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장과 같은 혐오 시설이 들어 온다고 하면, 주민들이 결의를 다져 반대를 해오는 모습들을 우리는 신문기사나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해 오게 된다. 오사카의 쓰레기 매립섬(USJ 근처 오사카 항 인근)에 자신이 믿는 건축을 실현하기 위해서 싸운 한 아티스트의 품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오스트리아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는 이러한 혐오시설을 지역 주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서 마치 놀이 공원과도 같은 디자인으로 쓰레기 처리장을 디자인 했다.



훈데르트 바서의 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오기 전에 이곳은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으로 가득 찬 회색 빛 버려진 섬이었다. 그러나 훈데르트 바서가 이곳을 설계 하고 나서 이곳은 도저히 일본의 풍경이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가장 지저분 하고 더러운 쓰레기 매립장에 왕국과도 같은 꿈의 궁전을 세웠다. 훈데르트바서는 의복, 주거, 사회환경, 그리고 지구까지를, 육체의 연장으로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세계의 모든 것은 나눌 수 없게 결합된 하나의 생명이었던 것이다.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은 자신의 피부와 같은 것임을 아티스트로서 표현해 보였으며 그에게 자연이 다치는 것은 곧 자신이 피를 흘리는 아픔과도 같았을 것이다.





풀과 나무를 뽑아 건축을 하고 콘크리트 위에 나무를 심는 것에 대해 그는 자연에게 깊이 사과해야 했고 어쩌면 그의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이 오사카의 쓰레기 처리장이 그의 반성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 같이 보인다. 이 쓰레기 처리장의 곳곳의 창문이나 지붕에는 나무들이 함께 자라고 있으며 그의 작품에서는 직선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훈데르트 바서는 「직선은 신을 모독한다」라고 주장하며 꾸불꾸불한 마룻바닥을 설치하고 벽면에는 다양한 페인트 색을 입히거나 모양이 제각각인 타일을 붙여 놓아 마치 동화 속의 나라에 온 기분을 느끼게도 한다. 대기와 대지에 그는 거대한 두 개의 궁전을 세워 도시의 배설물을 받아내고 다시 정화 시키고 있다. 오사카시 환경 사업국 관리과에 1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하면 무료로 공장의 내부를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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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데르트바서
세계 떠돌며 자연주의 생태낙원 꾸며
○ 훈데르트바서 서울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꾼 화가가 있다. 어느 날 프랑스를 여행하다가 아름드리나무를 자르려는 농부와 마주친다. 나무가 길을 가로막아 농사에 지장이 있다는 설명에 그는 농부를 설득한다. 나무를 자르지 않으면 평생 나무로 인한 손해를 대신 메워주겠다고 다짐한 것. 해마다 꼬박꼬박 돈을 보내던 그가 세상을 뜨자 화가의 재단이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가 바로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화가이자 건축가 조각가로 활동한 전방위 예술가다. 빈 태생 유대인으로 미술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리로 떠나면서 본명(프리드리히 스토바서)을 ‘백 개의 흐르는 물’이란 뜻을 가진 이름으로 바꿨다.
원시적인 화려한 색감과 나선형의 선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그의 작업이 독일화랑 디갤러리 서울지점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전시작은 빈 훈데르트바서미술관에서 가져온 회화 6점과 태피스트리 3점, 건축모형과 판화작품 20여 점. 30여 년간 절친했던 벗의 전시를 위해 내한한 디갤러리 페터 펨페르트 대표는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진정한 삶을 산 작가였다. 빈, 베네치아, 파리, 뉴질랜드 등에서 작업했던 그는 가는 곳마다 생태적 낙원을 꾸몄다. 나무를 심고, 살충제 대신 퇴비를 사용하고, 재래식 화장실을 꾸미는 등 자연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실천했다. 이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굳건한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혀를 쏙 내밀거나 눈물이 달린 집 등 독특한 상상력과 유머가 빛을 발하는 그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 걸쳐 있다. 그중 1만2개 작품을 모두 다른 색으로 인쇄한 판화 ‘Homo humus come va’ 시리즈가 시선을 끈다. 미술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반영한 작품이다.
또 그는 자연과 건물의 조화를 통해 인간성 회복을 주장한 건축가였다. 그의 창의력 덕에 쓰레기소각장과 낡아빠진 아파트는 꿈이 가득 담긴 건물로 변신해 빈의 관광명소가 됐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직선을 경멸하고 근대 건축의 합리주의를 거부했던 그의 철학은 건축 모형에서 엿보인다. 양파처럼 둥근 지붕에 알록달록한 색을 칠한 건물이 동화나라 같이 보인다.
인간은 자연의 ‘손님’이라고 생각한 훈데르트바서. 잠시 스쳐갈 손님으로서 ‘주인’에게 폐를 덜 끼치기 위해 애썼던 참된 자연주의자였다.
6월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디갤러리. 02-3447-004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