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작업장학교 2012학년도 가을학기 수료와 2013학년도 입학을 축하하는 의례의 잔치를 준비했습니다.
얼마전 수료를 준비하면서
지난 2년간 배우고 들었던 개념들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수십개의 단어들을 나열해보면서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추려진 세 개의 개념은
"상생", "과정" 그리고 "자공공"이었습니다.
사실 기억해보면 '상생'이란 단어 자체를 사용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왔던 여러 프로젝트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세대와 세대 사이에, 서울과 (글로컬) 지역 사이에,
사람과 식물, 사람과 동물, 사람과 하늘과 바다와 땅
어쩌면 사람을 굳이 언급하지 않고 자연과 우주
긴 시간을 지내온 과거와 미래, 그리고 그 사이의 현재
그 모든 것 사이에서 우리는 어느새 "함께 살림"이라는 '상생'의 키워드를 가장 중요하게 꼽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함께 살림"이란, (성공적인) 결과가 확보된 조건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순간순간 진지한 공감과 열정의 선택들이 이어져온 것임을
'불이 난 숲'을 마주한 크리킨디들이 생각할 수 있는, 마음으로부터의 선택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과정을 만들고 경험해가면서 좀 더 나은 과정이 되도록 수선해나가는
과정의 세부를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자리와 역할을 발견해내는
'창조적 참여'의 시인들(侍人)이 되어보자는 얘기를 나누게 되었던 것이구요.
작년 내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돌보고, 새로운 공공성의 영역을 만들어가자'는
"자공공"(自共公) 개념을 여러모로 음미하고 실험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습니다.
지난 해의 가을학기를 함께 마친 24명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중 9명은 학교의 수료과정 2년을 마칩니다.
그 가운데 7명은 올해 졸업학년에 참여하게 되었고요.
2년의 과정을 함께 지내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입학하자마자 타이헨극단의 구로코가 되어 1년반 과정의 작품 상연에 참여했습니다.
또 입학하자마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노력해오셨던 분들의 그 간절한 마음으로부터 울림을 얻었습니다.
율면의 콩세알농장과 여수의 섬에서 선배와 친구들을 만나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하고 해본 것도 이때입니다.
이후에도 우리는 여러 곳을 다니며 중요한 공부와 만남을 이어갔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노래하고 춤추고 그러면서 공부를 이어나가기도 했지만
하자마을의 풍경을 바꾸고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바꿔나가는 일도 시작했습니다.
성실하게 흘리는 땀의 중요성을 몸으로 익히려고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선뜻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마련해주시고 또 곁불쬐기를 허락해주신 많은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분들께도 고맙습니다. 한분씩 여기서 거론하지 못하지만 선생님들이 없으셨으면
아마 그 시간을 지나오는 길, 어려움과 갈등은 말도 못했을 것입니다.
앞서 나간 길을 보여주시고 또 길도 내주시고 함께 걸어주시기도 하셨지요.
저마다 언젠가는, 그 길에 한 걸음 다가서서 함께 걷는 동료가 되는 날을 꿈꿔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2년간 불평없이 꿋꿋이 함께 해온
별, 선호, 주님, 미난, 신상, 풀, 푸른, 아이, 온이 2년의 과정을 마칩니다.
학교의 추천서를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그런 수료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배움을 마무리해내는 졸업과정이 시즌2 처음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졸업과정을 선택하지 않은 풀과 아이는,
힙합 래퍼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장수에서 서울로 올라온 풀은
그간 힙합으로 향하는 마음을 잠시 간직해두고, 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하자작업장학교의 배움의 여정에 진지한 참여를 해왔습니다.
상냥하고 밝은 웃음의 아이는 괴산의 작은 학교에서 행복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가
갑작스럽게 바빠진 일정으로 정신없어 하면서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신나게 쉬깔류를 흔들고, 또 다정하게 돌보고 배려하는 모습을 잃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지나간 2년을 마무리합니다.
4학기로 이어지는 마루와 훈제
3학기의 핑두와 까르 그리고 벗아와 나나.
함께 시작했던 초코, 다미는 좀 더 자신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2학기를 시작하게 될 고다, 미르, 하록, 서키도 있습니다.
한 학기이지만 함께 지내온 검은별, 마, 미로 또한 각자의 새로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어쩌면 이미 마음 속에 있던 길, 지난 6개월간 다양한 시각을 통해 앞으로의 길을 다시 들여다보았길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문턱없이 드나들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지지하는
그런 사이로 지내고 싶습니다.
"두려움없이"(fearlessness)는 우리가 함께 손바닥을 들어보이며
담대한 의지의 제스쳐를 이어갔던 캠페인이기도 하지요.
하자작업장학교라는 배에서 내려
또 다른 길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두려움없이" 걸어가라고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함께 가자"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1학기를 시작하는 새로운 입학생들
중등 실과학교의 호철, 아영, 우혁이와
고등 크리킨디학교의 동원, 예슬, 서형, 지형, 예지나, 원석, 정민, 지연, 효제, 나경, 시연
그리고 청년작업장의 동녘, 오다, 무브, 쇼
도 함께
또 새로운 2013년 하자작업장학교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 배움의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여러분들에게 감사하고 서로 축하해주세요.
"함께 가자"의 디딤돌을 놓는 자리에
그 시간을 함께 해주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3. 3. 3.
하자작업장학교 일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