ‘정치적인 결정’이기에,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치는 실제로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가장 오염도가 낮은 것이 덜 위험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방사능 수치라도 세월이 지날수록 축적되고 위험해진다. 따라서 정부의 기준치를 믿을 수 없다. 자연 상태의 방사능 물질은 인간이 적응하지만,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인공 방사능 물질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객관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슐르흐터 교수는 말한다. “생각해보라. 만약 1천 명 가운데 10명이 방사능 오염물질로 죽었는데, 이것을 기준치 이하라고 ‘건강하다,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이 한계치의 허상이다.”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기에 나는 정부보다 그린피스를 더 믿는다"
그는 실제로 후쿠시마 사고가 난 후 일본 TV 아나운서가 이 지역 농민들을 돕기 위해 방사능 피폭 농산물을 직접 먹고, 먹어도 괜찮다고 소개한 예를 들었다. 이 아나운서는 오염지역에서 자신이 직접 피폭 농산물을 먹었는데 결국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다. 그만큼 방사능 오염 농산물이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이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고지역에서는 계속 방사능이 검출된다. 핵발전소 사고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핵사고 문제 해결에 대한 정보와 방사능 배출에 대해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방사능의 특징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측정할 기회도 많지 않아 대다수 국민은 잘 모른다. 한국 정부는 일본 농산물을 통제한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다.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원자력발전소가 계속해서 안전하게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이지, 실제로 알고 있는 사실은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내 이야기보다 한국 정부의 이야기를 더 믿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 사람들은 정확히 알고 있는 것만 믿는다. 나는 핵폐기물 전문가인데도 독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기에 나는 독일 정부보다 그린피스를 더 믿는다.”
결국,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정부는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주어야 하지만, 한국과 독일, 미국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핵발전소에 대한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보공개와 통제가 가능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 슐르흐터 교수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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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핵폐기물 처리장, 과연 안전한가?
이번 한국 방문 일정 중 슐르흐터 교수는 경주 핵폐기물 처리장을 방문했다. 그는 경주 핵폐기물 처리장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했고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슐르흐터 교수는 핵사고뿐만 아니라 ‘핵폐기물 문제’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중ㆍ저준위 폐기물뿐만 아니라 고준위 폐기물도 나온다. 모든 원자력발전소에서는 고준위 폐기물이 나온다. 이 고준위 폐기물은 많은 플루토늄을 함유하고 있다. 이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만 한다.
원전 폐기물을 일반적인 쓰레기 처리장에는 버릴 수 없다. 이것은 토양, 물, 공기를 오염시키기에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만약 방사능에 오염되면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지금 중ㆍ저준위 수준의 처리장은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있으나, 최종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결국,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폐쇄할 수 있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 플루토늄의 반감기가 30만 년이다. 이것은 우리 세대 이후 800세대에 핵 문제를 전가하는 것이다. 이틀 전 한국에서 중ㆍ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짓는 경주를 방문했다. 직접 보지 못하고 화면으로 보았다. 경주 핵폐기물 처리장은 화강암 지역에 짓고 있는데, 핵폐기물을 제대로 보관하려면 화강암이 정말 단단해야 한다. 그리고 지하수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되어야 한다.
해수면보다 100m 아래에서 핵폐기물을 관리해야 하는데, 한국의 핵폐기물 관련 기술자는 '한국은 모든 것이 정상적이고 환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술자는 500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한국에서 일반인의 지식으로는 이 문제를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질문할 수 없기에 독일에서 실수한 것처럼 한국도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독일의 '탈핵' 과정… 30년이 걸리더라도 공개적 · 민주적으로
독일의 핵발전소 반대는 오래됐다. 지금도 독일 국민의 80% 이상이 핵발전소를 반대한다. 독일은 현재 앙겔라 메르켈 총리 이전 집권당인 녹색당 · 사회민주당 연립정부 때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10년 동안 논의하기로 했고, 핵발전소 완전 폐쇄(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앙겔라 메르켈 보수정부가 집권해 다시 핵발전소 건설 정책을 폈다. 당시 메르켈 정부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대해 독일 사회의 여론이 들끓었고, 2010년 10월에는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 등 대도시에서 1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탈핵 집회가 열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반대 여론이 더욱 커졌다.
결국, 2011년 메르켈 총리는 원전 폐쇄를 다시 결정했고, 독일 의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폐쇄가 결정됐다. 독일 정부와 의회는 결정 후 다시 3개월 동안 탈핵 방식에 대해 꼼꼼히 검토했다. 현재 독일에는 17개의 핵발전소가 있는데, 작년 독일 정부의 핵발전소 폐쇄 결정 이후 8개의 핵발전소가 곧바로 폐쇄됐다.
“당시 독일인들도 (핵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규모 정전사태와 병원에서 환자 치료의 어려움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독일 시민은 ‘원자력 발전소가 없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았다. 원자력 발전소 없이도 충분히 사회가 가동될 수 있음을 안 것이다. 또한,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선정한 지역에서도 주민들의 큰 저항이 일어났다. 완벽한 폐기물 처리장은 지질학적으로 보아 불가능하다. 그래서 독일 정부는 새로운 폐기장을 찾고 있다.
독일 의회는 만장일치로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한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했다. 현재 원전 폐쇄뿐 아니라, 최종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도 논의하고 있다. 오는 6월 말과 7월 초에 독일은 ‘원전 폐기물 최종처리장 법안’을 만들 예정이다. 이 법을 통해 핵폐기물을 언제,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게 된다.
최종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은 지역문제만이 아니라 전사회의 문제다. 핵발전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을 포함한 ‘모두의 문제’이다. 모두가 책임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낸 핵폐기물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음 세대로 미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독일이 핵폐기물을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보내서는 안 되고, 독일 사람들이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탑다운' 방식이 아니고 시민 스스로 참여하고 이해하고 결정해야 한다.
독일은 현재 10개소의 최종 폐기물 처리장 후보지가 있고 이 중 4개소를 선정해 검토하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좀 더 나은 지역이다. 이 4개소에 대해 독일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했고, 모든 독일인이 질문할 수 있는 민주적 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처음부터 참여하고 서로 윈윈(winwin)하고, 정의롭게, 불편부당하게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이런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려면 적어도 30년의 세월이 걸릴 것으로 본다. 한국의 핵폐기장도 이런 민주주의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핵발전소 없는 사회, 가능하다!
독일은 지난 20년 동안 정부 차원의 재생 에너지 지원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현재 독일의 재생 에너지를 통한 전기 공급량은 전체 에너지의 20~25%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를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지열 에너지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를 외치며 2030년까지 핵발전 비중을 59%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정반대의 모습이다.
슐르흐터 교수는 말한다. “프랑스는 독일과 다르게 전기의 70퍼센트를 원자력발전에서 생산한다. 이렇게 원전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원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원전에 대한 반대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원전 폐쇄는 당장 할 수 없지만, 단계적으로는 가능하다. 시민들 개개인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면 탈핵은 가능하다.”
끝으로 강연이 열린 가톨릭회관 7층에 있는 환경사목위원회 배움터의 조명은 어떤지 질문했다.
“지금 이곳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태양 빛을 막아놓았다. 그리고 전기로 불을 켜고 있다. 이것은 '관계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빛이 들어오면 블라인드를 올리고 태양광을 이용하라. 그리고 밖이 어두워지면 그 때 전기 조명을 켜라. 관계성을 생각하라.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은 쉬운 것인데, 우리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탈핵의 시작은 결국 ‘관계성에 대한 인식’이다. 인간과 자연생태계와 완벽하게 단절되고 통제된 핵에너지는 악마적인 죽음의 에너지다. 우리가 태양과 바람, 물, 풀과 나무, 밀물과 썰물, 파도와 지열, 그리고 폐기물과 바이오 가스 등 모든 재생 가능한 ‘하느님의 에너지’와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탈핵의 시작이다.
맹주형 (아우구스티노,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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