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봄학기 디자인 워크숍 리뷰 (온)

1년 반 동안 디자인을 배웠지만 아직도 미흡한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툴 작업은 이제 어느 정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디자인 프로세스 같은 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  등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직 워크숍이 시작되지 않았던 310과 어스아워 때부터 행사 준비를 하면서 의견도 잘 모아지지 않고, 작업도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었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 보니 작은 실마리만 발견했을 뿐인데도 그냥 설렁설렁 넘어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깊이 있는 전달을 못 했던 것 같고.

이번 디자인 워크숍도 저에게는 책임감과 후회만 가득했던.... 별로 좋지 못한 시간이었어요. 사실 화장실 프로젝트는 오리엔테이션이었고 한 달 안에 끝냈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일이 커져서 하자 전체의 일처럼 되어 버렸고 결국은 한 학기 안에 끝마치지 못했고요. 무엇 때문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결국은 제 문제인데, 좀 이상하거나 납득이 되지 않으면 제 의견을 말했어야 하는데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말하지 못했던 것도 문제인 것 같고, 작업에 스스로 박차를 가하지 않았던 것도 큰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또 그렇게 생각하면 디자인 워크숍 말고도 (특히 학기의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많은 일이 한 학기 동안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안에서 시간관리를 못 했던 것도 잘못이고. 무엇보다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사용하는 화장실을 더 좋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책임감만으로 일했던 것 같아요. 이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어서 머릿속이 복잡하네요.. 화장실 사인은 결국 완성하지 못했고요.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나중에는 주제를 잘못 잡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은 한참 앞서 가 있는데 선뜻 말하지도 못했어요. 그것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서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했고요.

학기 초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나서 디자인 프로세스를 마음 속 깊이 새겼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정말로 어떤 것인지 깨닫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 동안 디자인 프로세스를 너무 겉치레로만 생각했달까..? 탄탄한 브레인스토밍과 충분한 리서치 그리고 반복적인 스케치가 필요한데 단순히 마음이 안 났던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이 시간 내에 끝내야 할 숙제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이런데 뭘 할 수 있을까 싶네요. 비록 사용되는 언어는 달라도 사실은 디자인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작업에 그러한 것들이 적용되는데 말이에요. 저의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나 시각디자인 그 자체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과 의문도 들었던 그런 학기였습니다.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학기를 마무리하니 사실 다음 학기에 잘 할 수 있을지, 별로 자신이 없어요..

또 하나, 학기 막바지에 갑작스럽게 하게 된 고민은 갑을관계에 대한 것인데.. 많은 디자이너들이 을의 위치에서 일을 하는데 이번 학기에서의 제 자세가 딱 그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슬로워크의 강연을 들으면서 어떤 괴리감? 같은 것도 느꼈었고.. 주체적인 디자이너는 어떤 것일까, 단순히 내 마음과 능력의 문제였던 것 뿐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학기부터 주님과 함께 하자 뉴스레터 제작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부분이 아주 많았어요. 사람들이 읽기에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자간이나, 사진의 밝기 그리고 사진의 잘리는 부분까지 하나하나 확인을 해야 하는 작업이라서 정말 많은 정성을 요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것까지일 뿐일까, 싶기도 해요. 함께 하는 공동작업은 즐거웠지만 혼자서 경쟁하듯이 하는 작업은 아직까지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디자인 작업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번 학기의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더 정리해서 에세이에 내어야겠어요. 다음 학기를 위한 마음가짐도 제대로 해야겠죠. 하지만 지금은 자신감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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