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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5-31 오전 8:33:51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 전문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의 현 외교안보수석이 미국에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에 대한 승인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외교 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경주 근처에 재처리시설을 건설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언급도 있다. 외교안보수석의 주장은 미국 정부가 일본의 재처리를 승인하고 있는 만큼 '한미원자력협정(2014년 개정)'을 통해 '한국에도 재처리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차별적인 상황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교과부와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방식으로 건식(乾式)의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기술연구에 2000년대 초기부터 집중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재처리 추진파는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은 '사용후 핵연료속의 물질을 추출하여 다시 핵연료로 사용하고, 이 핵연료의 사용이 끝나면 또 다시 재처리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우라늄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기술은 '지구상에 마찰이라는 현상이 없다면, 자동차의 바퀴가 전혀 마모되지 않고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와 마찬가지다. 즉, "다른 장애가 없다면" 이라는 전제조건에서만 성립하는 그저 책상 위의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
우라늄의 무한 이용이 가능하다?
파이로 프로세싱기술은 1980년대 미국의 연구소(ANL)가 제안한 것이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동중인 재처리 공장들은 파이로 프로세싱이 아니라 프렉스(PUREX)라는 습식(濕式)방법을 채용하고 있다. 이 프렉스라는 습식 기술도 원래는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대량 추출하기 위해 개발됐다. 영국·프랑스에서 군사용 플로토늄의 추출을 위해 재처리 공장을 설립했고 공장의 확대를 통해 일본, 독일 등의 사용후 핵연료의 상업용 재처리도 해 왔다.
그러나 일본 및 독일 등이 외국에 재처리를 위탁한 이유는 우라늄 자원의 재이용보다는 사용후 핵연료의 보관시설의 한계를 일시적으로 회피하는 데 있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말 일본 원자력발전소의 상황을 보면, 원전 내의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水槽)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또 원자력발전소 외부의 집중 적인 저장시설의 건설계획도 여의치 않았다. 따라서 '화장실없는 맨션'현상이 발생하면 원전을 계속 가동할 수 없게 되므로, 영국과 프랑스의 재처리 공장 건설비까지 감수하면서도 재처리 공장의 거대한 수조에 반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비경제적인 방식이 가능했던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해외위탁 재처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떠 넘기는 전기요금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금 제도 때문에 일본의 전기요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맹국중에서 가장 비싸다. 덧붙이면, 한국의 전기요금제도도 일본의 제도와 마찬가지이다.
재처리 추진파는 세계적으로 원전 르네상스로 우라늄 자원의 수요확대에 따른 가격의 상승 및 자원의 고갈이 예상된다면서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해 우라늄자원의 무한한 재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추진파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첫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없었다 하더라도, 중국·인도를 제외하면 원전의 급격한 확대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유럽 쪽의 원전 정책의 후퇴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현재 원전 약 430기가 두배로 늘어 나도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자원이 육지에 있으며, 바닷물속의 우라늄자원도 46억 톤이나 있다. 원전이용에 대한 찬반논의를 잠시 보류하더라도, 우라늄의 고갈이 몇십 년내에 당장 일어 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인 자세라고는 할 수 없다.
한편, 파이로 프로세싱의 현황에 관한 국내 연구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전의 원자력연구원 내에 이미 실험시설이 있으며, 공학적 규모의 시설도 건설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2030년 무렵 연100톤의 처리 능력을 가진 실증 시설의 가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같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 교섭과는 별도로, 최근에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한미공동연구를 추진한다는 구두합의까지에는 이른 것 같다.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의 실태에 대해서, 약 1년반 전에 필자는 어느 추진파의 관계자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그는 '미국에서도 이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는냐'는 질문에 "하면 된다"고 했고,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는냐'는 질문에는 "계획이란 늘 변경이 따르는 것이다"는 공허한 답변을 내놨다.
경제성도, 안전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다
그러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재처리 및 파이로 프로세싱이, 과연 우라늄 자원의 재활용률 및 경제성, 기술의 실현 가능성, 핵확산의 방지 등의 측면에서 타당한 것인가를 살펴보자.
첫째, 추진측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해 95~96%의 재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처리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의 이용을 이용한다는 것은 겨우 1.1%의 재이용률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추진 측의 주장과는 달리 재처리에서 나오는 우라늄(U235와 U238)의 재이용은 현실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처리 후의 우라늄에는 핵분열성 물질과 같은 불순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농축 공장의 오염을 가져 온다. 따라서, 별도의 새로운 전용 공장이 필요하며, 또 그 가공비용도 매우 비싸지게 된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재처리후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은 혼합산화물(MOX)연료를 제조할 경우에는, 재처리공장이 아니라 농축공장에서 나오는 폐기 우라늄자원을 이용한다. 농축 공장의 폐기 우라늄에는 불순물이 없으며 양도 약 8배나 많고, 경제적이고 또 기술적으로도 효율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가령, 추진파의 주장처럼 재처리 기술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수백조 원의 비용을 들여 가면서 겨우 1.1%의 플루토늄을 재이용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가령, 일반원전(경수로)에서 농축우라늄을 핵연료로서 이용하지 않아 농축공장이 없어지거나, 또 기존의 폐기 우라늄이 전량 소비되었다면, 재처리를 통해 나오는 우라늄을 재이용하는 경우는 가정해 볼 수 있다. 또, 경수로가 '고속(증식)로'라는 특수한 원전으로 완전히 대체되고, 지구상의 우라늄자원이 완전히 고갈될 경우에는 재처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재처리 추진파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언제쯤, 또 그런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대답하여야 할 것이다. 아마도 100년이상은 충분히 걸릴 것인데, 도중에 새로운 에너지의 등장도 있을 수 있다. 덧붙이면, 고속로는 경수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위험도를 가진 원자로로, 처음 개념이 소개된 지도 벌써 65년이나 지났건만, 여전히 그 실현가능성은 없는 상태이다.
둘째, 파이로 프로세싱기술은 사용후 핵연료를 취급하므로, 재처리시설은 플루토늄과 공기와의 접촉을 방지하기위해 아르곤 가스가 가득찬 시설과, 높은 방사선의 피폭을 방지하기 위해 납으로 만든 유리창을 통해 원격장치로 작업하는 시설(Hot Cell)로 되어 있다. 이처럼 핵분열(폭발)의 가능성,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 작업원의 피폭 등의 위험성이 많고, 또 높은 방사능때문에 시설의 보수 및 유지작업도 매우 곤란하다. 이러한 대책과 기술개발은 여전히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방사성 물질의 대량 취급이 인간의 제어능력을 벗어난다는 사실을 일반시민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전문가들의 '하면 된다'식의 일방적인 추진은 국민에 대한 무책임한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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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마쓰야마 대학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