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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아직 고정희 시전집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이번에 읽으면서 알게된 것들 중에 뽑아본 시. (이곳에다가 올리는 것 맞나..? 시민문화워크숍이었는지, 이곳이었는지...스튜디오 였는지...헷갈려..)
차라투스트라
(한 손에 물통과 두레박을 메고 남은 발에 쇠고랑과 문명을 끌고 죽어서 날아간 새 눈물을 밟으며 차라투스트라 차라투스트라가 가는 길)
1
그대들이여, 그대 정신 돌아왔는가 한 모금의 물이 고인 그대 영혼 돌아왔는가 여기 그대들이 버린 사막 한 복판 샘물은 말라 대지 갈라지고 여기 영혼의 빈 두레박 그대들 빈 접시 소리 떠돌아 잡풀 위에 말[言]들만 쓰러져 우는구나
잡목 위에 칼 가는 오기들 웅웅대고 빈 벌에 자지러진 자궁을 보아라 지나가는 독수리도 안중에 없어하고 숨죽인 대지도 묻어 주지 않는구나 버릇없는 장정 몇이 지나갔을 뿐이다 곳간에 넘치는 건 우후죽순 같은 오살놈의 한(恨) 해거름녘 아비는 서둘러 몇 석의 한을 작석하다 팔이 부러지고 끼득끼득 몇서지기 한 밑에 압사당한 상판들, 탈곡기에 타는 노을을 보아라 짚베늘 지나가는 봄을 보아라 비로소 죽은 햇빛을 보아라
대숲에서 들리는 건 피묻은 옷자락 부비는 소리, 마구간에서 들리는 건 발기된 남정네 외로운 탄식 허리띠 풀어 각시들 목 조르는 소리 들리는 건 하늘이 아니라 정게청이다 초대 식탁에는 뱀구이가 능청떨고 아이들의 위는 돌도 삭혀버린다
2
포도즙을 짜면서 목이 타는 그대 그대는 또 무엇을 잃었는가? 그대는 또 무엇을 버렸는가? 그대에게 멸시받은 것들을 그대는 잃었다 그대가 보지 못한 것들을 그대는 버렸다 그대 가슴속에서 자라는 선인장은 결코 그대를 찌르지 않는다 가슴속 무성한 가시의 축제를 그대의 손은 더듬지 않는다. 가시 돋아 독 묻은 꽃송이를 어여삐 피우고
그대 몰골은 창밖에 떨고 있다 흔들리는 적도를 지나는 그대 삶 떠난 자를 위한 애도를 바친다 죽은 자를 위한 정(釘)을 박는다
3
죽은 자의 장례는 죽은 자의 일, 오 이천년대 시체 앞에 꽃을 꽂은 그대들아 오라 장례를 지내자 한 모금의 물이 고인 그대 영혼 위해서 앙금으로 주저앉은 그대 정신 위해서 수백년 나자빠진 빈 두레박 수십년 가불된 죽음을 보내자 경악으로 떠나가는 바람을 매고 (일찍이 없었던 황홀한 장례)
그대 기쁨 있거든 비처럼 쏟으라 그대 고뇌 있거든 산처럼 꽂으라 그대 여벌 있거든 이승 방방곡곡에 사흘낮 사흘밤을 만장(挽章) 띄우고 검을수록 슬픈 죽음, 여기 뉘어 있는 거대한 영구 위에 그대 검은 침을 죄다 뱉으라 독 묻은 꽂송이로 정을 박으라
그리고 다가와 일렬횡대로 서서 주검 속 번쩍이는 그대 거울을 향해 다소곳이 그대 허리를 구부리라 그때 그대는 알게 되리라 (그대가 만나는 최초의 그대) 우리가 보내는 이 최초의 장송 앞에서 슬픔도 기쁨 또한 떠나감을 보리라 이제 가라 가서 땀이 강처럼 넘치게 하라 그때 그대는 샘이 되리라 (일찍이 없었던 아름다운 장례) ![]()
2012.05.27 09:33:17
댓글로 달아도 되는 것 인가요...? 아니라면 바로 다시 글로 옮길게요. 일단 푸른 글에 댓글로 달겠습니다. 거의 맨 처음으로 읽었던 고정희시인의 시이기도 하고, 포잇트리에도 가져왔던 시입니다. 지리산의 봄 1 뱀사골에서 쓴 편지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 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뜨려놓습니다. 온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계시는 그대여 우르르우르르 우레 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는 그대여 앞서가는 그대 따라 협곡을 오르면 삼십 년 벗지 못한 끈끈한 어둠이 거대한 여울에 파랗게 씻겨내리고 육천 매듭 풀려나간 모세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 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사이 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 소리 아름다운 그대 되어 산을 넘어갑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승천합니다.
2012.05.27 09:47:17
고정희 시를 쭉 읽어보다가, 저번에 하자에서도 본 시였지만 슥 지나쳤던 시가, 오늘은 왜 이렇게 좋던지, 외우고 싶어서 집에서 몇 번을 읽어보고 올립니다. (흑,, 그치만,,, 외워지지는 않는 군요)
언제부턴가 나는 그대 따뜻함에 내 쓸ㅆ르함 기대거나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오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2012.05.27 09:52:05
고정희 /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2012.05.27 22:04:26
그대 생각 고정희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내가 거리에서 휘감고온 바람을 벗었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이쁜 은방울꽃 하나가
바람결에 은방울을 달랑달랑 흔들며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이후
이 세상 적시는 모든 강물은
그대 따뜻함에 다가 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서는
내 뒷모습으로 뒷모습으로 흘렀습니다
2012.05.28 07:53:03
고정희 시인의 시에서 '그대 생각' 하려다가 온이해서 '지리산의 봄1' 하려다가 마루가 해서....
봄비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2012.05.28 23:15:08
빛 고정희 너를 내 가슴에 들여앉히면 너는 나의 빛으로 와서 그 빛 만큼 큰 그늘을 남긴다 그늘에 서 있는 사람 아벨이여 내가 빛과 사랑하는 동안 그늘을 지고 가는 아벨이여 나의 우울한 숙명, 단 하나의 너마저 놔야 하느냐?
2012.05.29 01:27:45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2012.05.29 01:30:48
호박
2012.05.29 07:26:28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 무른 밤일수록
2012.05.29 08:28:13
어느날의 창세기 해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 거야 강물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거스르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 거야 산들이 마을로 무너지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 거야 나무들이 뿌리를 창궁으로 치켜들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 거야 생명 있는 것들의 너그러움 부드러운 흙가슴의 너그러움 공기의 너그러움 천체 운행의 너그러움일 거야 별들이 저마다 주어진 길을 돌고 바람이 측백의 어린가지를 키우듯 핏물이 밥사발에 범람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너그러움일 거야 세계인의 신음소리가 하늘을 덮지 않는 것은 일말의 너그러움일 거야 돌들이 일어나 소리치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 거야 어머니가 방생한 너그러움 임신한 여자가 담보 잡힌 너그러움일 거야 등뼈를 쓰다듬는 너그러움 살기를 풀어내는 너그러움 아아우주의 너 · 그 · 러 · 움 · 일 · 거 · 야
2012.05.29 08:39:42
또 좋아하는 시. - 다시 왼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그대를 만나고 돌아오다가 안양쯤에 와서 내가 꼭 울게됩니다 아직 지워지지 않은 그대 모습을 몇 번이고 천천히 음미하노라면 작별하는 뒷모습 그대 어깻죽지에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가 선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대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가 안양쯤에 와서 더운 내 가슴에 하염없는 설화로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대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를 마주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나는 처절합니다 되돌아가기엔 나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앞으로 나가기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대 땅에 뿌려 놓았습니다 막막궁산 같은 저 어둠 어디쯤서 내 뿌린 씨앗들이 꽃피게 될는지요 간담이 서늘한 저 외롬 어디쯤서 부드러운 봄바람 나부끼게 될는지요 기우는 달님이 집 앞까지 따라와 안심하라, 안심하라, 쓰다듬는 밤 눈물로 녹지않을 설화는 없다 !! 불로 녹지 않을 추위는 없다 ! - 또 다른 것은 핑두가 했던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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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시.
소외
최후의 통첩처럼
은사시나무 숲에 천둥번개
꽂히니
천리만리까지 비로
쏟아지는 너,
나는 외로움의 우산을
받쳐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