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요일날 기무사에 갔을 때 다 보지 못했다! 이것은 보통 아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시간은 턱 없이 모잘랐다. 나는 작품을 [시각으로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만든이의 의도와 내가 읽은 해석-> 질문]을 추출하여 나의 것으로 흡수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날 1층, 지하밖에 다 보지 못하고 2일 후 월요일날 다시 왔다.

이 많은 전시물에 대한 질문과 해석들을 어떻게 풀어서 쓴담? 사실 이걸 다 풀어낸다면 그 누구도 나의 리뷰를 끈기를 가지고야만 볼 수 있을 것이다. 범위를 줄여야겠다.

순서는 방문 루트로 정했다.

1층


마치 우리의 이번해 서밋 오프닝 때 나온 영상효과에 의한 형상과 비슷했다.
흔들흔들 아른거리는 '플랫폼 인 기무사'는 멋진 기분으로 시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파워포인트는 어디서 쏘고 있는지 두리번 거렸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SAN이 무엇인지 알려준다기에, 뒤쪽으로 갔더니
그물과 보잘 것 없는 것들에 선풍기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말도 안돼....... 생각의 전환의 깊이를 갖추려면, 아직도 공부가 필요했다. 아직도 시각에 의존하고 있었다니.

나는 72 모나 하툼의 전시작품이 나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위험한 전류가 흐르는 부품과 연결되어 있는 백열등은 눈에 거슬릴 정도로 애매한 간격으로 깜빡깜빡 거리었다. 물론 이것은 위태로운 인간의 삶에 비유에 표현한 것 이기 때문에 그러했을 것이다. 너무 희미하다가도, 갑자기 꺼졌다가 전구가 터질기세로 불이 사납게 번뜩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접근하게 되었다. 72번 장소는 원래 회의실이었다. 혹시 이 장소를 본 사람이 있나? 이 옆에는 작은 방송실인지, 정말 무엇인지 모를 장소가 있다. 이것은 죄수를 가둬놓고 심문할 때 쓰는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이는 창]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대체 왜 이 장소에 필요했냐는 말이다. 만약 이 장소가 작가의 의도대로 였다면, 이 위태로운 삶을 어느 3인칭 관찰자가 우리를 지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 해석에 따르면, 그 장소는 주변인이 될 수도 있고, 국가, 가족 등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내가 그 장소에서 그 전시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니 이렇듯 누군가 내 삶을 관찰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

들어가기 전에도 암시라도 하듯, 입구에는 군인의 사진이 걸려있었고 지하에도 군인의 사진이 있었다.

작업장학교 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13 크리스티안 마클레이 의 전시물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지하에 있는 전시물들이 나는 인상깊었다. 쇼파의자 위 화중시계, 문 한짝이 모자른 칠흑같은 구석을 가지고 있는 수납장, 시계소리. 째깍째깍 하는 소리는 정신착란증이라도 유발 시킬 듯, 그 느낌은 기무사의 지하라는 느낌을 주었다. 1층에서는 정상적이었던(사실 들리고 감별하지는 않았지만) 내 심장박동소리가 지하에 와서는 빨라지며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소문의 악마의 소리는 못 들었다. 그러나 비명소리라도 들릴 듯 고조된 긴장된 분위기는 심호흡에 가까운 산소를 요구했다.

시선이 가는 곳은 쇼파의자와 그 화중시계다. 시계는 정확한 시간을 가르키고 있었으며 박자에 맞춰 잘 가는데, 나는 그것보다 누구라도 달려 나올 것 같은 문 한짝 없는 수납장이었다. 그 곳에는 빛이 들지 않고 그냥 칠흑같은 어둠이다.
그 와중에 내 머리 구석 끝에 잊고있던 기억이 무의식으로 튀어나왔다. 필름이 지나가듯 촤르르륵.

나는 시계소리에 대한 추억이나 악몽은 없지만 늘 즐겨 들어가던 곳은 책상아래, 장롱 안, 수납장 같은 곳 이었다. 누구는 그러한 공간이 칙칙하고 어둡고 무섭다고 했지만, 나는 그 어두움이 나를 심리적으로 감싸주는 듯 했다. 어렸을 적 야밤 숨바꼭질에 내 딴에서는 수납장은 무척이나 좋은 공간이었다. 존재를 감춰주는 것, 또한 어둠이 나의 추위를 내 쫓기라도 하듯 포근해지는 것.
어둠이 어떤 누구에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어릴적 수납장(아니, 수납장이라기 보다는 작은 장롱이라고 해야하나?)에 자주 갔던 본인 같은 경우에는 칠흑으로 손을 뻗는데 익숙하였다. 그러나 이곳의 어둠은 음산한 기운이 서려있음에 몸은 반응 했던 것 같다. SAN의 말을 빌려, [이곳은 기무사 스러운 곳]이라고 나도 동감의 표를 한다.

2층

2층에 올라서자 마자 38 정윤석분의 작품을 보았다. 영상물이었으며, 옛날 독립 후의 한국의 광고를 보여주는 듯 했다. 무슨 의도로 한지 한번에 이해는 못 했으나, 역사를 기록한다는 취지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해한 부분은 그것이 아니다.

약 50년 정도 되었을까. 그 광고를 통해 유추해낼 수 있는 그 시대의 모토는 [정직, 양심, 고발]이다. 고발, 간첩을 발견하면 고발하자! 아직도 그 말을 서울 메트로에서도 잘 포장하여 말하듯이(이상한 행동을 보이시는 분이 있으시면 즉시 ____번호로 연락 해주십시오) 그 문화가 뿌리 깊게 잡혀이는데. 양심과 정직함 사이에 고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나는 이상했다. 양심과 정직으로 가는 사회정책이었다면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대화가 첫 순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발이라는 단어가 들어감으로써 고발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것이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만약, 정말로 간첩을 보았다면 신고전화를 주면 된다고 하면 될 것인거늘. 고발, 이 단어때문에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어 발생하는 '허위 신고'라던지. 많은 것을 초래하지 않았을까.

문제는 당시 사회에 군인의 개입이 매우 심했다. 나는 엄청난 충격의 문구를 보았다.
실 없는 한마디에 총탄 맞는다.
이게 어째서 TV광고에 나올 이야기인가? TV광고 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인가? 탄압이라는 단어가 물리적 폭력이 아닌 정보매체에서 퍼졌다는 것은 엄청난 효과를 불러왔을텐데 그야말로 이것은 탄압 아닌가? 국민을 위한 나라가 아니었다. 국민이 나라를 살리는게 아니라 나라가 국민을 죽이며, 뭣하면 세력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자기들의 유토피아라도 세울 계획이었다. 나는 이 문구에 대해 정말로 명치쪽이 부글부글해짐을 느낀다. 이것이 정말로 [정직, 양심]이란 말인가? Just [고발]이 아닌가?

3층

55 김재범분의 작품을 보았다. 비행기가 빌딩에 들이받음과, 장애인 복지관이 물에잠기든가, 총살 당하기 직전이라든가. 하아.
작가가 스크랩 해놓은 기사을 읽다가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문구에서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 사진들과 함께 나열해 놓아서인가. 아이가 총게임과(=살인게임) 공포영화(=잔인함을 띄고있는 영화)를 접하면서 어릴적부터 자극적인 매체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가?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아름답지 못하게 싸우고 있다. 그것은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아니면 다른 게임과 영화같은 매체속에서 " 싸움 " 에 익숙한지 모른다.

67황세준분의 [어느 멋진 날]
풍경 좋은 하늘에 포크레인이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감각하다. 공사판의 장비들은 때때로 인간의 생명에 위협을 주기도 하고, 어느 한 공간을 붕괴시킴과 다른 공간을 위해 재편성을 하기도 하는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내가 말 하고 싶은 것은, 공사는 이제 도시에서의 익숙한 이미지가 된 듯 하다. 요즘 310호 창문 밖을 내다 볼 때마다 유스호스텔공사가 한창인데 나는 내 주변 공간이 무너져 가는 느낌이 왔다. 나 또한 지나가던 한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했던 카페 앞 스테이지, 식당에 자리가 없을 때 대신 식탁이 되어주던 나무 그늘 아래 의자와 상, 컨테이너가 위치하던 자리, 나무들, 원형 잔디밭 등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아쉬움, 애틋함, 살벌할 줄 몰랐다. 빌딩을 지어도 무덤덤, 공간을 다시 파도 무덤덤 했던 내가 이건...... [어느 멋진 날] 이라는 말이 [운수 좋은 날] 만큼 제목이 내게는 쎄다.

(별관과 수송대에서는 큰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리뷰에 넣지 않았습니다.)

기무사를 다녀오며

- [읽음]은 중요하다. 영화, 미술 등 시각매체도 더 이상 [보는 것]만으로 깊게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 예술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 방 문들을 보았는가? 201호, 101호 같은 문짝에서 [201,     1호] 라고 붙여져 있다. 대부분의 방 문짝들에 넘버들이
고정되어있지 않고 한 두어개씩 항상 떼어져 있다. 이것은 작가들이 행여나 기무사에 있는 원혼들을 위한 작은 기도일까? 아니면 당시 고문을 받던 이들이 외치는 작은 혁명의 불씨였을까?

- 출입 금지방을 들어가 보았다. 아무도 없는 칠흑같은 어둠과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아찔한 공포인가. 옆 방의 의미심장한 작품들을 보다가도 [아, 이곳은 기무사다]를  알 수 있게 해 준것은 출입 금지방이다. 그러나 왜 출입금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느껴지는 기운에 의하면 그곳은 아무 이유 없이 소름이 끼쳤다. 원혼들이 [내 얘기좀 들어봐]라고 외치는 것은 아닐지.

- 보고 이해 한 것들에 대하여 새로운 질문을 던질 뿐, 이해 하려 싸우려 든다면 나는 [싸움에 익숙한 사람들]이라고 말 할 자격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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