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9, 평화와 마주하다.
이마까라상 (최혜경 선생님)을 만났다. 평소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행복을 찾기에만 급급해 평화와 행복의 그 차이를 알지 못했고, 또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던 나였으니 평화라는 주제가 잡히지 않는 허공처럼 느껴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 이마까라상의 평화세미나는 평화라는 주제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처음부터 너무 크게, 방대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부터 평화의 실마리를 잡아가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평화가 존재하는지, 세상의 폭력적인 요소들을 제거하면 그 상태가 평화로운 것인지, 평화를 지킨다는 (혹시 위한다는) 명목아래 행해지는 폭력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화라는 주제에 대한 다양하고 입체적인 시선을 갖출 준비를 했다.

-내게 더 어려웠던, 조진석 선생님의 평화세미나.
이마까라상의 세미나에서 개인으로서 평화라는 주제에 다가가기 시작했다면, 조진석 선생님과의 수업에서는 그것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깊이가 더 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역사 속에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무자비한 전쟁과 국가의 안타까운 분단,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아픔으로 가슴이 다 헤어진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더 자세히 바라보게 된 것은 피해자는 분명히 세계 곳곳에 유령처럼 존재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사죄를 하고 보상으로 책임질 가해자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인간은 계속 잔혹스러워 지고 기술은 나날이 진보한다는 사실 또한 내 마음을 괴롭게 했다. 평화에 대해 생각하면서 내 안에서는 온갖 비평화적인 감정들이 솟아 올라 불편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평화를 얘기하기 위해 잔인한 전쟁과 살생에 대해 논의하고, 평화를 찾기 위해 우선적으로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평화롭지 못한 일들에 대해 얘기해야 상황 속에서 나는 애써 태연한 척 해야 했다.

-평화롭게 평화를 노래하는, 마사키 다카시 선생님을 만나다.
한동안 평화는 내게 머리만 아프게 하는, 한마디로 골치 아픈 뫼비우스 띠 같았다. 답은 없는데 계속 생각하고 고민만하게 되는 그 주제가 그다지 생산적인 것 같지않아 다시 예전처럼 생각을 접고 평화로운일상으로 돌아오려던 찰나 마사키 다카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국가라는 경계조차 뛰어넘어 동아시아 인으로써, 세계시민으로써 평화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분이셨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할 수 있는일부터 하기 시작했다는 선생님에 말씀에 탁상공론적인 고민과 생각에 빠져 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마사키 선생님은 또 지금 지구촌에서 불고 있는 전세계적인 전환과 흐름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지구 시민 문명을 세가지 요소로 분리하셨는데, 도시와 자연의 reconnection, 국가를 넘어서 지구 시민으로써 하나되는 정체성, 폭력을 넘어서는 고차원적 의식인 아힘사가 그것이었다. 꿈을 꾸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 낼 것이라 본다던 선생님의 희망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를 바라보는 또 다른 차원의 시선.
처음 평화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개인적 차원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그리고 국제적 차원으로까지 점점 그 범위를 넓혀 가며 평화라는 주제에 다가가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브루노 선생님과 함께 하게 될 평화세미나에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 보면 좋을까.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영화 '디 빌레'를 보고 난 후 생각을 범위가 더 넓어지고 깊어진 것 같다. 첫 워크숍에서 부터 지금까지 머리속에서만 맴돌고 있던 질문 (내가 지키려고, 혹은 구하려고 하는 평화는 어떤 것인가? 이 세상에 지켜야 하는,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객관적' 평화가 있긴 한걸까?) 에 공동체와 일상적 파시즘이라는 개념까지 더해져 평화를 보는 시각 또한 정치적, 사회적으로까지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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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잠시나마 함께일 때의 기억.

여전히 '우리'는 아니지만, 당신과 내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