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모든 게 낯설었다. 길찾기 때 느꼈던 건, 하자에서는 평가회의를 참 많이 하다는 점. 모든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어땠니?”라는 질문을 해왔는데, 그 질문에 나의 대답은 “재밌어요” 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아무도 그것 이상의 대답을 물어본 적이 없어서 지금까지 그렇게 편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하자의 판돌들은 계속 질문을 했다. 그렇게 ‘왜?’라고 질문하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대답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길찾기 때 많이 울기도 했었다.


누군가가 우리는 소통 불능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함께 사는 방법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warm 하다’, ‘미지근하다’, ‘표현을 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너의 이야기를 해라’. 하자의 죽돌이라면 꼭 한번 씩 들어봤을 법한 말들. 하지만 우린 표현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재밌어요”라고 말한 건 정말 마음에 들었고 재밌었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을 했던 것이다. 단지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서 설명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길게 말을 하는 게 힘들었다. 친구가 나에게 화를 내면 고개를 숙이면 되고, 뒷담을 까면 맞장구쳐주면 되고, 슬퍼하면 위로해주면 되고, 선생님의 설교가 지겨우면 시험공부만 하면 된다. 이것이 학교에서의 소통방식이다. 성적표가 나의 말을 대신 해주고 나를 증명해주지 않는가. 그런데 무슨 말이 필요한가? 왠지 학교를 뛰쳐나오던 1기 고래들과 비교하자면 신세대 고래들은 점점 벙어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벙어리는 할 이야기가 없어서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도 목소리가 안 나오고 말을 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 [가능성] [존재성]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학교에서의 나는 교복을 입고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이었다. 학교에 소속되어있을 때 나의 정체성은 그러하였다. 그것이 사회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10대의 이미지였고, 성적표가 나의 모든 것을 증명해줬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하자작업장학교로 왔기 때문에 내가 ‘탈학교’를 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허나 일반학교 소속이 아닌 나를 어떻게 설명할지 굉장히 애매했다. 특히나 나는 기획을 하고 싶은데, 디자인이나 영상이나 공연과는 다르게 ‘기획’이라는 건 매체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기획은 기본적으로 매체를 다루는 누구나가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 따라서 디자이너라고 했을 때는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이 있지만, 기획자라고 했을 때는 특정한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영상과 같은 확실한 결과물이 보여 지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나의 작업을 정리하고, 눈에 보이게끔 확인시키는 일은 어렵다.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발전하고 있는지를 나조차 모를 때도 있다. 고래에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목소리가 아예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지 못할 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하자작업장학교라는 공간에 있으면서, 적어도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지 않는다. 하자작업장학교는 내가 누구인지를 계속해서 확인시켜주는 공간이다. 적어도 이 안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 [사람] [만남]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나의


- [꿈]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사회에 나가는 것이 무섭다. 단순히 어떻게 먹고 살 건지에 문제뿐만 아니라, 유리 말처럼 신종플루와 같이 세상에 무서운 게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수많은 기사들이 매일 업데이트 되면서 이 수많은 일을 정리해서 나의 머릿속 지식 창고에 수록하는 작업도 굉장히 오래 걸린다. 내가 이해를 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터져버리고 만다. 하자작업장학교를 다니면서, 이제는 잘 먹고 사는 문제보다 현명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사건들이 터지고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하게 사는 것인지 몰라 두렵다. 내가 기획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즐겁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즐겁게 사는 방법은 내가 어떠한 문제를 인지하면 그것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사회적인 맥락을 잘 읽어나가고 싶다.




원래 이 글 제목 하자야, 고마워 였는데
갈 수록 벙어리 고래에 이해도 못하는 고래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제목을 바꿨다 -ㅅ-
조금 더 정리해야할 것 같다

profile
Lisaa
lisaa@haja.or.kr
http://lisaa.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