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 제대로 가고 있나?

-문화정책의 관점에서 본 서울시 마을정책-


김상철 /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정책위원·진보신당서울시당 사무처장



민선 5기 박원순 서울시장의 키워드는 ‘상식과 합리’라고 한다. 상식이라는 것은 그간 관행이나 몰이해를 바탕으로 추진되었던 사업들 – 한강운하계획 –을 백지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 합리라는 것은 앞서의 상식을 구현하는 방법이 역편향으로 나타나지 않고 절충적 해결을 모색하는 점 – 양화대교, 광화문광장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상식과 합리라는 키워드는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지는 전임시장 시기의 서울시정을 ‘비정상’이라 보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박원순 시장의 태도를 표현한다.


그런 점에서 광장의 개방이나, 시립대 반값등록금의 실현, 무상급식 예산의 집행 등은 중요한 개혁적 조치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상의 서울을 ‘정상성의 서울’로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머지는 스타일의 문제다(잡스식의 프레젠테이션이랄지, 청책 투어와 같은 현장방문 방식).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민선시장 특유의 성과주의가 표현되기 힘들다. 소위 ‘000표 사업’이라 칭해지는 중심적인 시책사업들은, 그것 자체만으로 비난이나 옹호의 대상이 되긴 힘들다. 어찌되었던 서울시민들에 의한 선택은 서울시장으로 하여금 특별한 사업을 하도록 요구한다. 아마도 박원순 시장 취임 6개월간 그의 브랜드라고 한다면 역시 ‘마을’이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민선시장의 주요한 시책사업들이 공유하는 일종의 관습들이다.


하나는 ‘전제된 옳음’이라는 태도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서울은 ‘21세기는 문화와 디자인의 시대’라는 문명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정당화되었다. 마찬가지로 박원순의 마을 역시, ‘이제는 공동체’라는 반증이 막힌 전제에서 시작한다. 이는 국격 수준으로 논의될 수 있는 과시성과도 밀접하게 연관 된다. (실제로 작년 12월 15일에 있었던 마을공동체TFT와 시장 및 행정부, 그리고 자문단이 함께한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은 마을만들기 사업과 관련하여 국제협력을 강조했고 제3세계에 새마을 운동 대신 수출할 수 있는 모범 사업으로 만들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하였다.(내부자료))


다음으로는 추진과정의 폐쇄성이다. 디자인 서울이 광범위한 전문가 그룹과 대중들의 동원이 이루어졌으나(3년간 진행된 디자인올림픽을 보라), 그것 역시도 정책의 입안-집행-평가의 순환과정에 극히 폐쇄적이었다. 마찬가지로 박원순의 마을 역시 광범위한 대중 동원이 이루어지고 나름의 공론이 형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일방의 방향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즉, 폐쇄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 텐데 ‘시민의 분할’이라는 사태다. 오세훈의 디자인 서울은 시민을 ‘호불호’로 분할하지 않았다. 이 점이 중요한데, 적어도 호불호로 구분되면 자연스럽게 공론장이 형성된다. (물론 디자인서울에 대한 비판적 그룹이 존재했다. 조직적으로는 디자인거리조성사업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노점상 조직이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는 문화연대를 비롯하여, 진보신당도 초기부터 매년 디자인 서울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과 토론회 등을 개최하였다. 하지만 이들이 공식적인 서울시의 디자인 담론에 초대를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이 사업의 분할은 관심과 무관심으로 분할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시 말해 디자인서울의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내부그룹과 그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는 무관심층으로 분할되었다. 박원순의 마을 역시 그렇다. 많이 회자되기 때문에 인지는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호불호의 태도가 아니라 관심과 무관심으로 분할된다. 이제 마을만들기에 대한 비판적 그룹이 디자인서울의 그것처럼 국외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어찌되었던 제도적 프로세스에 포함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시책사업으로서 ‘마을만들기’사업을 평가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6개월 정도의 논의를 가져왔고 아직도 기본계획 조차 마련되지 않은 사업을 평가한다는 것은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서울시행정 역량을 투여할 사업의 초기에 이를 점검한다는 것은, 평가 자체보다는 사업의 방향이 제대로 조준되어 이후에 집행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사소한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


아래에서는 우선, 총론적 평가를 먼저 꺼내놓는다. 그것은 평가의 내용적 풍부함을 위해 사업별 평가를 담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귀납적 평가를 할 경우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사업에 대한 평가라는 오류를 낳게 한다. 결국, 현재까지의 수준에서 총론적 평가를 먼저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 사업을 살펴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을만들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사업의 최소단위, 즉 ‘주민’의 조건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히 보편적인 서울시민의 생활상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현재 마을만들기는 특별한 예시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샘플 중심의 사업추진방식을 보인다. 즉, 이상적인 완성형을 염두에 두고 다른 지역에서 이런 완성형을 실현하기 위한 주민조직의 동원, 행정의 개입이 시도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방식에서는 마을의 기본단위인 사람, 특히 서울시민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이 탈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서울시민의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업은 가장 기초적인 단위의 구체적 조건에서 시작해야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예비적 접근을 바탕으로 마을만들기의 확장과 갱신을 위한 제안을 담고자 한다. 


1. 관점세우기: 총론


일단, 마을만들기 사업의 세부적인 각론을 점검하기 전에 총론 차원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이라는 일반론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개별 사업의 평가는 사실상 총론 차원에서 정책 조준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징에 기반하여 총론적 평가를 우선 제시한다. 


서울시가 오는 3월 15일 마을공동체 만들기 조례를 공표하고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6월까지 설치하고(최근 설치시기가 1달 미뤄졌다), 5개 시책 68개 개별사업에 총 1,34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이는 5월 보도자료에서는 35개 사업 725억원으로 축소되어 발표되었음). 우선 대규모 도시개발보다 마을을 주목한 공동체 지향적 도시계획의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특히 그간 서울에서의 개발사업은 거주자 중심의 개발보다는 물리적 개발에 따른 이익의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추진되었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서울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도시라는 평가까지 받아왔다. 하지만, 서울시의 계획을 보면 지나치게 조급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지적하고픈 지점은 크게 2가지로, 하나는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에서 '마을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이라는 것이 '만들기가 가능한 물리적 실체'인가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자. 우리나라의 인구이동률은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기준으로 16%에 이른다. 서울은 그보다 심해서 17~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서울시민 100명 중 20명이 한해동안 살던 곳을 옮긴다는 말이다. 이런 특징은 마을만들기가 비교적 잘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이동률이 2~4%인 것과 비교하면 극단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 마을은 사실 이동할 수 밖에 없는 20%의 시민들을 배제하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집값이나 직장 때문에 서울을 떠나거나 서울로 옮겨오는 노동자 서민계층이다. 솔직히 박원순 시장의 마을만들기 사업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을 존중하더라도 결국은 "집 있는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아닌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맥락은 여기에 있다. 덧붙여 서울시는 일중독 도시다. 즉, 서울시민의 대다수는 마을을 위해 자신이 투자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사회적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기 활성화된 주민조직의 재강화가 마을만들기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면 이런 조건들을 개선할 수 있는 보완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로 서울시는 상향식의 의사결정을 따른다고 강조하지만, 그동안 서울시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마을만들기 사업의 흐름을 보건데 이는 말뿐일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업을 하기 위해 마을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사례까지 있는 지경이다. 그러다보니 말이 마을만들기 사업이지, 마을은 보이지도 않고 사업만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초기에는 지원기관이나 시민단체는 순수한 주민들에 의한 공동체사업을 지원하는 역할로 한정하고, 구 단위까지 조직을 확대하기 보다는 서울시 차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앞 간담회 회의자료.) 하지만 다음 장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로는 하향식 사업으로 편성되었다.


성미산 모델의 내용 (마을지원센터 준비단, 서울, 마을, 마을공동체, 201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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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위의 성미산 모델의 경우에는 극히 예외적인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성미산 모델이 하나의 예시적 사례로 채택되자 마자 성미산 모델의 프로그램이 그대로 마을만들기의 세부사업에 포함된다.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세부시책을 보면, 지역의 특징보다는 매뉴얼화 된 단위사업들이 동네마다 들어서는 것이 과연 마을만들기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간 마을 없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우후죽순 생기는 꼴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런 면에서 전면적이 사업 실시보다는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가를 한 다음 순차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종합지원센터'와 같은 기관이 만들어지면 사실상 찍어내기식 마을만들기 사업이 봇물처럼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시 지원조직과 별도로 구단위의 지원조직을 구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동일한 사업을 관리하는 중복적인 지원기구의 존재는 사실상 이런 우려를 더욱 짙게 만든다. (마을공동체 풀뿌리 TFT, 「반가운 이웃, 함께 사는 마을, 살고 싶은 서울」, PPT 자료. 2011. 물론 5월 2일 서울시 발표에서는 구단위 지원조직에 대한 구상이 빠져있다. 하지만 일부 자치구에서는 별도 센터 구상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2. 관점세우기: 사업평가


이하의 평가는 35개 사업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와 작년 12월부터 진행된 서울시 내부 논의 회의록 및 공청회, 토론회 자료 등에 근거한다. 서울시가 발표한 모든 마을만들기 사업은 서울시에서 개별사업 입안, 자치구를 통한 신청, 이를 바탕으로 시범사업 등 선정이라는 사전 단계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후에 지역 주체를 발굴하고, 이들이 지원센터에 접수하는 방식이다. 


사업추진 체계도 (서울시, 마을공동체 회복 추진계획, 2012.5.2.)


시구매칭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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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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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울시에서 제공한 추진체계도를 보면, 앞의 단계가 다 누락되어 있다. 즉, 그림만 놓고 보면 주민이 ‘어떤 사업이든’ 지원신청을 하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미 35개 사업분야로 나눠진 사업내에서만 응모사업에 대한 공모라는 방식으로만 접근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형식적으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관주도형(혹은 관을 활용한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더군다나, 초기에 논의되었던 사업비의 교부방식, 즉 관에 의한 직접 지원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이 훼손되었다. 결국, 사업의 관주도 관리가 불가피한 추진체계다. 

구체적으로 개별 사업들을 살펴보면, 이런 특징들이 확인된다. 우선, 마을공동체 기초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기초조사는 시정개발연구원에서 8월까지 자치구의 인적 물적 자원을 조사하고 자원관리 맵핑을 실시한다. 기본계획은 5월말에 지역 시민단체 설문조사(204단체) 실시했고, 이와 별도로 종합지원센터 조직 구성 및 기능 역할 정립의 내용을 담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결국 중간지원조직인 ‘종합지원센터 조직구성’에 논의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마을만들기 개념에 대해서도 혼란을 보인다. 실제로 마을기업분과회의의 회의록을 보면, 회의 참가자들이 끊임없이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의 차이점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초기에는 마을공동체에 기반한 마을기업이라는 형태로 정리된다(1차 분과회의록). 마을기업의 상은 ‘협동조합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협동조합 원리에 입각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2차 회의에서 ‘사회적 경제라는 큰 틀 안에서 마을공동체기업’이라는 것으로 정리되고, 중간지원조직 내에 사회적 경제개발센터 유형의 기구를 설치하는 것으로 말해진다. 그러면서, 마을공동체 내의 순환적 경제체제를 전제로 하는 기업형태가 마을기업이며, 사회적 기업은 소셜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정리한다. 그런데 여기에 행안부에서 하고 있는 마을기업이 있다. 그러면서 이 둘의 차이점을 공동체의 가치실현 여부와 지역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정리된다(3차회의). 재미있는 것은 이후 자문회의의 대부분이 마을기업에 대한 지원조직을 어디로 할 것인가라는 논의로 급속하게 휩쓸려 간다는 사실이다. (아래 그림은 부서에서 보고한 최종 지원체계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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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도시농업사업의 경우에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추진되던 사업이 대다수 포함되었다. 이를테면, 갈현도시농업공원 사업의 경우에는 2012년 5월 9일자 행정2부시장의 방침으로 기존의 남산르네상스 사업이 조정됨에 따라 6월 이후에 1단계 사업부지에 대한 분양을 완료하고 토지보상을 통해 내년부터 2단계 사업부지로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기 추진되던 사업이다. 도서관시민거버넌스 논의는 구 서울시청 건물에 조성될 대표도서관의 기능과 위상에 대한 논의에 집중되고 있는 사업으로 사실상 마을만들기와 관련성이 없다.

기존에 해왔던 사업이 그대로 마을사업으로 반영된 경우를 보면, 동네뒷산공원 조성사업은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의 유휴공간활용이라는 차원에서 2007년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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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동네숲가꾸기 사업의 경우에는 자치구별 2개소 이내로 제출받아 장소를 선정하고 독자적으로 나무심고 가꾸기를 할 수 있는 단체를 선정하여 숲가꾸기 주체를 발굴하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데 이미 주관 단체로 그린트러스트가 선정되어 있는 경우다. 

다음으로 문화예술문화 사업을 보면, 동네예술창작소의 경우 “생활기반을 공동으로 하는 지역 공동체가 동네예술창작소를 중심으로 문화예술활동에 관심 있는 주민과 함께 예술체험과 창작활동을 통해 문화생산 주체로 참여하여 문화향유 기회 제공 및 공동체 복원에 기여하는 사업”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이런 목적이 기존의 동사무소 프로그램이나 동아리 지원사업과 뭐가 다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추진프로세스를 보면, 해당 사업이 필요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유휴공간이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공간’위주의 사업 추진방식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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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각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예술가의 존재여부이다. 그런데 이 사업도 지역 풀뿌리 지역단체가 지원센터를 통해서 코디네이터하는 수준으로 사업의 프로세스가 입안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에 불과한 지원센터가 아예 없는 지역예술활동가를 대체할 수도 있는 집행기구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세부적으로 현재 시범사업지로 고려되는 곳이 도봉, 금천, 강동, 송파, 마포인데, 이들 지역에는 이미 기존의 창작공간이 있는 곳도 있어 사실상 자원의 집중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할 수도 있다. 마을만들기가 선택과 집중의 프로세스가 아니라면, 이와 같은 사업방식은 사실상 ‘성과 위주’의 사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우리마을 미디어 문화교실은 마을 주민대상 방송물 등 제작유통 및 문화교육 운영을 목적으로 시행된다. 평가는 연말 콘테스트를 통해서 진행되고 전체 사업비는 5억원이다. 흥미로운 것은 특히 미디어 사업의 분야에는 중복이 많다는 의견이 민간 주도의 준비단에서 제기되지만 행정부서에서 각지 다른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2012년 2월 20일, 실무회의 회의록.) 특히 미디어 문화교실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기본계획이나 중간지원조직도 없이 개별 위탁방식으로 추진되는데도 마을만들기 전체사업에 포함되어 있다. 

부모커뮤니티 사업의 경우, 조사용역을 사단법인 마을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수의계약방식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공모 심사하여 8월부터 지원예정이다. 자치구에 심사위원회를 두고 서울시가 최종심사를 하는 과정을 거친다. 해당 세부 내용으로는 사업내용은 부모커뮤니티, 공동돌봄센터, 청소년 휴까페인데, 사례의 예시가 삼각산 재미난 마을, 시소와 그네, 성대골 도서관이다. 문제는 2월 8일 진행된 전문가회의를 보면, 다들 해당 사업의 목적에 대해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사교육에 반하는 공교육 강화 지원으로 이해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부모교육으로, 마을 쪽에서는 40대 여성의 주체적 활동 지원이라는 맥락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면서도 일단은 기초조사와 의제발굴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결국 부모커뮤니티는 ‘부모’라는 대상들이 모이는 집단으로 이해된 셈이다. (그렇다면, 40대 아이를 둔 여성은 부모커뮤니티의 일원에다 마을기업의 종사자일 수 있고, 미디어 교육을 받는 학생에, 지역 자원의 역량을 키우는 활동가이기도 한 문제가 발생된다. 즉, 중복되는 주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사업중심으로 생각하다보니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

또한 해당 사업들의 내용에는 동아리회, 공부방 운영에 대한 지원이나 육아공동체 운영 지원,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 등 기존의 사업영역에서 진행되던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부모커뮤니티라는 매개를 통해서 재편성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동네북까페 사업의 경우에는 요건 규정이 과도하다. 위치적 조건으로 도보 15분 이내에 장서서 5,000권 내외여야 하고 최소면적으로 40평 수준에 사서 인력이 1인 이상이라는 조건에 충족할 수 있는 동네 작은도서관이 존재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에 지원을 받던 교회 등 단체 운영 도서관이 동네 북까페 사업도 독점적으로 운영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아파트마을공동체 사업은 이 사업은 2011년부터 시행된 사업으로 현재 배치된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구성분포를 보면, 친환경 주제가 1/3을 차지하는데 세부 내용은 대부분이 텃밭이나 정원가꾸기로 집중되어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에서 활동단지는 85개에 프로그램 수는 383개, 횟수는 1,833번, 연인원은 6만2천여명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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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동네공원 조성사업은 올해 시범사업 2개소, 13년도 13개소, 14년도 13개소 조성예정인데, 올해 시범사업은 2개소에 350제곱미터, 즉 100평 규모다. 조성비용이 22억원으로 과도하며 사업지 지정에 따른 자문회의 등도 진행되지 않고 자치구 신청 만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개별사업들의 추진현황을 보면, 확실한 사업미션에 따라 수미일관하게 편성되었다기 보다는 급조된 사업의 혐의가 짙다. 특히 기존 사업과의 중복도 보인다. 실제로 마을만들기 사업 보고회 전에서 개최된 실무회의의 회의록을 보면, (2012년 2월 20일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14시에 개최되었음. 각 실국별 담당자와 마을공동체TFT가 참여하여 분과별 토론이 진행되었음.) 실제로 담당 공무원의 목소리로 앞에 ‘마을’만 붙이면 다 마을사업이 되고 있다고 토로하는 내용이 나올 정도다. 

패러다임의 변화 (서울마을공동체준비팀, 마을공동체 지원, 마을행정의 새로운 시각, 2012. 2. 공무원 설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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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프로세스는 당초 마을만들기 프로세스, 특히 대안적인 프로세스에 대한 그림이다. 현재 설계되어 있는 마을만들기 단위 사업들이 기존의 왼쪽 프로세스가 아니라 새로운 오른쪽 프로세스로 진행될 수 있을까. 솔직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왼쪽 프로세스가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다. 

4. [중간] 서울시민의 현 주소: 서울이라는 사회엔 누가 살고 있나?

현재 서울시는 마을공동체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대부분 지역의 자원 조사에 치중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지역 단체는 몇 개고, 활동의 내용은 어떻고 참가자 구성이 어떻게 되고 주민자치위원회의 활동 현황이 어떻고 등이다. 하지만 마을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사람이라고 한다면, 우선 사람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우선 ‘노동’하는 서울‘시민’의 관점에서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서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도시이며, 절대적으로 여가시간이 부족한 도시이다. 특히 하루 24시간 중 여가에 사용하는 시간은 4시간 남짓인데 이 중에서도 교제활동이나 여가활동에 투자되는 시간은 1시간을 약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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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이 조사한 2010년 결과에 따르면, 서울지역 노동자들이 하루에 개인활동을 위해 쓰는 시간은 2시간 미만이 50%를 넘고 3시간 미만이 7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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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현재 하루 중 직장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의 비율이 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하루 중 23%만 개인생활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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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서울시는 점점 인구가 줄어드는 곳인데, 이는 출산률 저하와 같은 인구학적 특징에 비롯되기 보다는 집값 폭등, 직장 이동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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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징을 보면, 기존의 ‘정주’ 중심의 마을만들기가 기본적으로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수의 시민을 배제하는 사업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즉, 실제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아가는 대다수 시민들의 삶과 현재 추진되는 마을만들기 사업 간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이 없다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형성되는 마을은 그야말로 특정한 계층을 위한 한정적 사업이 되고 말 공산이 크다. 

5. ‘마을만들기’, 갱신과 확장을 위한 ‘버전 업’이 필요하다

질문으로 마지막 장을 시작하자. 마을만들기의 제자리를 찾기를 위한 질문 세가지은 이렇다. 

① 마을만들기의 주체는 주민인가?

② “공동체에 더 많은 권력을 주어야 하고, 주민들이 자신의 공동체서 더 활동적인 역할을 하도록 북돋아져야 하며,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의 권한이 커져야 한다. 또한 상호협력, 자선, 사회적 기업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라는 주장과 마을만들기의 이념이 같은가?

③ 공공행정의 역할은 작으면 작을수록 좋은가?

이제 각각의 질문들을 살펴보자. 우선 첫 번째, 주민은 일정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근대국가에서 주체는 시민이다. 시민은 주민의 특징에 공무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 자를 의미한다. 즉 공적인 일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다. 마을이 기존의 사회구조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독립적인 영역을 지향한다면, 이는 서울시민의 시민성을 박탈하는 것일 수 있다. 즉, 마을만들기가 시민의 역량강화를 지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민의 역량강화를 위한 것인지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질문 중 두 번째의 지문은 영국 보수당의 ‘큰사회론Big society’이 내걸고 있는 가치다. 즉, 변화된 보수의 가치다. 이런 입장은 보수적인 입장이 강한 네덜란드 기민당의 기본적인 이념과도 닿아있다. 핵심은 작은 정부론이다. 즉, 주민 스스로의 자조능력을 강화함으로서 기존에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던 사회서비스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큰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큰사회론에 대해 이미 있던 자체적인 사업들이 오히려 자율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 크게는 큰사회론이 사실상 복지국가론의 반대말로 이해되는 실정이다. 박원순의 마을만들기는 이런 태도에서 자유로운가

이 질문은 세 번째와 닿아 있다. 마을만들기가 공공행정의 개혁이 아니라 공공행정으로부터의 이탈 혹은 독립을 의미한다면, 공공행정은 불필요해지는가. 더구나 마을에서 배제되는 사람의 문제, 그리고 주민에게 요구되는 과도한 자발성이 타당한가. 즉 공공행정이 해야되는 공공서비스를 공동체가 수행한다고 했을 때 그것의 책임과 권리가 어떻게 발생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결국엔 권리의 박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를 문화정책적 관점에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지방 정부의 문화정책은 크게 문화향유와 창작지원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런데 마을만들기에 들어간 문화예술분야 사업은 이 양자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넓게 보면 양자를 모호하게 결합하고 있고, 정확하게 보면 양자에서 약간씩 이탈해 있는 듯 보인다. 다시 말해서 문화‘정책’이라 부를 수 없는 문화사업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즉 정책이 수반하는 문화행정의 양태를 변경시키기 보다는 기존의 문화행정에 추가적인 사업이 반영될 뿐이다. 그런데 그것 역시 실행 주체가 행정이 아니다 보니 직접적인 책임성에서 벗어나 있다. 집행에 따른 책임성이 없는 것을 정책으로 부르기 어렵다. 그것은 그저 사업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에서의 마을만들기 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마을만들기의 기본단위를 정확하게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즉, 마을 만들기가 지역 커뮤니티를 재-형성한다고 할 때 그 방식이 거기서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존에 활성화된 지역 공동체는 그것 자체로 중요한 커뮤니티 자산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모델로서 접근되어서는 안된다. 지역의 특수성, 특히 거주자로 파악해서는 잡히지 않는 ‘장기 체류자’에 대한 관점이 필요하다.

예시적으로 보면, 강남과 종로, 중구 지역은 대부분 직장인들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이 곳의 커뮤니티를 거주자 중심으로 만든다면, 사실상 그 공간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점유하는 직장인들을 배제하는 효과를 낳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공간에서 공동체의 기본 단위로 직장인을 상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점심조합’과 같은 형태의 직장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일과 연관되지 않는 지역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사실상 기존의 생활양식에 또 하나의 ‘일’이 부가되는 형태일 수 있다. 그것은 일에 중독된 삶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일에서 일상으로 빠져나오기 위한 일종의 중간단계로서 고려될 수 있다.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서울시민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노동을 뺀 지역 공동체가 과연 유의미한 공동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지금 현 단계에서 묻고 싶은 핵심적인 화두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어느 사업보다 첫 번째 단추가 중요하다. 특히 예시적 사례가 아주 강력한 경로의존성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초반에 개별 사업들의 편성이 잘 되지 않으면 관습적인 행정절차를 따를 수 밖에 없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노동하는 서울시민의 현재에 주목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마을만들기가 구체적인 서울시민의 삶과 이반된 가상의 주민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사업이 아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정주성을 주된 가치로 놓고 형성되는 주민들의 공동체는 사실상 이중 삼중의 배제를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제대로 된 마을만들기를 하고자 한다면, 좀 더 서울시민들의 일상을 좌우하는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해 관심을 기울 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을만들기 사업 제안의 초기에 보였던 행정의 변화를 추동해내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결국 마을은, 행정의 변화와 서울시민의 사회적 조건을 개선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마을만들기는 사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주민을 시민으로 재-강화시키는 수단이어야 하고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거나 최소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시민주도형 행정의 예시적 차원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마을 그 자체는 공공영역의 축소와 집단화된 사적영역의 연합체로서 서울을 상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서울을 위한 길인지도 의심스럽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당장, 마을만들기 자체가 목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공동체라는 용어가 사회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약간은 추상적인 제안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물론 공동체와 사회를 대립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하나의 주장을 이끌기 위한 조건이다. 이를테면 공동체와 사회를 대립적으로 비교했던 퇴니스의 논지를 끌어와 보자.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라는 글에서 그는 전통적인 공동체와는 다른 근대의 ‘사회’를 이렇게 설명한다. 

“게젤샤프트의 기본적인 사실은 그것을 만약 서로 다르고, 서로 공통적인 게 전혀 없고, 본질적으로 대립적이며 심지어 적대적으로 서로를 대하는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가장 순수한 형태로 표출되는 교환 행동이다.”

기본적으로 대도시 서울은 균일함보다는 복잡함이, 평평함보다는 울퉁불퉁함이, 침묵보다는 시끌벅적함이 기본이다. 그래서 마을만들기는 공동체가 아니라 사회를 끌어안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서울의 마을이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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