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HPS 죽돌(14), 호사, 판돌(3), Mette

언제: 11 11~ 11 14

어디서: 경기도 이천시 율면 오성리

무엇을: 농활체험(마늘심기, 양파모종심기, 콩 베기, 소원종이 태우기, 운동회)

어떻게: 버스(25인승) 대절

: 농사일 보조, 휴식

11, 평화워크숍 회의를 마무리 짓고 5시가 넘어서야 모두들 짐을 챙기고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추적 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눈도 붙이고, 심심한 사람들끼리 놀기도 하면서 한 두 시간 정도를 버스 안에서 보내고는 지난번에 경유했던 한식당에 들러 저녁을 해결했다. 다시 차를 타고 조금 더 달려 오성리의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콩세알N의 날씨와 나은, 그리고 처음 보는 곤과 다음 날 일정을 간단히 확인한 뒤 Buy Nothing Day 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11시가 넘어서 회의를 마치고 남자아이들은 모두 콩세알N 집으로 이동했고, 남은 사람들은 마을회관에서 잘 준비를 했다.

다음날 아침, 8시까지는 콩세알N 집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가야 했었지만 모두들 조금 늦게 일어나 씻고 준비하면서 조금씩 늦어지는 바람에 서둘러야 했다. 나는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한쪽 눈이 충혈되고 뻑뻑해져 있었다. 모두들 멍한 채로 아침인사를 나누고, 둘러앉아 무브와 히옥스(히옥스는 3일 내내 식사 준비를 하셨다.)가 차려준 아침밥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마당에 모여 짧은 오도리 시간을 가졌고, 9시 정도가 돼서는 할 일을 나눈 뒤 각 팀으로 흩어졌다. 나와 오피, 동녘 그리고 빈은 마늘과 양파 밭을 따듯하게 덮어줄 짚을 모으는 일을 맡았다. 넓어 보이는 노란 빛의 밭 한 귀퉁이에서부터 두 명씩 짝을 지어 짚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서툴렀지만 자꾸 하다 보니 구력이 붙어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듯 했다. 안개 때문인지, 잔뜩 젖어있는 짚이 자꾸만 엉키고 설켜 짚을 빗질할 때 마다 흙이 딸려와서 애를 먹었다. 그러다 결국 다들 진흙을 던지며 잠시 놀기도 했다. 어느 정도 짚은 모은 후 우리는 마늘 심는 것을 도와주러 갔다. 다른 아이들이 있는 일터로 가보니 몇몇은 콩을 베고 있었고, 또 다른 아이들은 마늘을 심고 있었다. 뒤늦게 온만큼 열심히 밭을 고르고, 마늘을 심고 흙으로 잘 덮는 작업을 마친 후 모아온 짚으로 다시 한번 마무리 해주었다. 점심 시간이 되었을 때 모두들 콩세알N 집으로 내려와 휴식시간을 가졌다. 계속 불편한 오른쪽 눈 때문에 신경이 쓰여 한 방(날씨의 방이라고 했다.)에 들어가 햇볕으로 데워진 방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잠시 눈을 붙였다. 방안 가득히 울려 퍼지던 음악이 흐려질 때 즈음, 점심 준비가 끝이 났다는 소리에 부스스 잠을 떨쳐내고 꿀 같은 식사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모두들 식사를 마친 후 오후엔 다시 일을 하러 흩어졌다. 나와 오피, 동녘과 빈은 다시 짚을 모으러 갔다. 두 번째로 갔을 때는 짚이 다 말라있었는데 먼지가 너무 많이 나서 차라리 젖어 있는 게 일하기 쉽겠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짚을 긁어 모으며 시간을 보내다 모아둔 짚을 경운기에 싣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양파모종을 심으러 갔다. 양파심기는 마늘심기 보다 더 쉽고 재미있었다. 모종을 뽑을 때만 조심하면 일하는데 별 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양파심기는 해가 질 때 즈음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돌아가기 전 다른 밭의 돌을 골라내는 일을 조금 하다가 마무리를 짓고 내려왔다. 하루 종일의 농사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우리에게 7분간의 샤워시간이 주어졌다. 저녁준비를 하는 사람들과 샤워순서를 기다리며 하루간 있었던 일과 느낌을 나누는 사람들로 콩세알N 집은 북적거렸다. 저녁으로는 삼치와 꽁치를 구워먹었는데 연기 때문에 눈이 더 빨개졌지만 짭짤한 그 맛은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또 약간의 여유를 즐기다 작업장학교 죽돌과 판돌, 그리고 호사와 메데는 마을회관에 모여 회의를 했다. 처음엔 회의 내용이 BND에 관한 거라기에 의아해 했지만 곧 그날 하루를 돌아보는 리뷰로 회의 방향이 전환되었다. 전날과 비슷한 시간에 끝난 회의를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하루 일정은 끝이 났고, 다들 피곤했는지 베개에 머리를 뉘자마자 잠이 들었다.

율면에서의 두 번째 아침은 훨씬 따듯했다. 첫 번째 밤의 추웠던 경험으로 보일러 온도를 더 높여놓아서 더 수월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아침 준비도 더 빨리 마치고 콩세알N 집으로 이동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9시에 노인회장님 댁 마늘 심는 팀과 콩세알N팀 마늘 심는 팀으로 나뉘어져 일을 시작했다. 홍조, , 오피, 무브, 동녘과 나는 노인회장님 댁의 마늘 심기를 도와드렸는데, 마늘을 심는 여러 가지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자 우리는 이장님 산장을 치우러 발걸음을 옮겼다. 설거지도 돕고, 점심때 먹을 쌈 재료들은 얻고, 마당을 쓸고, 장작을 옮기는 것을 도우며 바쁘게 움직이다가 센, 망구, 쇼와 나는 점심 준비를 도우려 산장을 내려왔다. 풍성했던 점심 식사를 마친 후 2시부터는 모두들 운동회 준비로 다시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차를 나누어 타 율면 초등학교로 향했다. 미리 와있던 율면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과 정식으로 인사하기도 전에 남자아이들이 축구경기를 했다. 공 하나 가지고 참 즐겁게도 노는 게 신기했다. 시간이 꽤 흐른 후 모든 사람들이 모이자 무브의 진행으로 율면 운동회가 시작됐다. 일 팀과 이 팀으로 팀을 나누고, 첫 종목인 발 야구의 포지션을 정했는데, 나와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야구에 문외한이어서 게임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래도 나중엔 모두가 함께 즐기고 웃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단체 줄넘기를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긴 줄을 넘으려니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조금씩 수월해 지긴 했다. 다만 줄넘기를 거의 해보지 못한 호사는 번번히 줄이 발에 걸려 난감해 하다 결국 자신은 빠지겠다며 줄을 나와버렸다. 하지만 이기는 것 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운동회였기 때문에 나와 다른 사람들은 계속 호사를 응원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른 뒤, 단체 줄넘기를 마지막으로 아쉽게 운동회의 일정은 끝이 났다. 그 다음 잠시 율면 학생들과 여러 가지 게임을 하며 놀다가 다시 팀을 나눠 이장님의 산장으로 이동해 다 함께 먹고 즐길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율면 학생들과 이장님 가족, 또 지난 농활 때 뵜던 어른들도 오셔서 따듯한 불을 피고, 한쪽에서는 고구마를, 또 다른 쪽에서는 고기를 구우며 율면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만들었다. 시끌벅적한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친 후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우리가 학교에서 가져간 악기들 보다 노래방 기계의 소리가 더 커서 약간 시끄럽게 느껴졌다. 함께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즐길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장님께서 사오신 폭죽으로 다 함께 놀다가 나와 몇 명은 먼저 내려가 씻고 잘 준비를 마쳤다. 조금 있으니 남은 사람들이 차례로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각자 시간을 보내다 잠자리에 들었다. 율면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짐을 챙기고 콩세알N의 집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우리가 일을 했던 콩세알N의 밭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일과 소원종이를 태우는 일을 하러 모두 함께 길을 나섰다. 밭에 도착한 우리는 마늘을 심었던 곳에 일렬로 쭉 늘어선 다음 손을 잡고 눈을 감은 채 밭이 빛으로 가득 차는 상상을 하며 농사가 좋은 결실을 맺기를 소원했다. 그 다음으로는 아무것도 심지 않은 빈 밭으로 내려가 달맞이 축제 때 받은 많은 사람들의 소원종이를 태우기 시작했다. 두 줄로 서서 한 명씩 종이를 태우며 소원종이를 대신 태워주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차례로 종이를 태웠다. 마침내 율면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각자 지난 3일간 지냈던 곳을 청소하고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은, 율면으로 향했던 여정과는 다르게 조용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나른한 잠에 들거나 조용히 앉아 음악을 들으며 버스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 도착한 후 우리는 간단한 일정체크와 마무리 인사를 한 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작고 소소한 일상생활에 감사할 수 있었던, 참으로 노곤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나의 두 번째 농활체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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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잠시나마 함께일 때의 기억.

여전히 '우리'는 아니지만, 당신과 내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