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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글 수 210
2011 하자 작업장 학교 시즌 2에 부쳐
어제 치과에 가서 어금니를 빼고 대공사를 했습니다. 아마 그 대공사를 하신 의사 선생님이 여기 계실 겁니다.(하자 단골 의사이지요.) 그 분은 “선생님, 한시간 반 정도 많이 괴로우실 겁니다.”라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러나 대공사 내내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마음이 불편한데 몸도 아프니 그 일체감에 오히려 편안해진 것이지요. 어릴 때 양반은 쓴 나물을 잘 먹어야 한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셔도 나는 쓴 나물을 먹지 못했는데 요즘 쓴 나물을 즐겨 먹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양반이 된 것이지요. 삶이 쓴 데 몸이 편한 그 부조화를 아는 양반말입니다. 쓴 나물 좋아하세요? 철학자 코제브가 이차 대전 이후 ‘역사가 끝난 듯한 폐허’를 둘러보는 세계일주를 둘러보면서 ‘동물화된 삶’에 대해 이야기 한 것, 아시는지요? 그는 물질적 풍족함을 추구하느라 정신이 없는 이들, 마음이 불편해야 하는데 안 불편해하는 물질적 만족에 안주하는 사람들, 물적 축적을 위해 끝없이 공격적이 되는 미국적 삶을 보면서 동물화된 삶이라고 불렀었습니다. 그는 미국만이 아니라 러시아도, 중국에서도 급격하게 동물화된 삶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그는 한 섬나라에서 다른 존재를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할복자살을 칭송하는 사무라이 전통을 가진 일본을 주목하라는 것이었지요. 코제브는 어떤 형식과 원리를 중시하여 물적 생존 이상의 것에 목숨을 거는 일본에 큰 흥미를 느꼈던 것인데, 최근 한국에서도 동물화된 삶과 속물화된 삶이라는 이분법으로 평론가, 논객들 사이에 현대 사회에 대한 논의들이 꽤 이루어진 적이 있습니다. 사실상, 지금 시대에 가장 위험한 인물은 괴롭지 않은 사람일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직선적인 사람들, 시대를 애도하지 않는 이들 말입니다. 여기 있는 우리들은 동물도 속물도 아닌 존재로 치과에 가서 치통의 고통 속에 편안함을 느끼면서 삶의 부조화를 어찌해보려는 꽤 나약한, 그래서 서로에게 묻고 의지하면서 가려고 하는, 그래서 아직은 좀 가능성이 있는 족속이 아닐까 싶습니다. 2. 뭐가 그렇게 괴롭냐? 삶이 왜 고통스럽냐? 고 묻는다면 이유가 많지만 생략 하겠습니다. 다들 느끼고 있을 테니까요. 공통의 감각을 믿고 있으니까요.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서 김예슬씨 자퇴 선업한 그 이유들이 다 저를 괴롭히는 이유이고. 후배 교수들 책 쓸 시간 없이 각자 논문 제조 공장 차려야 하는 것도 보기 괴롭고 최고은씨 세상 떠난 것도 아주 괴로운 일이었지요.
수능과 내신 공부만 하면서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은 현 인류가 당면한 문제와 위기에 대해 강의를 하면 그것에 대해 행동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금방 찾아냅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을 알아보고 한국서 가장 아름답다는 내성천을 답사할 때 학생들은 “왜 교수님들은 반대하는 사람들만 만나게하는 거지?”라고 하면서 아직 반대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았기 때문에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그 이슈에 대한 생각을 차단해버리는 것이지요. 재빨리 분석하는 정답을 찍는 입시 공부에 정진하는 것, 상품을 고를 때 가장 손해 보지 않고 사기 위한 계산에 정진하는 것,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 그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으면서 우리 나라의 일류대 성공에 진입한 대학생들 상당수는 요즘 인기 있는 영화 ‘black swan'의 주인공에게, 또는 세계 챔피언 피거 스케이팅 선수의 절묘한 공연에 찬사를 보내면서 자신도 약육강식 사회에서 내쳐지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생존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즐거운 학생은 주식 투자를 해서 돈을 많이 번 학생, 한눈 팔지 않고 스펙 쌓기에 몰두 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동물화된 존재들일 것입니다. 이들은 그 외 모든 세상사에 대해서는 스팩타클을 구경하는 구경꾼으로,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는 보는 관객으로, 또는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쇼를 보는 품평 관객의 태도로 일관할 테지요. 그것은 이래서 안돼, 저것을 저래서 안돼. 이들은 그 이유를 너무나 쉽게 찾아냅니다. 에바 일루즈는 이런 이들을 ‘초합리적 바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차드 세넷은 이런 시대를 “소멸하는 열정, 표류하는 개인‘이라고 표현하고 있지요.
제도권과 비제도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지요. 그러나 그 무엇보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가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데 함께 할 이들도 보이기 않기에, 상생의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기에 괴로운 것이지요. 3. 하자작업장학교는 2001년 9월 12일 세계 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던, 그 다음날 개교를 하였습니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하기 싫은 일도 할께요” “탈 산업사회,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의 창의적 인재” ‘자기 주도 학습” “급변하는 시대를 꿰뚫어보는 지식인” 등과 같은 표현을 쓰면서 낙후된 학교를 떠나온 아이들과 함께 대안학교를 만들어갔었습니다. 그 때 우리는 문화의 시대, 창의의 시대가 오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화의 시대가 오기도 전에 금융의 시대가 와버렸지요. 우리가 사용하던 ‘자기 주도 학습’은 학원 광고 카피가 되어버렸고 그 자율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돈이 주도하는 승자독식 시대를 살아낼 강심장과 무자비함을 가진 이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와버린 것입니다. 사실상 2008년 월가의 금융 사건이 세계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즈음부터 우리는 학교의 시즌 2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다음 세대를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우리 안에 그 사회 자체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들은 그 진화한 학교의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서로를 구원하는 시대, 서로를 구원하는 능력을 키우는 곳, 그런 이들이 모여 있는 삶의 터전이 바로 이 학교가 지향하는 학교입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공동 운명체의 성원으로 최선을 다하는 '크리킨디'의 모습, 미래가 잘 안 보이는 시대에 미래를 찾는 시민활동을 할 청년들이 이곳에서 씩씩하게 자라갈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소멸하는 열정, 표류하는 개인”의 시대를 넘어서 열정을 가진 사람, 표류하지 않는 개인들이 모여 활기찬 삶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상생의 시공간이 되는 것이지요. 1980년대 운동권 + 유랑극단 + 세계를 구하는 시인 + 등으로 이어지는 한마디로 규정하기 아주 새로운 학교인 것이지요. 1980년대가 군부독재에서 나라를 살리려는 'the good one'시대였다면 1990년은 개성과 문화의 시대에 'the only one'의 시대였지요.
그런데 1997 아이엠 엠프 충격 이후 실업의 공포의 시대를 휩쓸면서 'the best one'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승자독식 사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승자독식 사회의 해독을 여실히 보게 된 지금 우리는 다시 'the good one'의 세상을 열어갑니다. 하자 작업장 학교가 바로 그 시대를 누구보다 먼저 더듬어 가고 있는 것이지요. 1998년 하자 센터의 한 귀퉁이에서 ‘히옥스 카페’로 시작한 작업장 학교는 애초부터 튼실한 아지트였습니다. 영상작업과 음악과 디자인, 시민활동을 통해 사회와 만나는 다양한 친구들이 이 곳을 거쳐 갔고 또 다시 돌아오기도 하면서 이 학교는 경륜이 깊은 아지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비약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시즌 2의 길을 훌륭하게 찾아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입학한 친구들에게 축하와 당부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의 주민으로, 서로를 돌보고 구원하는 재능을 길러가는 학생으로, 시대를 새롭게 해낼 글로컬 시민으로 나날을 즐겁고 활기차게 지내기 바랍니다. 그리고 학부모들과 친지들도 이들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맺고 활기를 되찾는 삶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자작업장학교 초대 교장이었는데 오늘 그 자리를 히옥스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교장은 학생들 이름을 다 외워야 하는데 제가 이름을 못 외어서 한 이년전부터 불안불안했었거든요.
이 자리는 히옥스가 2기 하자 작업장 학교 교장임을 공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 둘 다 자의식이 너무 강한 기획, 연출가들이라 식 같은 것은 생략하기고 하고 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이런 식으로 이취임식을 대신하기로 하였습니다. 저와 히옥스를 위해 한번 박수를 보내주세요.
저는 대안학교 전체 판의 시즌 2에 대해 고민을 나눌 이들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 하자에는 작업장 학교 만이 아니라 영세프, 로드 스콜라, 연금술사 프로젝트 등 많은 작은 대안학습 공간들이 잉큐베이팅 되고 학교화 해가고 있습니다. 그 외 외부의 많은 대안학교들도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온 것보다 더욱 급진적인 대안들이 필요해진 시점이기 때문일 겁니다. 보다 시대에 맞는 학습공간들을 만들어내고 대안학교들의 시즌 2 큰 그림을 그리는 시점에서, 대안학교를 나온 졸업생들도 많아지고 그들의 행보도 다양해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은 세상에 필요한 '좋은 일자리'들을 만들어내는 일일 겁니다. 지금 너무나 많은 '나쁜 일자리'가 세상을 주도 하고 있는 것이 문제적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대안학교 졸업생, 그리고 그간 함께 해온 대안학교 동네분들이 모여 새 판을 벌려가야 할 때일 듯 합니다. 졸업생 친구들이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세상에 필요한 좋은 일자리들을 많이 만들어내봅시다.
오늘 7시 반에 하자 허브 건물 고양이 신전 카페에서 대안학교들 시즌 2 예비모임을 가볍게 가지려고 합니다. 많이 와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자리, 이 식을 통해 은혜 많이 받으셨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3월 5일 조한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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