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고급 맨션에서 마약의 슬램으로.
1960년대 침사추이의 모습. ‘ㄷ’자로 보이는 페닌쉴라 호텔 옆 깨끗하고 단정한 건물들 중 하나가 청킹맨션입니다.
구룡 반도의 금싸라기 땅, 침사주이에 처음 청킹맨션이 들어선 1961년, 이곳은 홍콩 최고의 부호들이 사는 고급 맨션과 쇼핑가로 이루어진 최고급 주상복합 건물이었습니다. 입주인의 대부분이었던 중국 부호와 영국계 홍콩인들이 홍콩 경제가 나빠지자 하나 둘씩 미국이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고, 점차 빈집이 많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의 싸구려 여인숙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서 온 배낭여행객들과 불법체류자들을 불러들이게 되었고 한밤중에도 인적이 끊이지 않는 이 건물은 현재에는 범법자들의 은신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휴대폰 사용량 중 20%가 이 곳 '네이던 로드 #36-44 입구'를 지나간다고 합니다. 삶의 질이 가장 낮은 하층민들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현장이라고 불리워지며 2500명의 피난민들이 모여 사는 세계 재난의 집약적 모델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몇년 전부터 각층마다 CCTV가 설치되어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1994
1997년은 홍콩 반환의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1990년대 홍콩 사람들은 혼돈과 불안 속에서 97년을 카운트다운합니다. 왕가위 감독에 94년에 만든 홍콩인들의 불안함을 담은 영화, 중경삼림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게 됩니다.
영화 속 임청하가 묵었던 청킹 맨션의 싸구려 여인숙.
마약 운반을 맡았던 인도인 커뮤니티. 실제로 이곳 청킹맨션의 가장 많은 인종은 인도인과 파키스탄인이라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5월 1일이라는 유통기한이 적힌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으며 불안해하고 초조해 합니다. 청킹맨션은 당시의 혼돈스러운홍콩의 모습을 보여주듯 심리적으로 불안해 하는 주인공이 생활하는 영화의 배경이 됩니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모았던 5월 1일의 유통기한이 적힌 파인애플 통조림.
다가오는 5월 1일의 카운트 다운을 보여주는 시계. 시계가 5월 1일이 되는 12시 00분 00초를 지나갑니다.
낙후된 유스호스텔, 그 이상의 특별함.
청킹맨션에는 단순 범법자들 이외에도 국제사회의 해결하지 못한 분쟁들, 아픔을 가진 마이너리티 구성원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유항 홍콩에는 약 천 여명의 사람들이 정치보호를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청자들은 대부분 네팔, 미얀마, 리베리아, 카메룬인 들입니다.
2007년 타임지는 청킹맨션을 “아시아에서 가장 세계화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예”로 선정하였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인종들이 한 건물에 모여 살며 평화롭게 공존하고 민족들끼리 평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현재 청킹맨션에는 120개 국가 인종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청킹맨션 내 가장 높은 인구 비중인 인도인, 파키스탄 인들. 청킹맨션의 소유주 또한 대부분이 이들 국적이라고 합니다.
청킹맨션은 흉물입니다. 그곳을 지나가는 여행객들은 두 번 다시 그 앞을 지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영화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청킹맨션은 금성무와 임청하의 로맨스를 떠올리게 되는 ‘사랑의 콘텐츠’이고 세계인의 낭만을 자극하는 관광지 임도 분명합니다. 청킹맨션은 누가 설계하였는지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도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디자인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지은 건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사람이 살고, 또 특별한 콘텐츠로 개발되어 그 안 어딘가에서 사랑이 시작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건물의 노후가 심해져 철거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다행히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청킹맨션으로 통하는 입구 중 하나. 좁은 골목길 가득 잡지와 잡스러운 것을 파는 가판대가 있습니다.
It’s Hong Kong.
2000년대 청킹맨션은 홍콩 디자인의 모티브가 됩니다. 유럽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홍콩의 디자이너들은 홍콩 안에서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홍콩의 대표 브랜드, G.O.D는 중국 대륙과 차별화된 홍콩의 서민문화를 디자인 속으로 끌어들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창문들이 보기만해도 갑갑한 허름한 건물이 인쇄된 속옷과 커튼, 쿠션은 G.O.D의 인기상품으로 세련되게 탄생 되었습니다.
홍콩의 소품 브랜드 G.O.D 매장.
도중에 과정이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저런 (표현하기가 좀 망설여지지만) '사회 속의 마이너리티 구성원'들이 모인 건축물들이나 지역들이 꽤 있을 것 같아요.
얼마전에 가난뱅이의 역습에서 읽은 내용인데, 독일에는 비어서 철거예정인 빌딩에 그런 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정말 별스럽게 사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나저나 마지막에 바구니등이 찍고 보니 참 예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