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값진 정성

사진에 정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정선에 갔을 때 잠시나마 관심이 갔던 적이 있다. 제임스와의 사진 아틀리에 시간에서였다. 내게 흥미를 끈 부분은 제임스가 사진기를 다루는 것을 보았을 때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 결코 셔터만 눌러대지 않았다. 아주 정성을 들여서 시간을 계산하고 대상의 체온이나 색의 대조 등 여러 가지를 파악하며 찍었다. 정성을 들여서 사진을 찍는 제임스의 모습에서 나도 사진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진기도 오래된 것을 사용하고 무척 무겁고 들고 다녀야 할 것들도 많아서 아마 내가 그런 활동을 한다면 오래 못 갔을 것 같다.

제임스의 값진 정성은 카메라를 다루는 것뿐이 아니다. 사진을 찍을 때 구상을 하고 찍는다. 그리고 구상한 생각과 이미지를 일치시키기 위해 주위를 관찰하고 알맞은 시간대나 장소를 고른다. 제임스가 했던 말은 이거다. “사진을 찍기 전 구상했던 이미지와 찍은 사진을 합체시킨다.” 이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제임스의 정성을 높이 사고 싶다.

나는 무엇인가 이렇게 정성을 들여 해본 적이 있던가? 심지어 악기 칠 때도 별로 정성을 들여서 친 적은 없었다. 제임스의 정성을 닮고 싶다.

 

-감동의 빛

동원탄좌에서 아주 멋진 작품을 보았다. lighting shower라는 작품이었다. 방에 다가가면 센서가 작동해 아주 환한 빛이 온 방에 내리는 아주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무척 감동이었다. 감동이라는 감정이 복받쳐 오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일단 나는 그 작품의 의미를 알고 그 방에 들어가면서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졌다. 검은 광부들이 빛을 받으며 때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 마치 천사가 닦아주는 것 같은 이미지다. 이렇게 상상이 잘 간 이미지가 있었나 의문이 들 정도다.그리고 만들어진 의도와 아이디어도 아름답고 기발했다. 아쉽게도 그 빛이 나를 씻긴다는 느낌은 못 받았지만 광부들을 씻겨주고 있는 이미지 속의 천사가 나를 감동시킨 게 아닐까?

 

 

-과정을 너무 즐긴 여행

기본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난 기본도 안 돼 있는 사람이던가? 하자를 들어온 지 벌써 2년째다. 나는 이 동안 무엇을 했나. 우리는 정선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망쳤다. 물론 연습도 부족했지만 연습할 시간이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생각도 못했다는 것이 내가 정말 기본도 안 되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한다. 생각할수록 어이도 없고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정만 너무 즐기다보니 판단력도 흐려지고 해야 할 일도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바보 같았다. 연습을 해야 했을 시간에 시장판에서 놀려다가 심지어 놀지도 못하고 싸우게 되는 팀이 정말 팀이 맞냐는 것이다.

리뷰 때 이런 말을 했다. "과정을 너무 즐긴 것이 아닐까?" 맞다. 너무 과정만을 즐기다 보니 이처럼 연습도 못하고 예술가들과 주민들과의 사이가 어떤지, 다른 친구들은 어떤 것을 보고 무엇을 했는지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앞으로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조금 자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프로젝트의 맥락을 이해하고 섬세해지면 과정 뿐 아니라 결과도 너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시야를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나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보고 서로 관심을 가져주면 결과나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는 범위도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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