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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시민문화 워크숍글 수 603
(조금 길기 때문에 한글 파일로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듯..) "생각의 흐름을 거슬러 가보는 경험" 정선 프로젝트: 11/2~11/8 정선에 가기 전 나는 시민문화워크숍을 들으면서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공공의 영역에서 예술이 어떻게 실현 될 수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술이 사회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너무 큰 질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나에겐 곧 내가 지향하는 작업자의 모습에 대한 고민과 바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나는 어느 때부터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추상적인 감정들만 표출해 내는 예술가/작업자가 되지 않을 거다"라고 다짐해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나만의 세계'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끔은 나만의 세계조차 의심이 가지만 말이다. 이런 지점에서 정선 프로젝트는 '무엇을 봐야 하나'라는 질문을 매 순간 맞닥뜨리는 시간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1. 이미지를 읽는 것 처음엔 늘 그렇듯이 이질적이고, 기괴한 이미지들이 먼저 눈을 압도했다. 마구 셔터를 누르고 싶었지만 멈칫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눈으로 찍고 싶은 디테일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기까지 그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왜 찍나, 단순히 낯선 이미지를 기록하는 건가, 이 사진으로 나중에 작업할 건가, 왜 이런 이미지에 항상 이끌릴까, 이런 비주얼이면 누구나 그럴듯한 사진 찍을 수 있을 텐데 구지 내가 찍는 이유는 뭔가, 내가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왜 나는 굳이 사진을 택했나? 사북은 특히 고민이 많이 되는 장소였다. 눈이 가는 곳마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애매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벽, 녹슨 고철 덩어리, 깨진 유리창, 부서진 문, 검게 그을린 벽지 등. 하지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은 이런 이미지들을 제대로 읽어보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애매하게 감정을 자극한다는 말을 쓴 이유는 그런 이미지를 봤을 때의 감정을 "끌린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에 끌리는 건지, 깨진 유리창을 봤을 때 "헉"하는 그것의 근거를 더 생각해봐야 했고, 따라서 내가 본 그 이미지들을 '읽어'봐야 했던 것이다. 스틸 카메라를 무브에게 빌려주고 비디오카메라를 갖고 다녔을 때도 상황은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엔 겉모습을 어떻게 찍을까에 더해, 이것을 찍어가서 무슨 작업을 할까 라는 큰 고민이 얹혀졌다. 사진기와는 다르게 나에게 비디오카메라는 늘 기록 이상의 어떤 작업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비디오카메라로는 주로, 정지된 장소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들을 중심으로 찍었다. 영상을 찍는 나에게는 특히나 움직임이 중요한 요소로 다가왔던 것 같다. 움직임은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 연속성을 갖게 해주고 특히 사람의(의지가 담겨있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도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곧바로 보이지 않았다. 늘 길거리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스쳐지나갔던 사람들을 사북에서는 시장 같은 곳으로 찾아 나서야지 볼 수 있었다. 나는 길을 걸을 때 사람을 마주치면 모른 척 스쳐지나가면서도 흘낏 쳐다본다. 억지스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도 나를 쳐다보는 그 순간에 내 존재성을 느낄 때가 있다. 사람이 드나들지 않고 사용되지 않아 그 존재성을 현재 잃은 채, 오래된 흔적만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한 동탄 건물 앞에 섰을 때는, 나 또한 멈춰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는 간간히 옆 도로에 차가 쌩하고 지나갈 때나, 빛줄기가 구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때, 바람이 세차게 불 때, 그래서 점 점 추워질 때였다. 그리곤 광부들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했다. 석탄 채굴이 한창이었을 때 내가 살았더라도 광부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알았을까? 굴 속 깊이 들어가서 분명 쉬지 않고 곡괭이질을 했을 테지만 분명히 그 움직임은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을 거다. 그럼 지금 현재 사북에서 가장 분주히 움직이는 곳은 어딜까. 카지노. 카지노는 출입이 엄격한 만큼 그 안에서의 움직임은 철저히 숨어있다. 계속 내가 보지 못하는 움직임에 대해서 생각하자 지나가는 차들도 사람들이 그 안에 숨어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탐사 둘째 날에 시도했던 것은 움직이고 소리 내는 것을 연출해서 화면에 담는 것, 사람들이건 역사건 아무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움직이는 '물'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느낄 수 있지만 인식하지 않는 바람의 미세한 움직임 등을 담는 것이었다. 이러면서 한편으론 그런 인적 드문 곳에서, 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담아내기 위해 엄청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정선으로 떠나기 전 다짐하기도 했던 것은 이미지에 현혹 되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나, 그것으로 부터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을 망각하지 말자였다. 단순히 카메라가 내 눈이 되서, 겉모습, 눈에 보이는 자극적인 이미지만 기록하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현재 남아있는 광부들의 노동의 흔적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해해보고 싶었고 그 이해를 바탕에 두고 기록을 해야지 싶었다. 2. 광부아저씨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광부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 노동을 경험하지 않은, 그 시대에 살아보지 않은 내가 광부의 입장을 내 입장처럼 말할 수 없다. 나는 온전히 현재 나의 입장에서 광부의 삶을 바라보자 했고 그랬을 때는 나와의 연결지점 또한 발견하고 싶었다. 광부의 삶을 알게 되는 것은 40년이 지난 시대에, 대안학교에서, 작업자의 삶을 꿈꾸는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안겨주었다. 지금부터는 그 질문들을 정리해보고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답해가려고 한다. 사북 동원탄자에서 보았던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는 "아이들이 빛이다", "오늘도 무사히"이다. 광부의 삶에서 가족은 어떤 존재였는지, 매일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무엇을 위해 일터로 나갔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말들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 공부하고, 영상작업을 하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들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치열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이 들었다. 또 광부들이 자신들은 '산업전사'였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나는 내 작업/삶에서 어떤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산업발전에 기여했다고 하는 광부들, 나는 무엇에 기여할 수 있으며, 나의 역할의 의미를 공공의 영역 안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회의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다시금 내가 작업자의 삶에서 지향하는 것들을 돌이켜볼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예술은 불필요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내 매체를 통해 '지금' '필요한' 얘기들을 하는 작업자가 되고 싶다. 물론 어떤 위치의 사람이냐에 따라 그 얘기가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간절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결과물이 그렇다고 하면 과정은 혼자 고립 된 채 보내는 것이 아닌 마을에서 사람들과 주고받으면서 만들어 가고 싶다. 이 과정을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정선에서 출발하게 된 것 같다. 3. 공공미술 예술마을 고한 사북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예술가의 입장에서 지금 고한과 사북에 필요한 것을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혀져가는 마을의 옛 정체성을 지금 시점에,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재해석하는 것. (석탄을 다시 캐자는 것이 아니지만 탄광마을이라는 정체성이 마을 내부에서, 외부에서 다시 주목받는 것은 문화산업으로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 윤주경 작가님은 예술가의 입장이란 것은 없고 단지 자신의 입장이 있다고 했지만 윤주경 작가님이 자신의 입장으로 경석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윤주경 작가님은 내가 미처 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해석하고 작업으로 가져갈 수 있는 예술가이기 때문이 아닐까. 히옥스께서 말씀하신, 예술가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판단이 아닌 그것과 다른 예술적 판단을 하도록 훈련되어있다는 말,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예술가의 '입장'이라기 보다 예술가의 전문성은 있는 것 같다. 기획자 토크 때 듣기도 했지만 공공미술에서는 그 예술작품이 공공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가의 작업 과정이 공공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작품도 전시관에 배치되는 것이 아닌 '천천히' 팀의 작업처럼 마을 아이들의 예술교육으로 쓰일 수도 있다. 예술가가 자신의 어떤 예술적 감각으로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마을에 '기부'하는 것보다 작업 하는 것 자체를 같이 함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고, 그 공동체 안에서 모두가 공유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 화요일 리뷰 모임 때 들은 '마을의 예술가'라는 것이 내게 와 닿았다. 4. 내 작업? 이런 질문에 부딪히게 되었다. "지금 네 작업이 중요하니?" 나만이 몰두하고 있는 주제, 그것을 풀어내는 나만의 고유한 작업이, 지금 내가 작업할 수 있는 이 특수한 공간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요하냐는 물음이다. 혹은 지금 내 인생의 시기에 중요하냐는 물음일 수도 있겠다. 여기 이곳에 이 질문을 적는 이유는 정선을 다녀온 후, 지금 시점이 바로 정선에서의 경험을 '작업'으로 풀어내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공미술을 생각해보면서 내가 만약 정선의 레지던트 예술가라면 그 특수한 상황에서 내 작업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또, 정선에서부터 이어진 팀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들, 내가 속한 팀/학교가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제, 오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하자 안에서 내가 해왔던 작업들에 대해 나는 그것이 한 독립된 개인으로서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작업들에 대해 말할 때 나는 항상, 내 나름의 방법으로 나의 학습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것들은 결코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아닌 작업장학교에 다니고 있는 토토의 학습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자에서 말하는 학습은 조금 폭이 커서 사실 거의 모든 과정이 학습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특히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의 학습은 내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하자에서 결과물 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결코 결과물의 퀄리티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은 아니나 그 중요시 여기는 과정(학습)을 결과물에도 드러내는 것, 부족할 때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포함된 쇼하자를 함으로써 보여주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생각한 것은, 만약 하자 안에서 내가 작업이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학습의 영역에 속한다면, 매번 학습의 정리된, 완결된 버전을 작업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과정 자체를 또 다른 학습으로 끌고 가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다. 물론 공동작업에서는 이런 생각이 자연스러웠지만 개인으로 정리할 때는 잠시 잊고 가던 생각이었다. 작업과정을 오로지 혼자 겪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에 너무 집중해서 다른 사람들이 같이 해주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작업'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에 휘둘려 혼자 완결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다. 우리가 서로 리뷰를 나누고, 대화하는 것처럼 작업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작업과정을 같이 하는 것은 꼭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공동 작업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스물 몇 명이 같이 작업하고도 명 수대로 작업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5.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내가 만약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라면 앞서 말한 '학습'이라는 키워드에 '공공성'을 대입하지 않을까 했다. 그리고 히옥스께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얘기해보라고 하셨는데 나라면 자연을 느낄 수 있게 어떤 걸 설치해보고 싶다. 강원도에 거의 처음 가봤는데, 특히 그렇게 대자연에 '둘러싸인' 곳에. 사람도 많지 않고 건물도 많지 않고, 바쁜 움직임들은 모두 숨어있는 그 곳에선 자연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고 존재감이 큰 것 같았다. 바람개비 같은 걸 마을 애들이랑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꽃 모양 바람개비??) 거울을 이리저리 설치해서 빛줄기를 여러 방향으로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나는 작업물을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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