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것 : 가진 재산, 주변의 관계. 어떤 누구의 도움도 청할수도 없고
어떤 누구에게 연락할수도 없다. 마치 애기때 버려진 상황과 같음.

가진것 : 비교적 안정적인 육체와 정신, 지식과 언어의 구사력
음악을 연주할수 있는 재능, 잡무 처리능력



내가 5살이 되었을때 겪었던 IMF(경기불황을 비유)와 19세를 맞이하면서 겪은 경기 불황은 우리 집안을 휩쓸었다.
지금 시대에는 꾸준히 발전해오던 디지털, IT산업과 음악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살아남기에는 조금 더 치열해졌다. 그래도 먹고살기엔 적절한 시기였다.
물론, 부모님과 떨어지기 전 까지는 말이다.

집안의 가장이신 아버지는 주식과 전력회사에 다니시고 계셨다. Two Job을 하고 계셨기에 학비와 가정살림을 마련할수 있었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구식은 버려지고 새것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며 물가는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결국 주식과 회사 둘다 부도가 났고, 길바닥에 앉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집안 물품부터 바지 주머니 속까지 털릴 지경에 이르렀고, 가진건 말 그대로 몸 뿐인 상태였다. 아버지는 빚쟁이에게 쫓겨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할머니는 절로 들어가셨다. 형과 나는 집에 처들어온 빚쟁이를 피해 도주 중 찢어져 연락이 두절되었다.

소설과 영화에서 나올법한 광경이다. 전부터 생각했던 '독립'은 내가 원하던 길과 다르게 걷고 있었다. 자취를 박스에서 할줄은 몰랐지. 내가 자리잡은 장소는 종로 3가 5호선 4번출구 카드충전기 근처 의자였다. 박스를 깔아놓으니 어떤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의식주를 해결할수 없고 어떤 누구에게 무엇을 바랄수도 없다. '사회가 호락호락하진 않다' 라고 누누히 말씀하시던 선생님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하시는게 힘드시니 그런말씀을 하시는 거죠] 라고 받아친적이 있다.

누가 보면 상태가 말이 아닌 성인으로 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청결하지 못한 상태에만 불만을 품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견딜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경험은 참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 어디에서도 잘 수 있는 것은 등산하다가 조난을 당해서 길바닥에서 자본적도 있으며 작년에 늦게 귀가하려다가 막차를 놓친탓에 구로에서 노숙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추위는 박스가 따듯할 따름이요, 늘 배고픔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졌으니, 무엇을 할수있을까?
지금 이 상황에 메모를 따로 안해도 머리로 정리할수있는 능력에 감사를 표한다.
1. 내가 하찮다고 생각했던 일
2. 직업을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되는것
=신문 품팔이 정도 되겠다.

비즈니스 개시에 들어갔다. 늘 쓰던 교통카드도 없으니 고 난이도 리얼 액션을 할 타이밍이다. 카메라와 경비의 시선을 유심히 관찰하고 단거리 고속질주를 시도했다. 나의 모습은 마치 스턴트맨과 같다.
속은 많이 찔렸다. 걸리면 30배의 요금을 물어야 한다. 900 X 30 = 27000원이란 1주일동안 신문을 왕창 모아서 팔아야 겨우 나오는 금액이다. 걸리면 난 바로 유치장 들어가는거지.

수중에 2만원이 있다. 하루 한끼를 먹을수는 있었다.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공익광고를 할때 나왔던 음식점이 종로에 있었다.욕쟁이 할머니네였나.. 하여튼 국밥이 1500원이다. 씻는건 공공화장실에 비누와 휴지가 마련되어있으니 문제 없었다.

아, 늘 쓰던 인터넷? 사용에 문제없었다. 도서관이 있지않는가! 인터넷강의를 듣긴 했다. 틀어놓았을 뿐이지
인터넷 카페에 '중고나라' 라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역시, 없는게 없다.
침낭, 옷을 먼저 구비했다. 몇 개 안될것 같지만, 나는 [1+1]를 노렸기 때문에 문제 없다. 잘 찾아보면 하나 사면 하나가 들어오는 상품은 중고카페에서도 존재한다.

종로 노숙자 커뮤니티에서는 나는 Prince로 칭하게 되었다. 참.. '노숙자계의 황태자'라..
신문 품팔이는 1주일밖에 하지 않았지만 큰 수입이 되지 않는다. 수집하는 테크닉을 키웠으니 다음 일은 '청소부'가 되겠다.
중고카페에서 구비한 의상을 말끔히 차려입고 보니 나는 딱 청소부처럼 생겼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헬쓱한 모습은 마치 30대요 턱수염은 어른스럽게 만들어주며 퀭한 눈주위의 다크서클은 청소계에 일가견이 있음을 상징하는 징표에 가까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해갔다.
1. 침낭 -> 텐트 -> 너무나도 값싼 허름한 집
2. 상의/하의 하나 -> 계속 늘어나고 있음
3. 신문 품팔이 -> 쓰레기 청소부 -> 낙원상가 청소부 -> 악기점 카운터(악기를 다룰줄 알았고 밴드악기의 시세를 이미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예의바른 나의 행동에 주인장님이 채용해주심)

혼자였기에 절망해서는 더욱 안된다. 나락 끝까지 떨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꿈은 수십개 꿔놓고 하나도 이루지 못한 채 배고픔에 시달리고 가만히 있을수는 없지않는가?
전에 나와 연결되어 있던 관계가 두절되어 힘들고 슬프긴 했다.
뭐, 언젠간 혼자일거라는것도 생각 한켠에 두었기 때문에 큰 외로움은 없지만 단지 그리울 뿐이다.

라는 망상에 젖어 한달이 지난 후에는 생활이 놀랍게도 복귀가 되었다. 우리집은 옛 부터 부잣집 양반 가문이었기 때문에 가문에 남은 재산이 아직도 많다. 경기 불황때를 맞아 마침 각 집안에 돈이 전달되었다. 아버지는 그 돈으로 빚쟁이를 떼어내고 내가 자주오던 [낙원상가]가 기억이 나셨는지 찾아왔다. 할머니 역시 아버지가 같이 모셔오셨다. 형은 근처에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쩝. 한달이었지만 짜릿한 '독립'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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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경제활동에 대한 나의 정의

돈 : 의식주를 해결할수있는 현실적인 방법의 열쇠이며
여기에 욕심이 더 해진다면 약간 위험수위를 넘어선다.

경제활동 : 돈을 수중에 넣기 위한 깨끗한 방법을 말한다.
자신이 행하고 있는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댓가를 받는다.
댓가의 대표적인 예는 [돈, 명예, 지위]정도가 있다.
어떤 그룹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댓가는 다를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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