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그러나 아름다운
기사제공 mbnart2009-09-27  조회: 10766 댓글: 0

 

회색 도시, 잿빛 풍경

어느 사물이든 우리가 보고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색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도 색이 있다. 다만 도시라는 것이 하나의 단편적 사물이 아니라 여러 가지 건물과 길, 설치물, 그리고 사람들, 추상적으로는 인식과 이미지라는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속해있는 것인 만큼, 그것의 색을 하나로 쉽게 규정지을 수는 없다. 붉은 담장과 파란색 지붕, 아스팔트,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과 석양을 따라 내리는 노을 등. 도시의 색이란 그 모든 것의 포함이면서 조화인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가 '도시'하면 떠올리는 색은 그간 다양함과 조화가 아니었다. 회색 도시, 잿빛 풍경 등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의 주된 색깔 이미지는 '회색'이었다. 도시가 회색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에는 도시를 바라보는 정서적인 점도 작용했겠지만, 그 주에는 속도와 경제성이라는 요소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소설가 김원일은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화가 앙리 마티스를 '그곳에 쓸 수 없는 색을 쓴 화가'라고 평한 바 있다. '그곳에 쓸 수 없는'이라는 말을 '그곳에 써서는 안되는'이 아니라 그 이면에 '그곳에 써야 하는' 이라는 인식틀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도시의 회색도 그에 해당될 터. 그 인식틀을 깼을 때야 단일성의 폭력이 아니라 다양성의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 아닐까. 그리고 아름답지 않을까. 물론 여기서 인식틀을 깨는 색이란 상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색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담고 있는 고유의 색을 의미할 것이다.

다행히 이즈음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도시의 색깔도 변화하고 있다. 회색의 단일성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역사성을 담은 색들을 도시에 담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 '서울색'도 그 예가 될 터. 그러나 또 주의할 점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 속에서도 다양성과 조화를 함께 생각하며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그 변화가 또 다른 '회색'이 될 테니 말이다.

녹슨, 그러나 아름다운 조화

아테네의 Bar Guru는 도시 색을 변화시키는 노력의 한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그리스의 건축사 KLab Architecture가 건축한 Bar Guru는 주위의 회색빛 건물들 사이에서 색다른 표정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이 주변과 전혀 다른 색이면서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 새로 세운 건물이면서도 시간을 담고 있는 듯 녹슨 철로 이루어진 외관과 함께, 이 건물의 높이가 조화의 한 요소를 이루지 않을까. 주변의 건물 위로 솟는 것이 아니라 그 틈, 그리고 그보다 낮은 높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다양성의 조화를 이뤄내는 것은 과시가 아니라 낮은 포용이라고 은은히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지.

<이미지 출처 www.dez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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