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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1916년 5월23일 내가 알리사를 잊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난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마흔이 다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유일하게 충성을 다하는 두 여성은 나의 작은 알리사, 그리고 줄리에트이다. 먼저 떠나간 알리사에 대한 사랑도 그대로, 슬픔도 그대로인 나에게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현실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알리사의 죽음은 나에게 어린 소년의 감성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의 깨달음을 주었다. 그때 그 시절, 얼마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존경해왔었나. 사랑에 대한, 신에 대한, 행복에 대한 흐리멍텅한 구절들을 외우며 시간을 허비했던가. 프랑스 북부의 그 좁디좁은 퐁그즈마르에서 그 얼마나 사치스런 귀족생활을 즐겨왔던가. 전쟁이 발발했고 지금의 유럽은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줄리에트의 눈물어린 반대를 무릅쓰고 군대에 지원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To my darling 알리사, 알리사, 네가 지금 이 열악한 참호의 생활을 멀리서라도 엿볼 수만 있다면!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라난 참호 쥐는 내 옆에 잠들어 있는 부상병의 눈을 파먹고 있고, 이가 득실거리는 이곳엔 시고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네가 이곳을 보고도 신께 구호를 외칠 수 있을까. 본래 사악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이 자초한 희생이라고 꾸짖을까 너는. 지금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휴전의 의미로만 기억된다. 아무도 크리스마스에 신께 감사하지 않고, 다만 친구가 우울증으로 자해나 자살만 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너는 나를 떠나가면서 내가 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 너의 죽음과 전쟁터의 현실이 신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거란 예상은 나도 하지 못했어. 네가 들으면 인상을 찌푸릴 얘기를 내가 지금 왜 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 나는 너의 애처로운 희생에 반박하고 싶은 것일지도 몰라. 그때 왜 네가 나를 위해서 희생해야만 했지? 너는 그것을 왜 희생이라고 믿었니! 나는 다만 너와 평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 그 행복 속에서 비로소 신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야. 지금의 나를 봐, 너를 잃은 후 냉소적이다 못해 퇴폐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한 번 봐. 우리의 사랑은 끝까지 비극적이구나. 그래 나는 몇 십 년이 지나도록 너를 잊지 못하고, 너의 죽음을 원망하고 있어. 비록 나의 젊은 시절 순수한 감성은 너와 함께 하늘나라로 떠나갔지만 지금의 나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이 시대의 용감한 투사로서 살아나가겠어. 어린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나의 달링 알리사.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야. 부디 너의 영혼이 이 참혹한 전쟁에서 부터 멀어지길... 청렴한 정신을 영원히 간직하길... May your soul rest in peace, with my dearest love Jerom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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