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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가을을 보내며
고정희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한 잔에서 목 축이지 못하는 오늘은 우리들 겸허한 허리를 구부려 서로의 잔에 그리움을 붓자 서로의 잔이 넘치게 하자 ----------------------------------------------------- 여기다가 올리는게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전집에 실려있는 대다수의 길더군요. 그냥 한 편의 수필 같기도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마음에 와닿는게 별로 없어요. 사실 긴 글을 싫어하는거겠지요 고정희 시인의 작품 중에 짧은 시가 은유적인 표현이 뛰어나고 마음에 가장 잘 와닿는 거 같아요. 시각적인 요소에 대해서 실험도 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 시를 골랐던 이유이기도 해요. 가을을 보내며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 트위터 : @0_white
2012.05.29 22:42:17
따뜻한 동행 해거름녘 쓸쓸한 사람들과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봄 눈 파릇파릇한 숲길을 지나 아득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이십도의 따뜻하고 해맑은 강물과 이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이 서로 겹쳐 흐르며 온누리 껴안으며 삼라의 뜻을 돌아 내게로 왔네 사흘 낮 사흘 밤 잔잔한 강물 속에 어여쁜 숭어떼 미끄럽게 춤추고 부드러운 물미역과 수초 사이에서 적막한 날들의 수문이 열렸네 늦게 뜬 별 둘이 살 속에 박혔네 달빛이 내려와 이불로 덮였네 저물 무렵 머나먼 고향으로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외로운 사람들의 낮과 밤 지나 기나긴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사십도의 따뜻하고 드맑은 강물 위에 열두 대의 가야금소리 깃들고 사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 위에 스물네 대의 바라춤이 실렸네 그 위에 우주의 동행이 겹쳤네 또 온이 올렸던 그대생각도 좋아하고 ↓이 그대생각도 좋아해요 그대 생각 아침에 오리쯤 그대를 떠났다가 저녁에는 십리쯤 되돌아와 있습니다. 꿈길에서 십리쯤 그대를 떠났다가 꿈깨고 오십리쯤 되돌아와 있습니다. 무심함쯤으로 하늘을 건너가자 바람처럼 부드럽게 그대를 지나가자 풀꽃으로 도장찍고 한달음에 일주일쯤 달려가지만 내가 내 마음 들여다보는 사이 나는 다시 석달쯤 되돌아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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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랑 - 어둠을 위하여
빨래터에서도 씻기지 않은
고(高)씨 족보의 어둠을 펴놓고
그 위에 내 긴 어둠도 쓰러뜨려
네 가슴의 죄 부추긴 다음에야
우리는 따스히 손을 잡는다
검은 너와 검은 내가 손잡은 다음에야
우리가 결속된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쓰러지는 법을 배우며
흰 것을 흰 채로 버려두고 싶구나
너와 나 검은 대로 언덕에 서니
멀리서 빛나는 등불이 보이고
멀리서 잠든 마을들 아름다워라
우리 때묻은 마음 나란히 포개니
머나먼 등불 어둠 주위로
내 오랜 갈망 나비되어 날아가누나
네 슬픈 자유 불새되어 날아가누나
오 친구여
오랫동안 어둠으로 무거운 친구여
내가 오늘 내 어둠 속으로
순순히 돌아와 보니
우리들 어둠은 사랑이 되는구나
우리들 어둠은 구원이 되는구나
공평하여라 어둠의 진리
이 어둠 속에서는
흰 것도 검은 것도 없어라
덕망이나 위선이나 증오는 더욱 없어라
이발을 깨끗이 할 필요도 없어라
연미복과 파티도 필요 없어라
이 어둠 속에서 우리가 할 일은
오직 두 손을 맞잡는 일
손을 맞잡고 뜨겁게 뜨겁게 부둥켜안는 일
부둥켜안고 체온을 느끼는 일
체온을 느끼며 하늘을 보는 일이거니
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당당하게 빛나는 별이여
내 여윈 팔등에 내려앉는 빛이여
너로구나 모른 체할 수 없는
아버지 눈물 같은 너로구나
아버지 핏줄 같은 돈으로
도시에서 대학을 나오고
삼십평생 시줄이나 끄적이다가
대도시의 강물에 몸 담그는 밤에야
조용히 조용히 내려앉는 빛이여
정작은 막강한 실패의 두 손으로
한 웅큼의 먹물에 받쳐든 흐-이-망
여전히 죽지 않는 너로구나
이제야 알겠네
먹물일수록 찬란한 빛의 임재, 그러니
빛이 된 사람들아
그대가 빛으로 남는 길은
그대보다 큰 어둠의 땅으로
내려오고 내려오고 내려오는 일
어둠의 사람들은 행복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