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합니다.
글도 아직 수정이 덜 된 상태라, 오늘 내로 수정하겠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는 내가 권유로 읽게 된 책 중 하나다. 당시에는 희곡에 대해 처음 접한 터라, 읽는 내내 장면을 상상하는 노력을 해야 했다. 소설이나 에세이만 주로 읽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평가나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또한 책은 얇은 반면 작품 자체는 신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길게 느껴져 에스트라공이나 블라디미르의 동문서답에 집중했다. 그 때 나의 독후감에는 포조와 럭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다. 그래서 연극을 볼 때는 고고와 디디에 초점을 맞췄다.


- 고고와 디디는 한 사람?


작품 내내 고고는 디디를 거부하다가도 다시 받아들이고, 그러면서도 거리를 유지했고, 디디는 계속 고고에게 들이댔다. 또한 디디가 고고와 다른 모든 것을 관찰하고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많이 보인 반면에, 고고는 외부의 모든 정보를 거부하고 인간의 기본 감각에만 촉을 세웠다. 나는 고고와 디디를 합친 모습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추측했다.

몇 번을 우려먹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나는 항상 듣는 말이 “너는 평소 하는 말이랑 회의 때나 글 쓸 때 하는 말이 다르니?”이다. 평소에는 장난치듯, 전혀 진지하지 않아 보이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글을 쓸 때나 회의를 할 때는 다소 날카롭게 말한다. 날카로운 지적은 때때로 좋지만, 그냥 날이 선 말은 좋지 않다. 내 생각에는 그게 나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본다. 하지만 말을 날카롭게 하지만 내 생각은 잘 드러나도록 말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물이나 사람, 풍경을 관찰하면서 혼자 내 나름의 배움을 찾는다. 가족을 보면서 나의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가족적인 나를 구성하는 내면을 탐구한다거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를 포함하여 여자들의 우정의 깊이와 남자들의 우정의 깊이 같은 것을 고민해본다. 그러다가 영화 시나리오나 글을 쓰고, 가끔 내 생각과 관련된 책이나 영화를 찾아본다. 이게 아마도 나의 공부 혹은 작업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평소에도 꾸준히 하는 반면에 말은 그렇지 않게 한다. 말할 때는 정말 생각 없이 그냥 말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할 때는 디디 같지만 말 할 때는 고고 같다.


- 나에게 고도란?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기 전 히옥스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내 나름대로 해석했을 때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고도와 베케트가 살아간 시대의 고도를 생각하면서 연극을 보라는 말씀이었다. 사실, 나만의 해석일지도 모르지.

나에게 고도는 꽤 어려운 존재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이대 인문학에서 루터의 종교개혁을 배운 뒤 쓴 강의 리뷰에도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썼다. 나는 기독교보다 불교가 좋다. 신은 내 마음 안에 있다는 말이, 내가 몇 년 전 교회를 다니면서 ‘그만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준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신은 내 마음에 있다. 기도를 할 때도 나는 내 마음속으로 기도하지, 신이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기도를 하지는 않는다. 또한 굳이 기도할 때 손을 감싸 쥐고 웅얼거리지 않는다. 그냥 누워서 잠들기 전 편하게 기도하기도 하고, 바라는 게 있음에도 기도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기도를 ‘자가 최면’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신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작품해설에서 의자와 나무가 십자가를 연상시키고, 그것은 곧 고도가 신이라고 해석했다는 지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해본 것이다(하지만 작품 안에 있는 대사 중 고도의 수염은 흰색이다=곧 고도는 금방 노환으로 죽는다=신은 죽는다는 베케트의 비유인가?). 그렇다면 나에게 고도는 무엇일까? 돈, 명예, 칭찬, 춤, 폭 넓은 지식, 완벽한 인간? 만약 고도를 ‘정한다’면 나는 굳이 정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기다리고 있는 게 없다. 예전에는 집 떠난 누군가를 기다리며 밤마다 눈물을 쥐어짜곤 했지만, 지금은 기다리지 않는다.

고도는 내 인생의 목표이다. 목표는 내가 찾아가는 것이고, 의지가 있는 단어다. 마냥 기다려야 하는 전지적인 신이 되면 나는 나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는 고고와 디디를 응원하고 싶다. 옛날에는 전쟁 통에 무수히 죽어나간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는 전쟁도, 눈에 보이는 죽음도 없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주도적 고도를 찾아야 한다. 나는 하루 혹은 1년 혹은 30년마다 나만의 고도가 계속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의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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