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인 기무사

내가 나를 가둔다?

기무사 전시는, 사실 참여 작가가 너무 많고, 건물자체가 좁은 편도 아닌데다 지하에, 1~3층에 다른 건물도 있어서 그냥 둘러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전시를 가기 전 짧게나마 기무사에 대해 알아보고 가는 게 좋을 거라는 산의 충고 덕분에 전시를 완전히 헤매면서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시를 보면서 나는 좀 많이 헤맸다.

나는 전시를 자주 보는 편도 아니고, 많이 즐기는 사람이 아닌지라 전시 자체가 주는 압박이 좀 심하다. 집에서 편히 누워보는 영화나 만화, 글은 좋아하지만, 내 몸을 움직이고, 내 신체를 향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전시가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아마 게으름에서 나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말 ‘전시장스럽다’고 느낀 아트선재센터 전시는 그나마 편했다. 물론 내용이 나에게는 너무 심오해서,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구석에 쭈그려 앉아 나름의 리뷰를 적었다. 딱 세 줄 적었는데, 안타깝게 하자에 놓고 와서 기억나는 대로 적어본다.

아트선재센터 건물 자체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내가 훔쳐온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행위 자체는 충분히 좋은 것을 공유하겠다는 마음이 엿보이지만, 왜 다른 사람이 굳이 ‘나라’로 한정되어야 하는 걸까? 국수주의는 뭐였지?

대략 이런 느낌의 글이었는데, 이건 사실 내가 생각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당장 리뷰를 쓰는 건 무리다. 그리고 나는 작품이 많은 전시를 보면 대게 한두 작품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내가 집중했던 작품에 대해 짧게 느낀 감정을 쓰려고 한다.

기무사 건물에 들어선 1층 풍경은 습하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께름칙하지는 않았다. 1층은 그냥 무난하게 영상도 보고, 사람 없는 공간에서 나 홀로 서서 기무사의 냄새를 느껴보기도 하고. 사실은 머리 비우고 돌아다니기만 했다. 그리고 2층에 올라가 다시 아무생각 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문이 많은 방(지도를 보니 아이코 미야나가라는 사람의 작품이었다)에 들어갔다. 작가의 한마디는 읽어봐도 잘 모르겠고, 이해하기 어렵고, 내가 그 문들을 보고 느낀 게 너무, 내가 처해있는 상황과 비슷해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문 사이에서 길을 잃었고, 아크릴 상자는 out of 안중, 손만 닿으면 쉽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문이 나를 가두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나갈 수 있는 문의 미로에 ‘갇혔다’. 손잡이에는 노크하면 재빨리 열어준다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작가가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지, 내가 연결하지 못하는 건지 몰라도, 나는 내 인생의 반을 차지했고, 아직도 날 괴롭히는 그 모호한 감정을 문들 사이에서 느꼈다. 나는 누가 와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 힘으로 그 누군가를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나가지 못했다. 나갈 수 있는 문은 많은데, 나는 단 하나의 문도 고르지 못했다. 노크라도 해보면 나아졌을 지도 모르는데, 나는 겁이 많았다. 뭐, 지금 나는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으니까, 지금은 아마도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여전히 나가지 못하는 내가 너무 겁쟁이 같았다.

전시를 보러 온 목적과 다르게, 작가의 메모에 써있던 말과 다르게 조금은 색다른 경험이라서 즐거웠다. 기무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시 한 번 쭉 훑어보고, 이번엔 그런 옛 감정이나 지극히 사적인 사색보다 다른 것도 느껴봐야겠다. 그리고 전시도 이제는 게으르다는 핑계대지 않고 좀 더 천천히 둘러보고, 읽을 거 다 읽고 보고 싶다. 그 날따라 난 좀 감성적이었던 것 같다. 므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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