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펑카프릭&부슷다 @ 꽃 090926


조한의 인문학 강연이 끝나고, 홍대 쌀집고양이에서 식사를 마쳤더니 몇몇이 요즘 엽이 하고 있다는 보사노바 밴드인 ‘화분’의 공연을 보러간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멋모르고 따라간 곳은 누군가 길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혼자서 찾아내기 매우 힘들 정도에, 간판조차도 없는 ‘꽃’ 이라는 이름의 클럽(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뭐라고 부르면 좋을 지….)이었다. 깊숙한 지하에 위치한, 생각보다 아주 좁은 공간이어서 ‘여기서 공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333마루 크기도 안 되었으니….  안은 온통 오래되고 묵은 나무색과 담배 연기와 온갖 포스터와 그림, 낙서들이 벽에 달라붙어있었다. 한 구석에 카운트 테이블과 뒤에 쌓여져있는 묵은 LP판들, 바닥에는 간간히 못이 빠져 휘고 튀어나온 목재들이 이루고 있는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이 신기했던 곳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라하는 분위기였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거의 모두가 예전부터 서로를 알고 드나드는 분위기로 굉장히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


그 날 공연은, ‘꽃’의 11주년을 맞아서 ‘펑카프릭&부슷다’라는 이름부터 Funky한 밴드가 1부, 2부로 나누어 연주하고 오프닝으로 엽의 보사노바 밴드인 ‘화분’이 연주하는 형태였다.

위에서 썼듯, 그 장소의 크기는 원래 라이브 클럽의 용도가 아닌지 333마루보다 좁았고, 스테이지도 딱히 없이 공연자와 관객이 거의 닿을 정도로 마련되어있는 정도였기에 제대로 공연이 진행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내 걱정에 상관없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맥주를 마시기도 하면서(오해하지 마시라, 난 맥주따위 마시지 않았음 ㅠㅠㅠㅠㅠㅠ) 그러던 와중에 ‘화분’이 무대에 오르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엽의 이야기를 듣거나, 주간계획표를 볼 때마다 가끔씩 ‘화분’ 밴드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는데, 이번에 그 궁금함이 좀 풀렸던 것 같다. 처음은 'sonh meu'로 스타트를 끊었는데, 이 쪽 음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짜인 내가 모처럼 아는 몇 안 되는 노래가 나와서 신나게 따라 불렀다. festeza에서도 지난번 ‘3인의 대담, 다시 행복을 묻다.’ 공연에 하려고 이 곡을 연습했었는데 부족한 준비로 인해 결국 깨지고 못하게 되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어제 이 공연에서 ‘화분’이 즐겁게 연주하는 것을 보고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힘을 받았다.) 보컬, 퍼커션, 기타로 보사노바를 연주하던 화분은 비교적 심플한 구성이었지만 그 공간을 서서히 따듯한 에너지로 메워가는 좋은 음악을 들려줬다. 이 날은 항상 310호에서만 봐오던 엽과는 다른 엽을 만나서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화분’의 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펑카프릭&부슷다’가 등장했다. 이름처럼 공연장소의 분위기처럼 펑키한 음악을 하는 팀이었는데, 그들의 공연으로 인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funk나 레게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색함을 조금은 없앨 수 있었던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공연 팀 내에서도 포디나 엽, 무브는 funk, 레게를 좋아하고 자주 연주하곤 하는데 항상 나는 그런 음악에 대해서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듣게 되면 ‘좋다’는 생각만 들고 몸으로 그루브를 타거나 그런 음악을 따로 찾아들을 정도까지가 아닌 것이다. 왜 그런지 평소에 스스로도 의아했던 게 있다. 하지만 머리로만 듣는 게 아닌, 공연장에서 실제로 몸에 날아와 부딪히는 사운드를 체감하고 느껴보니까, 나도 얼마든지 그런 그루빙한 음악들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다. 좁게만 느껴졌던 공간과 따로 스테이지가 없던 것이 오히려 뮤지션들과 좀 더 가깝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펑카프릭 부슷다’의 차례가 끝나고 난 뒤에는 외계인 가면을 쓴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해 엄청난 리듬의 난타를 보여주고 ‘꽃’의 생일을 다 같이 축하해주었다. 아마도 그 팀은 ‘외계인 난타’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지난번에 내가 쓴 프린지 페스티벌 리뷰에 나오는 ‘아서라 이그’의 전 차례에 공연했던 팀이 외계인 난타였다.(엽한테 물어봤을 때 그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이름이 특이해서 꼭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는데, 예상외로 헤맸던 터라 보지 못해 아쉬웠던 팀이었다. 실제로 공연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엄청난 필인과 스트로크, 그 때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리듬들…. 그 두 분은 라퍼커션의 멤버들이시라고 하는데, 딱히 퍼커션뿐만 아니라 음악을 업으로 삼고 먹고 산다는 것에 있어서 어떤 노력이 같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경우에는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어쨌든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나는 집으로 떠났다. 홍대가 클럽, 라이브 등의 문화로 유명하다는 것은 평소에도 알고 있었고 나중에 인디 뮤지션으로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지만 직접 이런 곳(다른 라이브클럽들이 전부 ‘꽃’ 같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른 곳도 가보고 싶다. )에서 라이브를 경험해 본 것은 처음가지는 경험이었다. 꽤 즐겁게 놀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그런 문화들이 어색하기만 하다. 앞으로 공연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좀 더 이런 문화들을 체험하는 것도 공부다. 많은 공연을 접하고 때로는 연주하면서 내가 지속적으로 학습해나가고 싶은 ‘무브먼트를 만드는 공연’에 대한 것의 틀을 만들어 가자.


*그냥 보고 무시해도 좋은 주관적인 내 생각.


정말 늦은 시각, 홍대 부근에 올 때마다 눈살 찌푸리게 되는 광경이 있다. 앉은 자리에서 대체 얼마나 마시고 먹어치우는지 모를 정도의 쓰레기들과 술병들이 그것들이다.

문화의 거리이다, 뭐다 하는데 대체 나는 ‘홍대만의 문화’라는 게 지금도 있는 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아무데서나 앉아서 술 마시고 먹고 앉은 자리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이 문화라면, 난 인정할 수 없다. 애초에 홍익 어린이 놀이터였는지 뭐였는지 모를 ‘놀이터’라는 공간은 밤만 되면 술판으로 변해서는 쓰레기가 나뒹굴고 곳곳에 담배꽁초가 찌그러져 있는 퇴폐적인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5번 출구 옆 KFC근처 편의점만 가도 그 앞에서 온갖 쓰레기들이 쓰산쓰해를 이룬다.

물론 홍대가 기존의, 지금까지 내가 알고 지내왔던 문화들보다 자유로우며 재기발랄하고, 기발하고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소비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것들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그저 널려있는 음식점들과 옷가게들이 대변하는 소비문화로 보이지만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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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따라 엽이 참 멋지게 보였었지요. 같이 봤으면 좋았을걸....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자주 가봐야겠네요, 어제 너무 촌놈티를 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