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보러가기 전에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극장에 도착해서도 소극장이라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도연극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주었다. 커다란 극장에서 캣츠 뮤지컬을 보았을 때의 웅장함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소박한 즐거움이랄까 여튼 이러한 느낌이었다.

나는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을 모르고 봤다. 내가 조금 아는 것은 사람들이 고도를 기다리지만 고도는 오지 않는 다는 것

을 얼핏 들은 것이 다였다. 나는 오지도 않는데 왜 기다릴까 생각을 하면서 연극을 보았다.

디디 와 고고 라 불리는 두 할아버지가 등장 하면서 연극이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둘이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이들은 나무한그루가 있는 언덕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이것은 고도라는 존재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연극 중간중간에도 고도를 기다린다는 것을 몇번이고 상기시켜 주었다. 디디가 "고도를 기다려야지" 하면 고고가 "아맞다"

라고 하는 식이었다. 고고의 맞장구가 귀여웠다.

여튼 둘이 잡담을 계속 하는 이유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였다. 그들은 꽤 많은 시간을 고도를 기다려 왔지만 고도는 오지

않았다. 고도가 오건말건 이들은 올꺼라 믿으며 기다린다.

어느 순간 포조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내가 연극을 지루하다고 느낄 때 쯔음 포조와 그의 하인인 럭키가 등장한다.

이때부터 난 아주 재미있게 봤다. 일단 등장한 포조가 연기력이 발군이었다. 목소리 부터가 우렁차서 내 잠이 다 달아났다.

목소리 외에도 코메디적인 요소를 많이 갖춘 사람이었다. 보는 내내 즐겁게 해주었다.

특히 후반부에 장님이 되어 나타나서 넘어졌는데 일어나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장면은 희대의 명장면 이었다.

아 생각을 하니 또 웃긴다ㅋㅋㅋ 그들이 고도를 기다리는 동안 별로 지루하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고도를 기다렸지만 고도는 끝내 오지 않는다. 두사람은 절망하고 연극은 막이 내린다.

웃고 즐기는 것 만으로 끝나지 않고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었다.

연극이 끝나고 작가와의 대화에서 고도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는데 나는 고도를 신이라고 표현하는게 적절한 것 같다.

신의 구원을 바라며 기다리는 사람들. 그 신은 언제올지 모른다. 안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지할 것이 필요한 인간들은 그 한줄기 희망을 믿고 기다리고 기다린다고 생각을 하니 순간 인간이 나약하고 불쌍해 보

였다. 저런 때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전쟁에 관한 이야기도 잠시 했었다. 전쟁이란 파괴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바로 옆에 있는 동료가 어느새 싸늘한 시체로

죽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만약 신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나겠는가? 사람들은 신을 불신하고 신을 저버린다.

정말 참혹한 시기였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이러한 시기가 지나고 안락한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 라는 질문을 쌩뚱맞게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