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ish, efficiency before accuracy!
(글로비시, 정확성에 앞서 효율성을!)

리사 / 김다빈


글로비시는 Global과 English를 합친 단어로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단어이다. 현재 세계는 Global화 되며,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허나 이 영어는 세계화를 통해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 비영어권 사람들이 broken English를 쓰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 영어를 써도 지역마다 다른 발음과 문화로 인해 소통이 단절되는 영어권 사람들의 상황으로 인해 대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글로비시는 이러한 상황에서 소통을 할 수 있게끔 제시한 ‘쉬운 영어’였다. 기본적인 1500단어와 24개의 문장구조만 외워도, 누구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다.

2007년 하반기 하자센터에서는 이 글로비시의 유행이 시작되었다. Global English, 즉 누구든 소통이 가능한 ‘쉬운 영어’인 것이다.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했던 하자작업장학교의 죽돌들은 ‘쉬운 영어’에 혹해서 글로비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장 폴 네리에르가 출판한 글로비시 워크북은 일반 영어 문법책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글로비시에서 강조하는 것은 문법과 발음. ‘쉬운 영어’를 기대했던 죽돌들은 오히려 문법을 더 엄격히 외워야한다는 사실에 문법을 틀려도 의미만 잘 전달된다면 그게 글로벌 잉글리쉬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글로비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면서 나 또한 글로비시와 영어의 다른 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글로비시 작업을 하면서 글로비시의 소개 글을 자주 쓰기도 했지만, 매번 내가 무엇인가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일방적으로 글로비시를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나에게 글로비시에 대한 질문이 던져지면 상대방이 만족할만한 대답을 해주지도 못했다. 이렇게 지난 1년 동안 글로비시는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2008년 9월부터 나는 글로비시를 나의 시니어 프로젝트로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아래의 글은 내가 이번 학기 가장 많이 배웠던 글로비시 캠프를 끝낸 후 썼던 글이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
글로비시는 장 폴 네리에르가 처음 제시한 것이 아니다. 사실 글로비시란 개념은 기존에 있었던 개념이었으며, Global(세계화)란 시대적 상황 안에서 사용이 가능한 언어이다. Global한 자리에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되며, 각 나라에서만 존재하는 문화적인 요소들도 최소화해야한다. 너무 많은 단어를 알아서도 안 된다. Broken English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 문법에 어긋나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고, 발음이 너무 안 좋아도 알아들을 수 없다. 결국 너무 많이 알아도 안 되고, 너무 조금 알아도 안 되는 것이 글로비시인 것이다. 대신 1500단어와 24개의 문장구조를 외우고, 발음의 강세를 익히는 최소한의 규칙을 통하여 대화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Global한 상황 속에서도 수많은 상황이 존재한다. 장 폴 네리에르의 글로비시는 비즈니스맨들이 국제적인 conference와 회의를 통해 겪었던 상황을 토대로 만들어진 언어이다. 물론 장 폴 네리에르의 글로비시로 소통을 할 수도 있으나, 이 글로비시에서 포함된 1500 단어들은 다른 곳에서 사용되는 데 한계가 있다. Kitchen이란 단어를 네리에르는 1500단어로 포함시키지 않고 'Place where you cook'이라고 1500 단어들을 사용해서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Place where you cook'이라고 하는 것보다 kitchen이라고 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다. 게다가 글로비시에서 사용되는 1500 단어는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많이 기재되지 않아 청소년들이 대화를 하기 위해 배우기엔 한계가 있다. 글로비시를 배우기 전 이러한 상황적 한계로 인해 글로비시 안에서도 여러 종류의 글로비시가 생겨나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여러 종류로 세분화되는 글로비시를 englishes라고 규정할 때도 있을 것이다. englishes는 영어들로 번역되며, 영어권 지역의 영어뿐만이 영어가 아니라 다른 비영어권 나라와 문화에서 파생되는 broken English도 영어라고 말하는 개념이다. 허나 글로비시와 englishes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글로비시를 잘 하고 싶은 사람들은 두 개 개념의 다른 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히말라야에서는 지역 특성상 ‘가다’라는 동사를 올라가다, 내려가다, 평지에서 가다, 라고 세 가지로 분류한다. 이는 히말라야의 특성을 보여주며, 그들은 알아들을 수 있으나, 다른 나라에서 사용될 때는 잘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englishes에 해당되지만, 소통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글로비시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우린 과연 englishes를 사용해야하나 글로비시를 사용해야하나?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englishes와 글로비시 둘 다 사용해야한다. 우리는 englishes를 발견하는 눈을 가져야하며, 글로비시를 통해 대화할 줄 알아야한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글로벌한 수준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실천하자)를 해야 세계화된 이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이 되기 위해 우리 모두 글로비시와 englishes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The Globish Camp
2009년 2월 24일부터 27일까지 스피카자팀은 하자작업장학교를 대상으로 한 글로비시 캠프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 동안 스피카자는 하자작업장학교의 죽돌들을 대상으로 글로비시 수업을 진행하였으나, 오히려 수업을 하면 할수록 죽돌들은 글로비시와 영어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글로비시가 더 어렵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러한 죽돌들을 위해, 글로비시를 대화의 수단으로 가르쳐주는 것보다, 먼저 글로비시가 무엇인지 깨닫게끔 캠프를 기획하려고 했다. 이 캠프를 ‘모 아니면 도’ 심정으로 준비했다. 지금까지 글로비시를 하면서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허나 캠프를 기획동안은 예상외로 내가 너무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일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시간에 쫓기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오히려 실수와 극박한 상황으로 인해 더 나은 프로그램들이 나온 게 아닌 가 싶다. 한 번은 스피카자의 멤버 토토와 카페에 가서 1차 교안을 짰다. 큰 책상 위에 글로비시 책들과 A3 종이, 수첩을 꺼내놓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brainstorming하고 책에서 명확한 방법을 참고하며 정리해 나아갔는데, 이때 나온 교안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내용들을 채워가며 캠프의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왜 진작 글로비시에 대한 질문들을 직접 책을 읽고, 내가 찾으며 답을 써보지 않았나 싶다. 각 날의 활동들을 조금 더 개선해서 만든 것도 있었는데 Globish speed quiz와 free writing이 그 예이다. 이러한 활동을 앞으로 글로비시 워크숍을 진행하며 글로비시를 공부하기에 효과적인 활동들이며 하나의 글로비시 컨텐츠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아 나도 이제 진정한 문화 생산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투어, 프레젠테이션, 수업, 워크숍 등 기획을 해본 경험은 많았다. 하지만 캠프를 기획하는 건 처음이었다. 캠프기획은 다른 기획에 비해 훨씬 섬세하게 기획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시간이 아니라, 며칠 동안을 중간에 쉬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램도 촘촘히 짜야하고, 어느 시간에 무엇이 준비해야 되며, 그것을 준비하는 사람은 누구인 것인가를 자세히 짜야한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진행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이러한 사항을 종이로 정리하는 작업에서 좀 애먹었다. 1차적으로 전체 시간표를 짜고, 그 다음에 자원봉사자들과 진행자들의 교안을 짜고, 그 다음 나의 스크립트를 쓰면서 똑같은 것을 여러 번 반복하고, 더 추가하는 과정에서 머리가 많이 아팠다. 게다가 이러한 사항들을 자원봉사자들에게 영어로 각 날마다 다시 한 번 설명해주고 체크할 때마다 영어가 어렵게 느껴졌다. 캠프를 시작하기 전 영어로 이메일을 쓰고, 회의를 하고, 진행사항을 알려주면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나는 한국에서 얼마든지 이런 일들을 잘 해왔으며, 상대방이 잘 알아듣게끔 설명하였지만, 외국에서 회의를 하거나, 메일을 쓰거나, 교안을 짜보진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말하면 그들에게 무례하지 않게 진행사항을 전달할 수 있나를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섬세함에 대한 이야기에서 하나 더 하자면, 글로비시 자체가 엄청 섬세하게 설명되어야 하며, 기존에 있는 컨텐츠가 얼마 없기 때문에 활동과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청소년들에게 적합하게 만들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글로비시를 하자작업장학교,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 맞게끔 짜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비시 워크북은 영어와 문장구조가 비슷한 프랑스에서는 쉬울 수 있지만, 문장구조가 전혀 다른 한국에서 실행하기엔 더 많은 정보와 자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 적합한 문장구조 배우는 방법으로 하자작업장학교에서 또 한 번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하는 것이었다. 물론 단기간 만에, 그리고 글로비시 캠프에서 이 모든 걸 맞춰서 할 순 없었지만, 하자작업장학교 죽돌들의 수준에 맞춰서 글로비시에 진정한 효율성을 맛본 뒤 한 학기동안 계속 자신의 글로비시를 지속시킬 수 있게끔 원동력을 불어넣어주는 활동들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글로비시 캠프가 끝난 뒤 죽돌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글로비시와 영어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는 죽돌도 있었고,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즐거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런 반응을 보았을 때, 일단은 죽돌들의 관심을 글로비시로 돌리는 건 성공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의 목표와 활동이 따로 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의 목표는 죽돌들이 글로비시의 목적과 효과를 확실히 배우는 것이었는데, 그러기엔 게임도 많았고, 아침 lesson 시간 때 했던 활동들은 어려웠다. 그래서 즐겁다, 재밌다, 놀자! 식의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고, 문장을 쓰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읽을 때는 다들 활동에 집중해서 쉽게 지치곤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은 시간이 남는다며 지루해하기도 했다. 기본기를 확실히 알자!가 이 캠프의 취지였는데, text가 너무 어려워서 기본기에 대한 설명도 놓치고,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도 너무 오래걸려서 이것도 저것도 못한 죽돌이 몇몇 있었나보다. 전체를 진행할 때는 모두에게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앞으로 프로그램을 짤 때는 대상의 수준을 고려하며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글로비시 캠프에 대한 죽돌들의 리뷰, 사진 등은 [http://club.filltong.net/ourtown]에서 볼 수 있습니다.


Globish for teenagers
글로비시를 한국사회에 맞게끔 기획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막연하고, 애매한 일이었다. 그러나 캠프가 끝나고 나서 어떤 맥락에서 한국사회에 맞는 글로비시가 필요한 것인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하자작업장학교 안에서도 글로비시는 어려운 공부가 아니라, 모두가 할 수 있는 기본공부여야 한다. 그리고 난 이걸 유통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나, 그리고 하자작업장학교의 죽돌들이 조금 더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끔, 스피카자에서는 글로비시 라운지를 열었다. 지난 학기에는 하자작업장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문장들을 뽑으며 워크북을 만들려고 했는데, 나는 단순히 문장만을 뽑는 것으로 워크북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글로비시는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고, 스피카자 뿐만이 아니라 하자작업장학교 죽돌들이 이제는 그렇게 움직여야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글로비시를 더욱 확실히 알아야 하며, 스피카자만큼의 책임의식도 느껴야한다. 하지만 죽돌들이 이런 의식을 느끼게끔 글로비시를 유통시키는 건 분명 스피카자의 몫이다.

지난 학기는 ‘적극적 참여자’만이 글로비시 라운지를 참여했다. 약 6명 정도였는데, 이번 학기는 6월에 있을 창의서밋의 youth forum도 죽돌들이 직접 준비를 하며, 모든 죽돌들이 글로비시를 공부하게끔 라운지를 3개 만들었다. 이 라운지를 통해서 글로비시의 24개 문장구조를 제대로 외우고, Globish IN Globish 스토리를 만들며, 시간이 지나면 서밋 때 사용할 수 있는 글로비시 단어들을 뽑기 시작하며 글로비시존을 형성할 예정이다. 대신, 3개의 글로비시 라운지를 듣는 대상마다 조금씩 진행방식이 다를 텐데, 내가 담당한 시민문화 글로비시 라운지에서는 서밋 때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투어를 할 글로벌 학교 죽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그 때 많이 사용할 단어들과 문장들을 뽑을 예정이다. 다른 라운지들은 글로비시 컨텐츠를 제작하고, youth forum을 준비하며 필요한 단어와 문장들을 뽑고 준비할 예정.

그 밖에도 나는 꿈터학교에서 글로비시 워크숍을 진행하며, 하자 밖 청소년들과, 하자 청소년들의 단어들을 모을 예정이다. 매번 새로 기획한 프로그램들은 글로비시 컨텐츠로 조금 더 개선시켜 모을 예정이며, 장 폴 네리에르의 글로비시 추진 프로젝트에도 이러한 기획자의 역할로 기여할 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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