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씨앗 대학(Bija Vidyapeeth in India)

                                                                                                                          전화영(동백마을주민)

정신의 나라, 명상의 나라로 알려진 인도는 비정부 단체, NGO의 수가 전국적으로 많기로도 유명하다. 간디의 후예 (post Gandhian)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의 노력들을 몇 군데 들러 4개월 가량 동안 둘러보았다.

인도의 도시와 시골간의 차이란 상상을 초월하는데, 인도의 도시는 혼돈 그 자체다. 관문도시인 수도 델리의 아수라장을 재빨리 피해 새벽기차를 타고 데라둔으로 향했다. 우타란찰 주의 수도인 만큼 데라둔 시내 또한 번잡스럽고 시끄럽다. 데라둔에서 다시 남쪽으로 시골길을 덜커덩거리며 16킬로미터쯤 달리다 보면 한적한 시골 마을 망고 과수원을 지나 “씨앗대학”이 유기농 농장과 함께 펼쳐진다.
  
환경 운동가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반다나 쉬바가 세운 씨앗대학에서 수업을 들었다. “간디와 세계화”라는 제목으로 사티쉬 쿠마르(슈마허대학을 세웠고, 현재는 리서전스 잡지의 편집인), 삼동 린포체(티벳 망명정부 대통령, 티벳 불교 승려), 반다나 쉬바가 강사였다. 이들 모두 간디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가 주목하는 사상가들이자 활동가다.

이 씨앗대학은 나브단야라는 유기농 농장 내에 위치하고 있다. 1991년 경 유기농과 종자보존의 필요성을 절감한 반다나 쉬바가 시작한 이 농장은 농사 및 종자보존 뿐 아니라, 지역 농민들에게 생물종 다양성의 중요성,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폐해, 세계화에 따른 식량 주권 교육등 다양한 인식을 일깨우는 일을 한다. 더불어 생태 과학기술 연구소를 함께 운영하여 연구 활동 및 환경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 나브단야 농장은 우타란찰주 수도인 데라둔 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델리에서 북쪽으로 약 기차로 여섯시간 거리에 있다.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 한 모통이에 자리잡고 있는 이 곳은 평온한 느낌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농장에는 250여 가지의 벼와 30가지 종류의 밀 다양한 약초와 채소가 재배되고 있고 흙연구소가 나란히 있어 농민들을 위해 토질 개선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이 곳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눈에 띠는 것은 방대한 종류의 종자를 갖추고 있는 종자 은행(seed bank)이다. 이 나브단야의 운동은 많은 지역 공동체와 단체들과 긴밀히 연대하여 일곱 주에 걸쳐 스무개의 종자은행을 설립했다. 나브단야가 이러한 활동을 십여년간 해오다 2000년 경에 농장 내에 씨앗대학을 세우고 여러 가지 강좌를 일반인 대상으로 열어왔다.

“간디와 세계화” 코스를 위해 스무명 가량의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였고, 하고 있는 일 또한 다양했다. 인도 남부에서 온 불교학자, 싱가폴에서 온 변호사, 영국에서 온 슈타이너 학교 교사, 캐나다에서 온 갓 은행을 그만둔 자유인(그는 그의 이름을 직장을 그만 둠과 동시에 "자유"로 바꾸었다), 대학생, 방글라데시에서 온 활동가, 스페인 출신의 경제학자, 멕시코에서 온 다큐멘타리 작가, 콜롬비아에서 온 막 영국 슈마허 대학을 졸업한 나와는 구면인 샤챠......



사진1. 밭 바로 옆에 마련된 잔디밭에서 반다나 쉬바와 함께 수업하고 있는 학생들  
      

2주간의 이 수업은 슈마허 대학의 3주 코스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슈마허 대학을 세운 사티쉬 쿠마르가 인도 출신이고, 반다나 쉬바와 친분이 두터울 뿐 아니라 씨앗 대학을 인도에 세우자고 권유한 사람이 사티쉬 쿠마르인 만큼 슈마허 대학이 이 씨앗대학의 모체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침 차가 준비되었다는 기상 징이 웅~하고 울리면 아침에 일어나 따끈한 차를 마시고, 요가로 하루를 연다. 학교가 히말라야 발치에 위치해 있어 낮은 우리나라 늦봄 기온이고, 밤은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라 난방이 없는 이곳 12월의 밤은 꽤 쌀쌀하다.

요가 후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한 후 각자 맡은 부분의 일을 한다. 이 일이란 밭일 일수도 있고, 청소 혹은 요리 준비 거들기 등 매일 돌아가면서 한시간 반 가량 일을 한다. 이것은 “샤람 단”이라고 부르며 간디가 주장했던 정신으로 만이 아닌 신체적 노력을 통한 심신 합일의 자세를 본받은 것이다. 샤람 단 후에 각자 씻고 준비를 마친 뒤 오전 수업을 한다. 한 주는 사티쉬 쿠마르와 간디 사상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배우고, 삼동 린포체는 주말 이틀간 그가 이끄는 간디의 비폭력 정신에 기초한 티벳 독립 운동에 대해 강의하고, 마지막으로 한 주간 반다나 쉬바와 간디의 철학에 뿌리를 둔 그녀의 환경 운동에 대해 열렬히 토의했다. 그가 최근에 승리로 이끈 다국적 기업들과 대항해 벌인 지적재산권 철회 소송에 대해서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사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강사 셋 모두가 각자 개성이 강했으며 사티쉬가 간디 사상에 대해 차분히 짚으며 사람들을 고개 끄덕이게 했다면 마지막으로 반다나는 왕성한 활동과 실천 사례들로 사람들의 주먹을 불끈쥐게 하고, 마음을 혼란스럽게 뒤흔들었다.      

수업 후 이 나브단야 농장에서 직접 유기농으로 키운 재료들로 만들어진 맛있고 푸짐한 점심 식사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즐긴다. 볕이 좋아 수업도 식사도 대부분 야외해서 자연스레 한다. 보통 인도에 오면 살이 빠진다고들 하는데, 이곳에서 이렇게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세끼 꼬박꼬박하니 몸도 마음도 통통하게 살쪄갔다.

식사 후 휴식을 좀 취하다 보면 오후 수업 징이 울린다. 오후 수업 후에는 산책 또는 견학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근처 숲이나 강으로 산책 가거나 이 곳 농장의 퇴비 만들기에 대해서 배운다거나, 이곳 흙연구소에서 하는 토질 검사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마을 방앗간을 방문하기도 하고, 이웃 옹기장이를 찾기도 한다.

해는 뉘엿뉘엿 기울고 기온이 쌀쌀해지면서 저녁식사 시간이 된다. 저녁 식사 후에는 서로서로 깊이 알 수 있는 개별 프리젠테이션 시간이 있다. 자신이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을 준비해 자신의 관심과 열정을 알리는 시간이다. 곤충학을 전공한 네델란드에서 온 타마르는 식물에 유해, 유익한 곤충들을 표본까지 준비해서 우리에게 설명해주었고, 산림학을 전공한 캐나다에서 온 마리안느는 숲과 영성이라는 주제로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단체의 활동에 대해 진지하게 소개했다. 막 슈마허대학을 마친 샤차는 그의 졸업작품인 물에 대한 영상물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학교 뒤로 흐르는 다트라는 강의 탄생에서부터 바다와 만나는 것 까지의 여정에서 다양한 강의 모습들을 통해 1년이라는 자신의 슈마허 대학 생활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함께 왁자지껄 떠들며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하며 놀았다. 나브단야 농장 직원들도 우리에게 그 지역, 가리왈리 춤을 가르쳐주며 함께 어울려 놀았다.

2주 수업이 끝난 후 일부는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또 일부는 인도여행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나는 나브단야 유기농 농장에 관심이 있어 한 주간 더 머무르면서 농장 일을 도우며 나브단야의 일에 대해 배우기로 했다. 마침 그해 수확한 벼 종자들을 햇볕에 잘 말려서 이름을 적어가며 한 병씩 담아 두는 일을 했는데,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입이 벌어졌다. 씨앗들에 둘러싸여 하는 일은 묘한 즐거움이 있다.  

  

사진2. 종자보존 담당인 아주머니가 키질을 아주 능숙하게 하고 있다.
      

나브단야에서 운영하는 종자은행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는데, 자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씨앗을 가지고 가서 농사지은 후 다음 해 수확할 때 가져간 씨앗의 배를 돌려줌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과 다시 나눈다. 이렇게 여러 농부들이 다시 들고 온 씨앗들이 봉투 봉투 가득해서 이 종자은행 정리작업은 몇 일에 걸쳐서 계속 되었다. 이 종자 보존이야말로 GM의 위협과 기업화 되어가는 씨앗시장 독점 시대에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Seed to Seed, Farmer to Farmer"(씨앗에서 씨앗으로 농부에서 농부에게)라는 씨앗 자주권을 위한 운동은 어쩌면 정말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수확한 농작물의 씨앗으로 다시 씨뿌릴 수 없는 현실임이 참 안타깝다. 특히 우리나라 주작물인 고추의 경우 대부분의 농민들이 거대 씨앗회사에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또한 다른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씨앗도 사서 쓰는 일에 점점 길들여져 이제는 어떻게 씨를 받는지 그 방법조차 잊혀져 간다.  

씨앗 한알 한알을 소중히 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 나브단야는 종자보존과 유기농운동에서 이제는 씨앗대학이라는 형태를 통해 온 세계 사람들에게 씨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 곳에 와서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제각기 마음의 씨를 가득 얻어 각자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 주위 사람들과 그 씨를, 그 새싹의 역동성을, 그 풍성한 열매를 나누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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