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 빛 하늘에 별이 한 두 개 보인다. 아스팔트길에서 시멘트 길로 바뀐다. 동네에는 가로등 한 두 개가 불을 켜고 있고,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다가구 주택들은 골목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가로등 불빛에 비쳐져 벽돌이 주황색 빛으로 보인다. 언덕 위에 불이 켜져 있는 한 집이 보인다. 여자는 집에서 기다릴 동생을 생각한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올라간다. 가파른 경사 때문에 발바닥부터 발목, 무릎, 허리에 피로함이 몰려온다. 터벅터벅. 이어폰으로 나오는 음악소리에 발을 맞춰 발걸음을 겨우 뗀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앞을 보니 한참 남은 오르막에 폐 속부터 깊게 숨이 나온다. 후우. 오늘 학교에서 내준 과제가 생각난다. 후우

스윽

왼쪽 팔에 무언가 스치는 느낌이 난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그 느낌에 온몸에 있는 털들이 곤두선다. 이어폰 한쪽을 빼며 머리를 홱 돌린다. 일반 승용차 크기의 운전석에 한 남자가 앉아있다. 차의 색은 주변이 어두워 확인할 수 없다. 그 남자는 창문을 내리고 그곳에 팔을 걸치고 여자가 걸어온 길을 응시하고 있다. 여자와 부딪혔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 머릿속에는 저 남자가 누구인지, 왜 밑을 응시하고 있는 것인지, 그럼 아까부터 나를 본 것인지, 요즘에 일어나는 묻지마 살인범 같은 건 아닌지 지난 날 본 영화 추격자의 연쇄살인범 역의 하정우가 떠오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다면 힐끗힐끗 쳐다보지 말고 모르는 척 가라는 동생의 말이 떠올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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