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알바생들, 노동인권 토론회서 성토ㆍ식사는 서서 해결 하인 취급…저임금에 성폭력 위험 노출ㆍ실수하면 “머리 박아”… 욕설 다반사“사장님이 무서워요. 부를 때 ‘야 이 XX년아’ 라고 해요. 실수하면 저기 가서 머리 박으라고 하고요.”(김모양·18·샤브샤브집)
“밥도 서서 먹어요. 손님들 없을 때 옷 걸어놓는 받침대에 올려놓고 먹는 거죠.”(이모양·19·의류 판매점)
“감자 튀기는 걸 배우는데 ‘펄펄 끓는 기름이거든. 닿으면 알지?’ 정도 말해준 게 다예요. 데었는데 음료 얼음 하나 갖다 대고 연고 바르고 바로 일했어요.”(김모군·19·패스트푸드점)
흔히 ‘알바생’으로 불리는 청소년들이 ‘밑바닥 노동’ 생활을 증언했다. 27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연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토론회에서 10대들은 “어른들은 우리를 하인 취급하고, 있으나마나한 사람으로 대한다”고 토로했다. 저임금과 장시간 무리한 노동, 폭행과 성폭력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고 했다. 폭로 뒤에는 “청소년도 사회적으로 ‘노동자’로 인식해달라”는 호소와 분노가 분출됐다.
이모양(19·전문계고 3년)은 지난해 주유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주차를 유도하다 차 바퀴에 발이 깔려 부상했지만 보상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시급은 최저임금액인 4000원에 못 미치는 3800원. 지각을 하거나 매상 계산이 맞지 않으면 월급을 깎는 것도 다반사였다. ‘오후 6~11시’로 약속했던 근무시간도 늘어나 새벽 2시까지 일하는 날도 허다했다. 그런 다음 날이면 학교에서 졸기 일쑤였다.
윤모양(18·고입 검정고시 합격생)도 얼마 전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오피스텔에서 사장과 단 둘이 하는 일이었다. 사장은 청소·커피 심부름까지 시켰다. 급기야는 성추행까지 당했다. 윤양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다리와 허벅지를 더듬었다. 나중에 주급을 두배로 올려줄 테니 애인을 해달라고 요구하더라”며 “그날이 주급받는 날이라 꾹 참았다”고 울먹였다.
네트워크가 27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4세 이상 청소년 1087명 중 34%가 최저임금 기준액인 4000원 미만의 시급을 받고 있다. 반면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6시간 이상이 44.3%, 4시간 이상이 63.3%로 방과후 야간노동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사고 위험도 높았다. 전체의 53.9%가 ‘뜨겁거나 위험한 물건을 대할 때 보호장구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고가 났을 경우 43%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 44%는 ‘치료비를 개인적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97%의 청소년들은 산재보험 제도를 몰라 노동 관련 교육도 시급한 상태다.
네트워크 하인호 인천여상 교사는 “청소년들의 일하려는 의지가 악덕 업주들의 배를 불리는 구실만 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노동을 하나의 권리로 받아들여 정당한 직업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