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가 바뀐 뒤, 내가 못하는 것들과 연습해야 할 것들이 쉽게 보였다. 연습을 전보다 훨씬 많이 했고, 훨씬 집중하며 했다. 그렇지만 나아지는 것들은 보이질 않았다. 악기를 바꾼지 2,3주 밖에 되지 않았을 때었으니, 내가 못하는 건 당연했고 그것들이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있는 사실들에 대해 쿨해지기로 했다. 롤이 안 되고, 그루브가 안 되고, 손목이 안 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되는데 왜 나는 안 될까.', '나는 왜 살까.'가 아닌 '못 하는 건 당연해.'라고 생각하려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그렇게 일부러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니 공연을 못 나가는 것도, 다른 죽돌들이 펑크를 다 나갈때 나가지 못 하는 것도, 코멘트를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거긴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까.' 라고 생각하며 공연이나 펑크를 하고싶다는 마음 또한 들지 않았다. 슬슬 공연워크숍이 힘들게 다가오는 것도 '잘 안 되니까 힘든건 당연한거지, 누가 안 되는데 재미가 있겠어, 재미있으려면 연습을 내가 많이 하면 되는 거지.'하면서 모든 것을 당연하게 어겼고, 가끔은 자기수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자괴감이나 우울함에 빠진 것은 아닌데 의욕 또한 생기지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그런 것들을 내가 당연하지않게 하기 위해 했던 일은 4바다 연습이었다. 박자에 맞는, 감칠맛과 파도 의 느낌이 나는, 까이샤의 꽃이라는 롤이 살아있는 그런 네바다를 하고 싶었다. 그런 네바다를 위해서는 자유로운 손목이 필요했고 박자감각이 필요했다. 그래서 메트로놈을 키고 패드에 연습을 했다. 오직 위의 것들만 생각을 하고.

 

그런 나를 보며 무브가 항상 말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들은 손목뿐이 아니라고. 손목컨트롤은 매체라는 벤다이어그램에 속해있는 작은 한 부분일 뿐이라고. 그렇게 손목만 잘 하면, 그게 까르가 원하는 공연자의 모습이냐고. 손목은 잘 하는데 표정이나 그루브가 없고 고민이 없고 생각이 없다면, 우리들은 그런 공연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런 공연자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고.

 

그 말이 이해는 갔다. 무엇을 이야기 하는 건지 알았고 뭐가 문제인 것 같은지도 알았다. 패드연습으로도 많은 것을 연습할 수 있구나, 그것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소심하게 리듬을 타며 패드연습을 해보고, 혼자 그루브도 타보고, 에드립도 넣어보고, 브레이크 같은 부분 행동도 취해봤다. 굉장히 자신이 없었고 소심했다. 마치 [컬러 퍼플]에서 언니가 처음 이빨을 보이고 웃으려고 할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런 시도를 했고 그런 감정들을 느꼈다. 더 대담해지고 싶었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연습들을 집에서 하고, 다음날 학교에서 연습을 하다가 메트로놈과 경악할 지경으로 안 맞는다는 말들과 여러가지의 문제점들을(코멘트와는 다른 개념이다) 듣게 되었고, 공연팀워크숍을 할 때 자꾸 멈춰야하는 상황들을 만나면서 와장창,, 결국 '역시, 기본기나 하고 뭘 하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스틱연습만 하게 되었다. 그게 반복 된 것 같다.

 

기술적이라는 것이 나를 가둬놓았던 것 같다(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180도 바뀌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기술적이라는 표현도 이상한게, 난 보다 더 기술적인 것을 원한 것이 아니다. 단지 네바다를 탈없이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을 못하다 보니 점점 더 다른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연습을 하면서 뭔가 매우 중요한 것을 빼트린 느낌이었고 이건 지금 하자에서, 페스테자에서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배움이 아닐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체라는 것은 어떤 작용을 널리 전달하는 데 매개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작용이라는 것은 하자에서 배우고 있는 크게는 함께살기, 평화, 생태, 작게는 탈핵, 난민 등등 인 것 같다. 때문에 내가 공연팀을 선택했다는 것은 저것들을 공연을 함으로써 전달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공연팀은 사람들을 춤추고 노래하게 할 수 있고,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며, 위로해 줄 수도 있다. 공연팀은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품고있다. 퍼포머라는 것, 나의 캐릭터라는 것, 시너지 공유라는 것, 기원한다는 것, 소통한다는 것, 즐긴다는 것, 위로한다는 것, 페스테자라는 것, 삼바레게라는 것, 그리고 펑크라는 것, 하자의 배움과 연결이 된 매체라는 것, 동등한 위치에서 하는 공연이라는 것, 브라질 음악이라는 것, 이번 공연은 어떤 의미이며 나는 어떤 마음으로 설 것이냐에 대한 것,, 내가 고민하고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정도이고 각자의 것을 합치면 아마 더 많이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어려운 것 같다. 저것들을 말을 최소한으로 해야하는, 사실 무브나 동녘 아니면 대부분 말 할 기회도 없는 상황에서 관객들과 나눠야한다니. 나눌 수 있는 방법도 텍스트 적인 것이 아닌 감정, 분위기, 느낌으로 밖에 못 한다고 생각이 드는데,,, 아직 공연을 많이 해보질 않아 극단적이게는 아니지만 나는 저런 사실들이 답답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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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를 이런 쪽으로 많이 한 것 같아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오늘은 지금까지 매번했던 말했던 고민들이 아닌, 전부터 해왔지만 꺼내놓기에는 정리가 안 되었던 것들을 정리 할 수 있었던 워크숍이었다. 사실 위의 내용은 에세이에 넣을 주제 중에 하나인 글이기도 하지만 오늘 쓴 것, 다같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 글이기도 해서 올렸는데 뭔가 워크숍리뷰 보다는 요즘 나의 생각정리 글인 것 같다(뭐 상관없다).

 

죽돌들이랑 고민들을 나누면서 리뷰에 대한 이야기가 꽤 길게 진행이 되었는데 나랑은 리뷰에 대해 조금씩 각자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아, 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구나.'하고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많다. 그리고 각자의 생각들이 이해가 되긴 했었다. 그렇지만 다른 죽돌들이 내 리뷰를 신경쓰고 있었구나,, 라는 점이 슬펐던 게(단어표현에 한계다..), 내 리뷰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민이나 생각들을 던져주는 리뷰가 아니라 부담감을 조성하는 리뷰라는 점이었다... 난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할 뿐이었고 다른 죽돌들도 자신의 방법으로 정리하길 원했다. 결코 길다고 생각을 더 많이 한,, 그런 리뷰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신상이 말 했을 때 가슴 뻥 뚫리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정말 나는 내 리뷰를 글자수가 아니라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을 봐주었으면 한다(사실 그건 쓰는 사람이 노력해야하는 점이긴 하지만, 난 정말 깔끔히 쓰려고 한다!)

 

끝나고 생각을 해보니 오목조목 우리들이 이야기 한 것 보다 페스테자가 이야기 해 준것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사실 무브에게 메일을 보내고 난 다른 사람들의 고민들이 매우 궁금했었다. 어떤 고민들을 할까, 3학기의 고민은? 초코의 고민은? 그래서 그런 것들을 페스테자 뿐이 아닌 우리들끼리도 당연히 공유해야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신상의 그 풀렸다는 것들, 푸른의 고민들, 별의 디자인에서 공연팀으로 바꿨을 때의 그 결심에 대해 지금 생각한다면 어떤지 등등등, 궁금한 것들도 있고 누군가가 나에게 궁금하다 하면 말 해 줄 것들도 있는데, 이번 워크숍에서는 리뷰에서만 이야기가 너무 많이 되어서 그런 것들을 못 하고 끝난 것 같다(조금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말문을 열었을텐데 싶지만,, 허허 모르겠다). 저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하지 못 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고 생각해보면 수동적이고 치사하군, 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말 신기한게 삼바레게든 펑크든 듣기만 하면 절대 못 칠 것 같은 것들이 배우면 다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번에 신상이 펑크 보여주는 거 보면서 '아따 큰일났구만,'했는데 괜찮은 것 같다. 참 애같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역시 새로운 것을 배우다보니 의무감 같은 것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재미와 흥미가 쑤우욱 올라왔다. 펑크는 먼 나라 이야기, 하면서 기대도 안 하다가 갑자기 하게 되었는데 이게 또 너무 재미있으니까 내가 왜 펑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었을까, 싶다. 펑크는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벨런스가 중요하다. 어찌보면 삼바레게보다 더 섬세한 리듬같다. 펑크는 스타카토 느낌이 든다. 물방울이 탕 떨어지고 튕기는..? 그리고 써니 생각이 많이 났다. 써니는 슈깔류 펑크를 굉장히 즐거워해서 웃으면서 내 앞에서 보여주곤 했었는데, 오늘 아이를 보면서 '아, 저게 써니가 보여주었던 그 모습이구나,'했다. 그리고 뭔가 풀의 표정과 펑크는 잘 어울리는 듯 하다(아직 내가 펑크를 잘 모르는 것일까?). 삼바레게 같은 경우, 남이 해주는 표현이나 이미지들을 들으면서 그것들에 도움을 얻어 내 것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펑크 같은 경우는 나도 생각을 하고 나만의 펑크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 추가로!

앞으로 5번 정도의 워크숍이 남았단다. 좀 깊이 다른 고민들을 한 것이 아니라 다 얕게만 하고 한 번 마무리 짓는 느낌이라 매우 찜찜하다. 특히 까이샤 같은 경우, 무지개 워크숍 애들이 한 것과 다른 것이 없는 것 같다. 역시 그 이유는 악기가 바뀌고 나서는 그 악기에 관해서는 내가 여러가지 고민들을 많이 안 했기 때문이겠지만. 그렇지만 까이샤를 안 할 때, 삼바나 트리스테자를 하는 공연에 대해서는 진지하고 다르게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달시장에서 느꼈던, 전하려고 했던 말들을 생각하며 트리스테자를 불렀을 때의 기억은 아직까지 인상깊고,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6월 30일 오픈컨퍼런스 <불끄는법에대한이야기>, 페스테자가 여기 선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단지 하자에서 이 컨퍼런스를 하기 때문은 분명 아닐텐데, 여기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들은 우리들을 보고 오픈컨퍼런스에서 이어 어떤 생각을 할지가 가장 궁금하다. 주말에 생각해보려한다.

 

리뷰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