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스포주의*
매너스크롤.




















델마와 루이스.
1.
편하게 본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게 흥미진진하지도, 박진감넘치는 스릴도 없었다.
다만, 그 긴 영화의 러닝타임동안 보여진 두 여자의 짧고 스펙타클한 순간이 그렇게 끝나는 것에 대해 가슴아플수밖에 없었던 영화였던 것 같다. 적어도 내게 그 영화의 결말은 유쾌하지 않았다. 두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릴수 있는가. 한순간의 판단과 실수와 그것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행의 연속.  
'한번정도는.. ' 남편에게 늘 무시당하고 노예 취급받던 델마가 한순간 작은 일탈을 꿈꾸며 루이스의 캐딜락에 짐을 싣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녀들의 일탈은 늘 분주하고 갑갑하던 일상에서의 일탈이 아닌, 음..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느끼기에 그들은 가벼운 일탈을 원했지만 그건 결국 세상의 시선이라던가 하는것 따위의 큰 것으로부터의 탈출이 되었던게 아닐까하고 말하고 싶다.
세상의 시선? 마초, 여자와 남자, 가부장제, 등등... 그런것들 말이다.
그녀들은 그런것들로 부터 탈출한게 아니라 탈출이 되었던 것 같다. 그녀 자신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과 사고에 휩쓸려 스스로에게 극단적인 몇개의 방법을 놓고 선택해야만 했던.  물론 선택은 그녀들이 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 오기까지 벌어진 사건들과 그녀들이 선택해야할 아주 적은 몇가지의 방법들이 만든 그 상황을 정말로 100% 그녀들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말할수 있는가. 하지만 그녀들은 밀려나지 않았다. 자신들만의 선택으로 그 상황에 놓이게 되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거의 반 강제로 그 상황에 놓이게 되었음에도 나는 그녀들이 절대로 불운한 사건이 휘말려 세상에서 밀려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어쨌든 그것은 그녀들의 선택이 향한 방향이었고 그녀들은 선택했다. 스스로의 의지로 세상을 비집고 탈출했다기보단 탈출 되었을뿐, 그녀들은 밀려나지도, 내쳐지지도 않았다. 그녀들은 그러한 것들로부터 탈출 되었고 어벙벙하고 당황스러운채로 쫒겨나듯이 탈출 된 방향에는 결국 그녀들을 깨우고 이끄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은 뜨고 있지만 단 한순간도 깨어있었던 적이 없었다던 델마는 루이스와 떠난 길 위에서 스스로를 깨웠고 루이스 역시 델마를 통해  스스로 깨어있음을 느꼈다.
영화를 보면서 델마에게 크게 집중해서 봤던것 같다. 한가지 캐릭터에만 몰입해서 보지 않으려고 하는편인데도 몸에 익은 보기 방식이 자꾸만 적용된다.
무엇이, 어째서 그녀를 깨어있다고 느끼게 한걸까.  일반적이고 평범한, 그래서 좋지도 않지만 나쁠것도 없는 생활에서는 단 한번도 깨어있어본적이 없는데, 오히려 궁지에 내몰리고 시시각각 신경을 곤두세우며 피곤에 지쳐있어야 할 그 상황에 그녀는 어디에서 그런 자유를 느끼고 잠들어있던 스스로를 깨울수 있었던걸까. 지긋지긋한 남편이 없어서? 처음 느겨보는 자유와 해방감이 그녀를 자극 시켜서? 자신을 누르고 있던 어떤 것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늘 생각할 필요도, 생각해서도 안되는 공간에 익숙해져 있었던 본인을 깨닫고 생각을 깨워서? .. 어떤것도 아주 틀렸다고 할수 없을것 같다. 여행을 시작할 때 까지만해도 초지일관 어리숙하고 나이브 한 태도로 일관하던 그녀가 그러한 태도로 인해 곤경에 처하고 나아지는 것 없는 상황들을 지내면서 스스로를 바꾼다.  의식적으로 바뀌려고 노력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녀가 스스로의 태도에 문제를 느끼고 다른 방법을 찾았던건지 아니면 그러한 상황들이 그녀의 또다른 모습을 수면위로 끄집어 냈던건지. 어느 누가 영화가 시작할때의 델마를 보고 마지막에 그녀의 선택을 추리할수 있겠는가.
2.
사건이 시작 될쯤 그녀들이 들른 바의 이름은 '실버불렛'이었다. 실버불렛은 그 의미가 하도 신기해서 굉장히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던 단어였던지라 간판이 나왔을 때 어라, 하고 봤던 기억이 있다. 실버불렛은 서양에서 악마나 괴물따위를 퇴치할때 쓰는 탄환을 칭하기도 하고 조금 더 찾아보면 어떤 일에 대한 해결책, 특효약 이라는 메타포도 가지고 있음을 알수있다. 그녀들의 모든 뒤틀림 혹은 일탈의 시발점이 된 장소의 이름이 실버불렛이라니. 그녀들의 인생에 있어서 그곳은 뭐였을까. 강간범이란 괴물을 퇴치한 은제탄환? 더럽고 지저분한, 항상 강자의 입장에 서길 원하는 마초들에 대한 은제 탄환이었을수도. 또는 짓눌리고 울음을 터트리는 여자들에게 내밀어진 거칠고 무시무시한 방법의 해결책이었을까? 감독이 어떤 의미를 담아 (혹은 그냥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싶지않은..) 그 바에 실버불렛이라는 이름을 달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름이었다. 델마를 강간하려 들던 카우보이가 가진 어떤 대표성이나 상징처럼 크게 보여지고 딴 하고 알수있는 메타포가 아니라 지나가면서 아! 하고 생각하고 읽으면서 조립해보게 되는 식의 메타포가 재미있었다.
3.
조금 안타까웠던 것은, 그녀들이 만난 남자는 모조리 악당에 괴물이었던 것. 그렇지 않은 남자들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그녀들은 그런 남자만 만나야 했을까. 얼핏 생각없이 보다가는 남자들의 일반화가 쉽게 성립될것 같아서 조심히 보게 되기도 했던 영화. (사실 그 형사님은 남자라기보단 그녀들을 돕고싶었던 어떤 사람, 정도로밖에 읽히지 않으니까..)
4.
쓰면서 조금씩 정리되긴 하지만 여전히 뭔가 뭉실뭉실 많이 떠다니는 영화.
조금 더 생각해 봐야할것 같기도 하고, 글을 한번 더 써보는것도 좋을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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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금 헛소리지만 100%선택을 할 수있는 순간이 오긴 오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