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에 발을 들여 놓기 전에 깨끗이 칠해져있던 하얀 벽과 달리 안의 모습은 무겁고 칙칙하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양 옆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과 군데군데 나 있는 작은 통로들, 그리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또 다른 문들과 마주하게 되는
미로 같은 건물 구조.
복도와 방을 연결시켜주는 문들을 넘어서기 전에 나는 그 안으로 보이는 전시물들과 그 방의 생김새를 먼저 훑어보고 들어갔다.
(기무사의 분위기와 냄새때문이었던지 안으로 들어가기가 조금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각각의 방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그 방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어있을까? 라는 생각이 더 머릿 속에 맴돌았다.
사실 기무사를 보고 나서는 머릿 속이 하얀 백지가 된 기분이었는데 조금 시간이 흐른 지금, 기무사의 전시물들을
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간들과 전시물들을 쓰려 한다.

지하벙커. 지하실의 특유한 냄새와 느껴지는 습기들, 침묵들이 계단을 내려오는 나를 맞아주었다.
내려오자마자, 어두컴컴함 안에서 많은 소리들이 내 귀를 파고들었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모니터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들의 소리, 소곤소곤하는 말 소리... 숨 막혔다. 
그 속에서 균일한 소리를 내는 시계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시계 소리를 들으니 어릴 때 혼자 침대에 누워 있는데 잠은 오지 않고 방문은 조금의 빛이 새어나올 정도로만 닫혀 있어서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가운데 똑딱똑딱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던 방이 생각났다. 
그 소리가 지상에 있을 때보다 더 심한 긴장감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2층에 전시되어 있는 '배를 드러낸 사진'을 보고선 깜짝 놀랐다.
복도 한 가운데 배를 드러낸 사진들이 쭈욱 전시되어 있으니...
뭐랄까. 카메라 앞에서 몸을 드러내는 행위는 낯설다고 느껴졌고 특히 배를 드러낸다는 것은 더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밑에 자신들의 바람이 쓰여진(알아보기 힘든 글씨도 몇 있었지만) 글들을 보면서 
속에서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느껴져왔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금 1g에서 황금빛 고구마로' 라는 영상을 참 재밌게 보았다.
처음에 가지고 있던 금 1g이 MP3 player로 바뀌고 그것이 또 옷으로 바뀌고 기념품으로 바뀌고 핸드폰 줄 3개로 바뀌고
물담배로 바뀌고 타블라로 바뀌고 털양말 7개로 바뀌고 낙타인형 2개로 바뀌고 두건으로 바뀌고 감자깎는 칼로 바뀌고
다과 4개로 바뀌어 황금빛 고구마까지 연속적인 물물교환의 과정을 보면서,
또, 마지막으로 "이 까맣게 그을린 껍질은 무엇으로 바꿀 수 있을까?" 라고 물었을 때 "웃음이 아닐까?" 라고 웃으며
대답하던 작가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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