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일본 반핵 운동가 반 히데유키ㆍ“후쿠시마 재앙 부른 것은 원전 안전 확률만 믿은 탓”“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근본 원인은 ‘원자력 안전 사상’입니다. 지진과 쓰나미는 그 다음입니다. 아무리 확률이 낮더라도 사고 가능성이 있는 이상 ‘원전은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일본의 대표적 반핵 환경단체 ‘원자력정보자료실’의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59)는 원자력 안전 신화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고 “전문가들은 원전이 확률론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신했지만 결국 그 낮은 확률이 현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원전의 모든 전력이 차단되고 노심 용융까지 발생할 확률은 1000만분의 1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에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 반 대표는 “일본 정부는 ‘1000만분의 1 가능성까지 대책에 반영한다면 원전 건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논리로 원전을 지어왔다”며 “이번 사고로 확률론적 안전 평가에 의존해 원전을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드러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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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반핵 환경운동가인 반 히데유키가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
원자력정보자료실은 핵 물리학자이자 반핵 운동가인 고 다카키 진자부로 박사가 1975년 만든 원자력 전문 환경단체다. 폐쇄적이기 일쑤인 원전 정보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원전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에는 매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상황과 문제점을 알렸다.
반 대표는 “지난 3주간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며 “원전과 관계된 정부-전력회사-전기사업자-원자력전공자들의 폐쇄적 세계도 이번 사고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허술한 후속 대책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방사선 오염 우려 음식물에 대한 일본의 섭취 제한이 너무 느슨하다고 했다. 현재 방사성 요오드 섭취 제한 기준은 채소류 2000㏃(베크렐)/㎏, 우유·유제품은 300㏃/㎏, 방사성 세슘은 채소류 500㏃/㎏, 우유·유제품 200㏃/㎏이다. 반 대표는 “체르노빌 당시 일본의 수입 규제 기준이 370㏃/㎏이었고, 소비자단체는 37㏃/㎏ 이상이면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고 처리반의 방사선 피폭 한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했다. 사고 처리 노동자의 연간 피폭 한도는 이번 사고 후 250m㏜(밀리시버트)로 상향됐다. 일반인의 250배, 기존 원전 노동자보다도 5배 높다. 반 대표는 “누적 피폭량이 100m㏜가 넘는 노동자가 이미 17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최명애 기자 glaukus@kyunghyang.com>
원자력정보자료실: http://www.cnic.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