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에 휘말린 어느 개의 독백 (콜론, 2005)


개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나는 선택된 개였다.

혈관에는 늑대의 피가 흐르고, 그럴듯한 족보도 있었다.

자연의 향기를 듬뿍 마시며, 고산 지대에서 살았다.

햇빛이 쨍쨍할 땐 풀밭에서, 비가오면 전나무 숲에서,

눈이 내릴 땐 동토凍土에서 지냈다.


번듯한 집도 있고, 시중드는 사람도 있었다.

내게 먹이를 공급하고, 씻기고, 빗질하고

우아하게 산책을 시켜주었다.

그것은 친밀감의 차원이 아닌 존경의 표시였다.

내가 누구의 개인지 모두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몸에 이가 들끓는 하찮은 잡종들도 주인을 가질 순 있다.

하지만 주의하시라 - 함부로 비교해서는 안 되는 법

내 주인은 정말 특별한 종류의 사람이었다.

화려한 무리들이 늘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두려움과 찬탄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게는 다들 질투섞인 비웃음만 보냈다.

왜냐면 풀쩍 뛰어올라 주인을 맞이할 권리는

나한테만 주어졌기에

바짓부리를 이빨로 잡아끌며 작별 인사를 하는 것도

그의 무릎에 머리를 파묻는 것도

내게만 허락된 일이었기에

그가 쓰다듬거나 귀를 잡아당기는 대상은

오로지 나뿐이었기에,

단지 나만이 그의 곁에 앉아 자는 척할 수 있었고

그때마다 나를 향해 몸을 숙인 채

뭔가를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나 혼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으므로.


주인은 다른 이들에게는 종종 화를 내고 사납게 굴었다.

그들과 다투고, 소리를 지르고.

초조한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는 오직 나만 좋아한다고.

절대로,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물론 내게 주어진 의무 조항도 있었다 : 기다리기, 그리고 믿음을 가지기.

주인은 잠깐 나타났다가 오랫동안 사라지기 일쑤였으므로.

골짜기 너머에서 무엇이 그를 붙잡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뭔가 중요한 일 때문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고양이나 기타 쓸데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들과

티격태격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운명이란 변화무쌍한 것, 내 것 또한 갑자기 변했다.

어느날 봄이 찾아왔을 때,

그는 더 이상 내 곁에 없었다.

알 수 없는 야단법석이 온 집안을 휩쓸었다.

상자와 트렁크, 궤짝이 자동차에 실렸다.

산 밑으로 내려가는 요란한 바퀴 소리도 잠시,

모퉁이 저편에서 잠잠해졌다.


발코니에서 부서진 가구와 넝마 조각들이 불태워졌다.

노란 상의와 검은 마크가 새겨진 완장들

무수히 많은 낡은 상자들과

그 속에서 와르르 쏟아져 나온 깃발들도 함께.


난장판 속에서 나는 하염없이 서성거렸다.

화가 났다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에 털끝이 쭈뼛 섰다.

마치 내가 주인 없는 개라도 되는 듯.

문간에서 당장 빗자루를 들고 쫓아버려야할

귀찮은 떠돌이라도 되는 듯.


은도금을 한 내 목걸이를 누군가가 낚아 채갔다.

며칠 전부터 텅 비어 있던 내 밥그릇을 누군가가 걷어찼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일행 중 하나가

길 떠나기 직전 운전석에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방아쇠를 두 번 당겼다.


심지어 과녁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내가 꽤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죽어간 걸 보면

버릇없는 파리가 귓가에서 윙윙대는 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죽어갔다.

나, 내 주인의 충성스러운 개는.



                               쉼보르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