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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예언 ‘위험한 이야기

 

- 핵발전소에 안전이란 없다. 다시 반핵을 이야기해야 

 

 

체르노빌 사고에 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책장을 뒤지다 1989년도에 쓰여진 ‘위험한 이야기’를 찾았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반핵평화운동가로 최근까지 저작활동을 하고 있는 히로세 다카시의 책이다. 책장을 넘기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일본 후쿠시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확히 예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선 은폐되었던 체르노빌 사고의 심각성을 낱낱이 파헤치는 한편, 곧 다음 차례는 일본이 될 것이고 그 이유는 지진과 해일, 그로 인한 노심냉각장치의 문제이상이라고 했다.

 

체르노빌 사고가 있은지 불과 2년여밖에 흐르지 않았는데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일본 언론과 원전을 현재의 5배로 늘리겠다며 원전확대 정책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하면 쓰여진 이 책은 발간 직후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핵의 안정성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당시 소련은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나서야 외부에 사고를 공개했다. 스웨덴에서 대기중 방사능 수치가 높아지고 있음을 감지한 후 조사를 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소련 뿐만 아니라 IAEA를 비롯한 전세계의 핵산업계와 언론은 체르노빌 사고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체르노빌이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면 그들의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일본 역시 사고 이후 죽음의 재가 일본에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발표했고 물, 우유는 안전하다고 했지만 며칠 뒤 37개의 도도부현에서 방사능 오염을 확인했다. 우리나라는 당시엔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책은 체르노빌 사고를 감추기에만 급급한 세계의 핵산업계와 정부, 언론의 행태를 폭로하고 일본의 핵발전소의 안정성이 애초부터 불가능함을 알려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졌다. 굴업도 핵폐기장이나 부안 방폐장 문제와 같은 주요한 사건을 통해 핵의 위험성이 사회화된적도 있지만, 이미 텔레비전만 틀면 끊임없이 나오는 ‘안전한 원자력발전, 깨끗한 원자력발전’광고에 나 역시 익숙해져버렸다. 한해 100억 정도의 예산을 들여 온갖 채널을 통해 원자력을 홍보하는 원자력문화재단과 발전소나 방폐장을 유치지역에 현금을 풀겠다는 식의 유치작전이 사람들에게 먹혀들어간 것이다. 그래서핵발전소를 반대하는 나 조차도 핵발전을 이야기할 때엔 핵폐기물 이야긴 해도, 핵발전 그 자체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지나친 비약이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수년동안 발전소는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이야기듣고, 지금 일본의 핵발전소 폭발상황에서도 우리는 안전하다는 저들의 이야기에 나도 어느새 세뇌되어있었음을 이 책을 다시 펼치며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체르노빌, 기술적인 결함으로 폭발했나?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단 4초만에 폭발해 버린 것은 구소련의 낙후한 기술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당시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전세계가 최고라고 경의를 표했고 미국조차 부러워했던 곳이다.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체르노빌 사고 후 5월 서독, 이탈리아, 네델란드, 프랑스 등지에서 모든 잎야채들의 판매를 중지시켰다. 식물들이 모두 방사능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스웨덴 목초지대의 사슴고기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는데 유럽의 변두리에 있는 이탈리아에서조차 식용토끼를 수만마리 처분했어야 했다. 이런 현상은 1989년까지도 계속되어 새, 어류, 염소, 양, 토끼, 사슴, 소 등 대부분의 동물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모유와 우유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그럼데도 유럽의 오염된 우유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어 전세계로 수출되어 나갔다.

 

체르노빌과 일본은 다르다, 일본의 기술은 세계 최고다라는 믿음은 체르노빌 이후에도 계속 원전을 확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게 했다. 이 책에선 ‘지금 일본에서도 원자력발전소는 절대 안전하다고 관계자들이 호언장담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기억해 둡시다. 마침내 일본에서 멜트다운이 일어난 다음, 우리는 이 말을 회상할 것입니다’ 라는 문장이 나온다. 섬뜩한 경고지만, 지금 이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일본에 대사고가 일어나는 날 

이 책의 3장 제목은 ‘일본에 대사고가 일어나는 날’이다. 미국과 소련에서는 이미 핵발전소 사고가 있었으므로 다음으로 원전이 많은 프랑스나 아니면 그다음인 일본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을 언급하는 당시의 신문기사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일본의 과학기술청이 만든 비밀보고서에서 밝힌 ‘방사능의 백문의 일만 방출되어도 악조건에서는 3조 수천억엔이나 되는 피해가 발생하고, 죽음의 재가 한국까지 확산된다는 결론이 나와서’라는 글도 보여주고 있다. 도카이 핵발전소에서 사고가났을 경우 피해액 100조, 400만명의 피해, 일본 전역 방사능 확산 등 반핵단체가 아닌, 일본 정부가 작성한 보고서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저자는 정부가 작성한 이런 보고서가 하나의 가설이 아닌, 실제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고 이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유로 ‘긴급노심냉각장치, 격납용기, 역악화와 출력이상, 지진’을 꼽았다. 2011년 바로 지금,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게 된 바로 그 이유다.

 

체르노빌 사고가 있기 전까지 일본 원자력 산업회는 긴급노심냉각장치과 같은 과중한 장치는 불필요한 투자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다 체르노빌 이후 이 장치가 있으므로 우리는 안전하다고 광고까지 했다. 중요한 사실은 긴급한 순간에 긴급노심냉각장치는 제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처첨 지진으로 전기공급시설이 망가져 결국 바닷물로 냉각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격납용기와 콘크리트 역시 강한 압력에선 무용지물이 될 거라는 예측도 맞았다. 그러나 당시 일본 정부는 격납용기와 콘크리트가 있으므로 안전하다는 광고를 되풀이했다고 한다. 당시에도 격납용기와 콘크리트를 뚫고 원전주변에서 계속 방사능이 노출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격납용기 파열 역시 당시부터 지적된 문제이다. 미세한 파열을 통해서 방사능이 포함된 수증기가 밖으로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지진 과 해일과 같은 상황에선 속수무책이다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일단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모두 검토해서 설계했겠지만 지금 말씀드린 것 같은 복합상황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손을 쓸 수 없다는 거죠. 큰 지진이 나면 정전이 됩니다. 예비 전원도 망가지고 그 순간 긴급장치가 움직이지 않게 될 가능성도 큽니다. 그렇게 되면 원자로가 1기만 있는 게 아니라 몇기가 묶음으로 있으니까 멜트다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에서 안전이란 없다.

얼만큼 안전하냐, 안전하지 않냐의 경계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냇가도 어린아이에겐 안전하지 않고, 어른에겐 안전한 것처럼 상대적인 것이다. 원전의 안정성 역시 예를 들면 지진 강도 6에선 안전할지 몰라도 8이 되면 불안전해진다. 문제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몇 사람이 다치거나 죽고 경제적인 피해를 입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다. 방사능 오염이란 것은 수십년동안, 세대를 거쳐 수백년동안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자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핵발전소 사고가 날 확률은 교통사고가 날 확률보다 적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단 한번의 사고에도 그 피해는 수십년동안 일어난 교통사고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피해를 낳는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화력발전소 한기가 이번 지진으로 터졌다. 그러나 그 소식은 핵발전소 폭발 앞에선 단신에 불과했다.

 

핵이 안전하다는 믿음은 헛된 믿음,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위험천만한 핵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핵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알고, 앞으로도 우리가 핵과 계속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안전하다는 말을 아무리 되풀이하고, 아무리 안전하게 운영하고, 안전기준을 높여 설계시공한다 한들, 속성상 인간의 통제범위 밖에 있는 핵에너지를 계속 갖고 살면서 언젠가 닥칠, 설사 위기가 닥치지 않는다 한들 1만년 이상의 세대에까지 고스란히 폐기물을 남겨주는 핵발전은 선택할 것인가? 아니며, 더이상의 핵발전을 중단하고, 지금과 같이 쓰고싶은대로 전기를 써대는 방식의 생활을 벗어나 수요를 줄이고 절제하면서 다른 방식의 에너지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물론 이런 절제가 당장 촛불을 켜는 생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단 우리나라에 있는 21기의 핵발전소에서 더이상의 추가증설을 막는 것. 그리고 노후된 고리 1호기부터라도 단계적으로 중단시키는 것. 인간의 놀라운 기술력이 투자되어야 할 것은 절전용품과 신재생에너지 분야다. 물론 이 역시 산을 깎아 태양광발전단지를 만들고, 갯벌을 막아 대규모 조력발전을 하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반핵은 잊혀진 의제였다. 그러나 이제 다시 우리는 반핵을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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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문명에 관한 글을 찾다가 일본의 반핵평화운동가의 책을 찾게 되어서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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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잠시나마 함께일 때의 기억.

여전히 '우리'는 아니지만, 당신과 내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