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시각/영상글 수 646
현대의 박물관은 미술품이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물건들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동시에 일반인들도 느긋하게 찾아와 관람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형태의 박물관은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걸쳐 확립되었고, 그 이전부터 서구에서는 대학과 교회, 귀족들이 여러 가지 물건들을 수집하곤 했다. 그림 같은 미술품 외에도 과학기구, 보물, 책, 일상용품 등을 모아 개인적인 컬렉션을 만드는 귀족들이 많았는데, 이 대목은 중세와 근대에 만들어진 '천재' 들이 가졌던 특권 계급의 혜택을 떠올리게 한다. 박물관의 시초인 개인 컬렉션 역시 학자들이나 종교인들, 귀족들과 같이 느긋하고 고상한 취미를 가질 수 있는 자들, 무엇인가를 잔뜩 소유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 컬렉션이 1820년경 공공의 박물관으로 이행했고, 예술개념이 성립함과 동시에 미술품만을 따로 전시하는 미술관이 만들어졌다. 그 당시 박물관은 부르주아 문화의 보관장치인 동시에 그 이전의 왕권이 변형되어 남아 있는 잔해였다. 아마 그 때까지만 해도 그런 것들은 모두 권력자들의 소유물이었으니, 자 봐라, 우리는 이만큼 권력있고 고상한 사람들이다, 라고 과시하는 의미였을까? 이에 반해 현대의 미술관은 미술을 비미술로부터 구별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공들여 지은 멋진 건물과 액자, 좌대, 이름표, 유리관 등이 '이것은 미술이다' 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와 동시에 미술관 내에는 기념품 매장과 카페 등 상업적인 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에 나타난 개인 컬렉션이나 박물관의 초기 모습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17세기 프라하의 루돌프 2세의 '미술의 방' 에는 온갖 진귀한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지금의 박물관에서 물건을 전시하는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한 곳에는 조각상이, 그 다음에는 조개껍데기가, 그 다음에는 인도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있는 식이었는데 지금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조금 두서없이 진열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모습은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 이라는 저서의 한 단락을 떠올리게 하는데, 푸코는 그 책에서 중국의 한 백과사전의 기입 사항을 묘사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 중 한 부분을 인용하며 이렇게 쓰고 있다. "이 놀라운 부류를 통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우화로 인해 다른 사고체계들이 이국적 매력으로 보이는 것은, '이러한 체계' 를 결코 생각하지 못하리라는 우리의 한계 때문이다." 푸코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그것을 '근대' 라고 부르고 있고, 지금 우리는 '현대' 라는 사회질서 내에 살고 있다. 이 사회질서는 제도와 자신에 대한 개념, 심지어는 주변 사물들을 정리하는 방식까지 결정짓지만 항시 변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혀 다른 시대였던 중국 백과사전 목록의 논리와 루돌프 2세가 물건을 정리한 방식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또다시 변할 것이다. 현대의 미술관이 작품들을 전시하는 방식도 비교적 최근에 성립된 것이다. 1915년 러시아의 카지미르 말레비치가 자신의 추상화들을 걸어놓은 방식과 1929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미술작품들을 걸어 놓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방 전체를 활용해 방을 그림으로 가득 메운다는 느낌으로 전시했지만, 뉴욕 현대미술관은 관람객들의 시선에 맞추어 희고 깨끗한 벽에 그림들을 보기 좋게 차례차례 전시하였다. 그리고 1980년대 포스트모던 미술관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박물관과 미술관은 더 이상 미술작품들의 감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먹고, 쇼핑하고, 사교활동을 하는 문화센터로 변화하였다. 이 변화는 중세에서 근대로, 근대에서 현대로 시대가 변화하며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함께 변한 것과 같은 것일까? 아니면 자본주의와 산업화로 인해 사람들이 부유해지고 계급이 사라지며 더 이상 귀족 문화나 왕권이 중요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 Imagin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