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히옥스와 했던 첫 미팅이 생각난다. 나는 그때 히옥스에게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해 '현실감이 없고 나와 너무 먼 이야기로 느껴져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겠다'라고 말씀드렸다. 사실은 지금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나는 핵발전소라는 것의 위험성과 폭력성을 나름대로(항상 생각하는데 '나름대로'라는 단어는 참 편리하다) 현실감있게 느끼고 있고 그래서 탈핵을 외치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깨달은 것인데, 그 사고는 나에게 있어 '나와 내 주변에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끔찍한 전례' 정도로 취급되고 있었다. '나와 내 주변사람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했다. 사실 그런 생각은 늘 한다. 내가 아프리카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사지 멀쩡하고 정신 멀쩡해서 다행이다..종종 생각하는데 서경식 선생님이 말씀하신 공감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한참 부족하다. 평소에도 아무리 감동적이고 슬픈 영화를 보아도 눈물을 흘리는 일은 매우매우 드물었고 나의 도덕과 양심과 이성이 이것은 감동적이고 슬픈 일이라고 말 할 뿐이었다. 그랬는데, 그것이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닫다니. 놀랍다. 이제부터라도 그 인재지변에 대한 제대로 된 생각과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2.요새 사람의 무의식과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한다. 예를들어, 나는 지난학기 말에 정말 당장 죽을 것 처럼 힘들었고 항상 머릿속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명언이며 진리인 문장을 되뇌이며 학교를 다녔는데, 지금은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비슷하게 서경식 선생님의 강의 마지막에 어떤 여성분이 태안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언급했을 때 나는 정말로 온 몸에 소름이 좀 돋았다. 나는 당시에 어렸지만(몇년 전 일인지 찾아보니 4년 전이다) 그 사고를 끔찍해하며 뉴스와 기사를 챙겨보곤 했는데, (자원봉사를 갈 생각은 안했다..) 그렇게 치를 떨어놓고서는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같은 곳에서 보면, 오랫동안 헤어져있어야 하거나 앞으로 평생 볼 수 없는 고인에게 '잊지 않을게요'라는 말을 건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그것이 매우 감사한 말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지만, 이제 그것이 확실해졌다. '기억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지 2년이 흘렀고, 밀양 분신자살 사건이 나 사람들의 이목을 끈지는 1년이 조금 지났다. 사람들은 점점 망각해 가고있을 것이다. 정말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계속해서 어떤 자극정보가 있어야 할텐데.


3.모리즈미 다카시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까르와 대화했던 것이 있다. 지금까지 나는 핵발전소가 계속해서 가동된다면 언젠가는 터질 사고와 방페장의 위험성, 그리고 거대한 세력이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휘두르고 있는 폭력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우려해 왔는데 방사능이라는 끔찍한 독극물은 이미 우리에게 큰 위협을 주고 있고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뿐 아니라 더욱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것을 떠올리고 나니 좀 막막해지면서 희망의 꺼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히옥스가 탈핵이 왜 무거운 주제인지 생각해보라고 말씀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생각에 그 이유는 탈핵이란 것은 내가 최선을 다해서 움직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나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수많고 더럽고 어두운 이해관계들이 얽혀있어서 어디서 부터 손을 대어야할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감조차 잘 잡히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도 희망을 잃으면 안되겠지.


4.여기 주간리뷰도 쓰는건가요? 짧게 하겠습니다.

지난주에 몸이 계속 안좋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녔던 중 가장 좋았던 일주일 이었다. 끝나는 시간이 당겨져서 그런건지 생활에도 여유가 생기고,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수업 받는것도 꽤 즐거운데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데면데면했던 몇몇 죽돌들과 갑자기 가까워 지고 대화를 하게 되기도 해서. 마음은 꽤 풍족하고 적당한 열의에 차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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