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이별, 가족.
5, 6월에는 내 생애 마지막 4.5초, 17편의 시와 Be with me, 8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읽고 보았다.
내 생애 마지막 4.5초는 4.5초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죽기 전에는 주마등이 스쳐지나가며 여태 내 삶이 영화처럼 순간적으로 쭈욱 지나간다더니, 죽음을 앞두자 뇌가 폭발하듯이 생각들이 터져나왔다는 느낌이 전달되었다.
17편의 시 중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것은 사건에 휘말린 어느 개의 독백, 작년 이 맘 때 나는 죽었다, 죽음을 향해 똑바로, 형 미겔에게, 였다. 굉장히 다른 느낌의 시들이었지만 내게는 솔직하게 다가와서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대로 다가온다는 느낌이 강했다.

Be with me는 3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한 이야기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시각, 청각 장애인인 테레사 첸 할머니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느낌으로 아내의 죽음을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변심한 애인을 지켜보며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소녀의 이야기와 짝사랑에 시달리고 있고 밥도 늘 혼자 먹는, 급작스럽게 죽게 되는 경비원의 이야기.
내게는 할아버지가 아내를 떠나보내며 울던 모습과 할머니의 영혼이 뒤를 돌며 남편을 지켜본 뒤, 웃는 듯 우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사라지는 장면과 테레사 첸과 만나 그녀의 집에서 조용히 울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강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도 떠나게 되어있다. 어쩌면 내가 먼저 떠날지도 모른다. 죽음이라는 것은 영원히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 같은 거라서 우리는 굉장히 두려워하기도 하고 바라기도 한다. 재밌는 것은 시대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척이나 다르다는 것이다. 흔히 사극에서, 그리고 역사속에서 보면 전쟁이 일어날 때, 혹은 내가 기사일 때 기꺼이 목숨을 바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군을 위해, 레이디를 위해, 나라를 위해, 내 한 목숨을 쉽게 버리기도 한다. 화랑들은 곱게 화장하고 자결하기도 했다고 하고 말이다(선덕여왕 참고ㅎㅎ). 실은 나로서는,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에서는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다고 생각된다.
 16세기였나..그때는 죽음이 미리 예고되었다고 한다. 누워있는데 난데없이 누군가가 침대를 두드린다던가,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면 죽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는 특히나 죽음과 가까운 시대라고 <죽음 앞의 인간>의 작가가 표현했다.
 가끔 북유럽 신화(그리스신화였나..)를 보면 어떤 신이 복수로 사람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심어주게 되었다고 하기도 했다.

8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을 보면서 괴로운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하고 사랑하며 지냈던 사람이 서서히 병들어서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입장은 얼마나 힘들까? 순간 할머니가 생각났다. 내 할아버지는 두 분 다 폐암에 걸려 돌아가셨다.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는 장면은 방안에 누워있는 할아버지와 옆에서 지켜보던 할머니다. 할머니의 표정은 보지 못했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조차 함께 하지 못했다. 수술이 잘못되어서 치료하지 못하는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움직일 때마다의 고통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짓누를 수도 있을까? 나는 할머니가 그 고통을 참으며 오래오래 살아계시기를 바라고 있는 걸까? 실은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게 된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사실은 처음 한 번 봤을 때 중간 쯤에 엄마가 딸들은 안중에도 없고 죽은 아들만 생각하는 모습에 당황스럽고 조금 화가 났다. 심지어는 엄마가 자신의 딸들은 자신의 아들과는 비교도 못한다고 말했었다.
다시 보니 떠나보냈기 때문에 그런 걸까, 싶다. 젊은 나이에 보내버렸으니 각별하게 마음과 기억에 남아 남의 아들 하나도 안 부럽다고 말로 말하며 자신의 아들이 더 훌륭했었다고 믿게 되는 걸까?
주인공의 딸들은 서로 딱 두 살 차이가 났다. 나와 내 동생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게도 오빠가 있었다. 아니, 있을 수도 있었다. 만약 내 오빠가 내가 23살 즈음에 세상을 떠났다면 똑같은 상황이 되었을까?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간다. 이런 질문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어서 답을 내고 싶지 않다.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지,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스테리를 앞두고 난 늘 두려웠다.
누군가는 너무 쿨하게 "우린 어차피 언젠가는 다 죽어"라고 말했지만 난 내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고 나 역시 죽고 싶지 않다. 내 스스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두렵기도 했었다. 요즘엔 깊이 숨을 쉬며 하루하루를 천천히, 하루에 한 걸음씩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나면 그런 두려움도 슬슬 사라진다.

가장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주제의 글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생각들을 하고 새로운 고민들을 안게 된 것 같다.
세상은 나와 너, 우리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