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학교와 가까운 서울의 할머니 댁 다락에서 살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한창 추워지는 날씨에 움츠러들지 않기 위해 집에 오면 두꺼운 옷을 껴입습니다. 단열이 잘되어있지 못한 탓에 다락은 여름이면 책을 볼 수 도 없게 덥고 겨울이면 방안에서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서울 할머니 댁에 보낸 첫 여름과 겨울을 잊을 수 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올해도 저는 다락에서 2번째 여름을 보내고 또 지금은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단열이 좋지않은 다락이지만 이 다락에도 전기보일러와 벽걸이형 선풍기가 있습니다. 또 전기장판도 있지요. 하지만 작년도, 올해도 제가 선풍기를 틀었던 기간은 단 한 달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전기장판을 틀었던 밤들도 달력에 표시를 해보니 한 달 남짓입니다. 사실 저는 다락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고생’이지만 사실 저는 지금 전기 아끼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만큼 전기를 아낄 수 있고, 또 얼마만큼 불편하게 살 수 있는지 매일 매일 다락에서 알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된것은 제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는 탈핵공부 때문이에요. 저는 학교에서 생태, 평화, 함께 살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있고 물질이 최고의 가치가 된 현대의 자본주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조금씩 공부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사회안의 얇아진 서로의 관계망, 그리고 효율성이라는 거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소외되고 있는 존재들과 파괴되고 있는 생명들을 지키고 돌보는 것이 현대문명의 돈이란 가치를 쫓는 것보다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며 머리와 몸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학교에 들어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전기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보니, 과거  미국에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 때에 원자력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로 주목을 받았지만 위험성에 대한 역학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 당시에도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역사로 남은 쓰리마일, 그리고 체르노빌에서의 불행한 사고가 세상 사람들 모두에 반성을 주지 못한 것인지, 그럼에도 원자력발전소는 나라에서 나라로, 자본가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다시 한번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쓰나미에 의해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 된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의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결코 돌아 갈수 없다’는 말을 새기며, 지난 후쿠시마 사고 추모제를 준비 할 때 저는 ‘추모’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생각해 보았던것 같습니다. 후쿠시마를 떠올리며 ‘다시는 오 갈수 없는, 다시는 만날수 없는, 다시는 볼 수없는 풍경들이 있었던 곳. 그리고 다시는 사랑 할 수가 없는 곳’ 이란 마음이 들어 무척 슬펐습니다. 요즘도 저는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겪고 있는 것이 후쿠시마 현의 주민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저의 생활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밥상 앞에서도 농부들의 노고를 생각하기도 전에 저도 모르게 ‘이 음식엔 방사능이 얼만큼 함유되어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비가 와도 이제 더는 낭만스러운 기분이 들지가 않습니다.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늘 내 곁에 함께 있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탈핵공부를 시작 할때만 해도, 공부란 것이 나의 의식이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 공부가 나의 생활을 바꾸어놓고, 마음과 함께 몸까지도 내어놓게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합니다.

탈핵 공부를 하다가 학교에 밀양에서 벌어지는 한전과 밀양주민들의 초고압 송전탑 건설 로 인해 대립하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치우 할아버지의 분신도요. 영상으로 보이는 포크레인에 쇠사슬로 목과 몸을 맨 아주머니들, 할머니들의 울부짖음과, 실랑이 중에 중상을 입어 병원에 누운 한 운동가의 모습에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그저 머릿속에선 ‘왜 저렇게 싸워야 하는 것일까, 왜 할머니들이 경찰 앞 에서 쇠사슬에 몸을 두른 것이지?’하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그러한 질문들을 시작으로, 밀양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들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기사나,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밀양주민들과 한전의 대립에 대해 알아가면서도 한편으론 ‘밀양주민들이 좀 이기적인것이 아닌가, 송전탑이란 것이 꼭 필요하다면 지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알수록 보인다고 했나요? 송전탑 건설을 두고 정보들을 알아가면서, 저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꼭 필요한 것이다.’라는 정부와 한전의 말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 허무맹랑한 말이었습니다. 그것은 건설로 인해 이익을 얻어야하는 원전 마피아들의 논리일 뿐 그들이 국민들의 눈을 속이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하여 공사를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것을 부인 할수 없는 여러 시민 단체들의 조사를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한번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원전과 송전탑에 대해 각자 조사를 해서 짧은 발표를 준비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저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 없이 강제로 행해져온 여러 건설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발표에서, 저는 분산형 전원이라는 것에 대해 조사를 했었는데, 분산형 전원이 수도권과 공장들의 전기사용량으로 인해 지어지는 송전탑과 원전에 의한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고, 국민들의 전기 자급률을 높일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초고압 송전탑은 미국 같은 큰 대륙에서 전력 수급을 목적으로 지어지는 것이지, 우리나라 같은 작은 나라에서는 오히려 대규모 전력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발표에서 저와 제 친구들은 서로의 정보를 나누면서, 시민운동으로 원전과 송전탑을 막아낸 여러 사례와 정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국민들이 송전탑과 원전에 대해 무지 할 것이라고 여기고, 자신들만의 논리로 공사를 밀어붙이는 한전과 정부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원전가동과 송전탑 건설의 책임의 끝에 있는 것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며, 전기 사용량에 관심이 없었던 나 자신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나였던 거에요. 저는 원전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의식해왔던 전기 절약을 본격적으로 확실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선풍기를 눈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우고, 추울 땐 옷을 더 껴입었어요. 진짜 날것으로 더위를 느끼고, 추위를 느끼면서 나에게서 ‘편안함의 기준’이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을 이제는 조금은 느낄수 있을것 같아요. 이제는 콘센트를 비우고, 옷을 더 입는것이 전보다는 몸에 배었고 이젠는 이런 생활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처음 우리 학교 교실에서 적정기술로 만든 햇빛온풍기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만 해도 머리 위로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공용 히터를 끄고 햇빛온풍기로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었지만, 환경을 바꾸니 새로운 방법이 생기고 그 방법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아무렇지가 않습니다. 뜨거운 물을 더 많이 마시게 되었고, 학교에 갈 때면 날씨를 확인하고 옷을 더 신경 써서 입게 되었습니다. 또 햇빛온풍기를 사용하는 우리학교의 모두가 원전에 의지하지 않고 에너지를 자급하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저의 학교에서 에너지 자급 공부를 해나가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밀양에 세워지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기회가 되어 밀양 여수마을에 일손을 도우러 갔습니다. 여수마을 산 한복판에는 구멍이 뻥 뚫려 있었고, 헬기들이 날아다녔습니다. 농촌에는 일이 무척 많아보였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너도 나도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송전탑 건설만큼이나 농촌의 부족한 일손이 걱정스러웠습니다. 풍년을 맞은 듯 보이는 같은 마을의 풍경이 쓸쓸하였습니다. 없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전경들, 헬리콥터, 구멍 난 산위의 농성장과 포크레인이 그랬습니다. 모쪼록 어서 밀양 마을에 없어야 할 것들이 없어지고 있어야 할 것들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올 겨울만이라도 밀양의 주민들이 농성장이 아닌 따뜻한 방에서 잠에 들 수 있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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