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온다. 문 앞 신발장에는 샌들, 운동화, 부츠, 구두가 제 멋대로 늘어져있다. 여자는 신발장 앞에 서서 짧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신발을 신은채로 다른 신발들을 발로만 쓱쓱 밀어내 벽 한쪽으로 가지런히 모은다. 한쪽 벽에는 신발들이 코를 내밀고 일렬로 놓여있다. 이제 여자는 줄지어있는 신발들 맨 끝 쪽으로가 자기 신발을 벗어놓는다. 그리고는 거실로 발을 끌며 걸어간다. 거실에는 불이 꺼져있다. 하지만 현관문 맞은편 베란다에 큰 창문이 있기 때문에 어둡지 않다. 여자는 집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낮춰 왼쪽 오른쪽을 둘러본다. 왼쪽에 여자의 언니가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다. 언니의 주변에는 파란 가방, A4용지, 유리컵, 신문, 핸드폰 충전기들이 온 바닥 사방에 뿌려져있다. 거실에 서있던 여자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진다. 결국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바닥에 흩어져있는 신문을 주워 모아 일부러 탁 소리 나게 던진다. 그리고는 ‘아이씨’ ‘짜증나’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궁시렁거린다. 여자는 거실을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니면서 떨어진 물건들을 줍는다. 거실에 놓인 책상에 있는 책과 옷, 종이들까지 정리한다. 궁시렁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끝내 책상에 있는 물건을 가지런히 놓은 후에야 ‘아휴’하고 한숨을 깊게 내쉰다. 고개를 돌려 부엌, 책상, 바닥을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잠시 서있다. 찌푸려진 미간은 펴지지 않는다. 결국 여자는 베란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힘겨운 신음소리를 내며 청소기를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