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왜 '조선학교'만 제외?
전은옥 (malgeul) 기자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국내에서 '무상급식제' 도입을 둘러싸고 모처럼 생산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정부가 이미 법적으로 채택한 '고교 무상화'를 둘러싸고 새로운 차별과 배제의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어 논란이다.

 

총선 당시 '정권교체'를 외치며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교 무상화에는 공립고등학교 수업료 전면 무료, 사립고교의 경우도 연간 12만~24만 엔을 보조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올해 예산안에는 고교무상화를 위한 예산으로 3933억 엔이 계상되어 있다. 본래 이 예산은 고교무상화 대상에 일반적인 일본 고교뿐 아니라 조선학교나 인터내셔널 스쿨 등 외국인 학교도 포함한 규모다.

 

그러나 국회의 법안 심의를 앞둔 올해 2월 나카이 히로시 국가공안위원장(북한 납치문제담당상)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등을 문제 삼아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가와바타 다츠오 문부과학상에게 요청하며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납치 문제의 진전도 없고 북한이 유엔 결의에 의해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2월 25일 NHK 뉴스 및 26일자 홋카이도 신문 등 보도에서 드러났듯이 하토야마 총리마저 "하나의 안이다. 그런 방향으로 될 것 같다. 조선학교에서 뭘 가르치고 있는지 지도내용을 알 수가 없다"고 말해 사실상 나카이 납치문제 담당상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가와바타 문부과학상은 고교수업료 무상화 대상으로 조선학교를 포함할지에 대해서 1월 29일 "지원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부처령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애매한 태도를 보이다가, 2월 23일에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판단재료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내 조선학교를 둘러싼 뜨거운 정치적 공방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터넷상에서도 '라이브 도어 뉴스' 등이 누리꾼 상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선학교 배제 반대가 70%, 찬성은 30%였다. 또 비슷한 중복성 설문조사로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에 찬성합니까?"라는 질문에 세 가지 선택지를 두고 "①찬성: 반일 교육을 하더라도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 ②반대1: 반일교육을 하는 곳에 세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③ 반대2: 고교무상화 자체에 반대한다" 등의 항목을 설정하였는데 역시 찬성이 55.6%, 반일교육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답변은 26.3%였다.

 

그러나 같은 질문에 대해서 고교무상화와 조선학교에 대한 배경 설명에 의도적이며 편향성 짙은 내용을 집어넣고, 질문에 대한 선택항목의 문구 역시 교묘하게 바꾼 새 앙케이트에서는 "어째서 외국인에게 수업료를 지원하느냐"고 하는 답변도 16.6%가 도출돼 외국인에 대한 일본사회의 '배제주의'가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했다고 볼 수 있는 설문조사 배경을 설명하는 문구에서 동 인터넷 뉴스 사이트는 "재일조선인에게 민족교육을 실시하는 '각종 학교'인 조선학교에 대해서 북한이 반 세기 이상에 걸쳐 총 460억 엔의 자금을 제공해왔으며, 작년에도 약 2억 엔의 교육원조금을 송금하고 있었다는 것이 (2월) 10일 밝혀졌다. 조선학교는 북한의 정치적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면서 "고교무상화 대상에 조선학교도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한가?"라고 묻고 있다.  

 

이에 대한 응답자의 49.1%만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30.9%로 증가했다. 위에서 말한대로 16.6%는 외국인에게 국민 세금을 들여 교육지원을 하는 것 자체에 불만을 제기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조선학교 배제 검토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외국인학교· 민족학교의 제도적 보장을 실현하는 네트워크(대표 다나카 히로시)'는 "납치문제와 이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자이니치 3~4세 아이들의 학습권을 '인질'로 하는 것은 부당하며 일본 정부에 의한 재일코리안 차별이며 괴롭히기다"라며, "모든 민족의 아이들에게 교육을 보장해야 하며, 조선학교만을 무상화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이어 "조선학교는 일본의 식민지배 하에서 민족의 언어를 빼앗긴 재일조선·한국인들이 아이들에게 일본 학교에서는 보장되지 않는 민족의 언어와 문학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며 극빈의 생활에서 자력으로 세운 것이다. 조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조선족뿐 아니라 한국적, 일본적의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겨레신문의 3월 1일자 보도에서도 신길웅 조선중고교학교장은 "도쿄 전체 조선학교 학생 2000여 명 중 학생의 조선적은 95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한국적 900명, 나머지 일본적 100여 명 등 다양한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 신문>도 2월 24일자 사설에서 납치문제와 재일조선·한국인 자녀의 교육문제는 동관련이 없다면서, "(조선학교의) 대부분의 수업은 조선어로 진행되지만 조선사 과목 이외에는 일본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북한 체제를 지지하지 않지만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소중히 한다는 이유로 자녀를 보내는 가정도 늘고 있다"라고 쓴 뒤, "한때 모든 학교의 교실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지만 부모들의 희망에 따라 초중등 과정의 교실에는 초상화가 걸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 흐름은 앞으로도 강해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연 40만엔 정도의 수업료에다 기부금에 대한 의존이나 가정의 부담이 크다. 고교 무상화는 모든 고교생이 안심하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정책이다.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말할 필요도 없이 일본사회의 일원이다"라고 조선학교만을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함을 설파했다.

 

일본은 이미 학교교육법 제1조에 해당하는 학교에는 아동 일인당 연간 23~26만 엔의 공적 비용을 조상하면서 '각종 학교'에 해당하는 조선학교에는 국비를 일절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 차별정책을 수정하지 않은 채 새로운 차별을 더 보태는 것이 최근의 고교무상화 지원대상에서 조선학교 배제를 검토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각종 학교'란 일본의 학교 교육법(1947년 제정) 제134조에 근거해,'학교 교육법의 제1조에 규정되는 학교(제1조교)' 이외의 '학교 교육에 준하는 교육을 실시하며 소정의 요건을 채우는 교육 시설을 가리킨다. 간호학교, 신학교, 자동차 학교, 국제학교(조선학교도 여기에 포함), 요리학교, 패션스쿨, 외국어 학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나가사키 재일조선인을 지키는 모임'(대표 다카자네 야스노리)도 4일 성명서를 통해 "조선학교는 교육 커리큘럼 및 지도내용을 공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도 조선고급학교 졸업생의 수험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아직 조선학교를 제외한다고 공표한 것이 아니라 '검토 중'이며 사태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예측불허이나 "검토 자체에 놀라움과 분노를 느낀다. 즉각 재검토를 중지하고 본래 계획대로 조선고급학교도 무상화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취임 후 첫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주당의 새 정부는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갖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한 회담에서도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회에서 처음으로 행한 소신 표명 연설에서는 "정치는 약자의 입장과 소수자의 시점이 존중돼야 한다"며 '우애 정치'를 펼치겠다고도 말했다.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 무상화 지원 대상 제외 검토를 둘러싸고, 앞으로 하토야먀 총리와 민주당이 어떤 행보를 보이는가에 따라, 또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에 따라 그의 말에 진정성이 있는지 그리고 새 정부가 말하는 '사회적 약자의 시점'은 무엇이고,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가 무엇인지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2010.03.06 17:20ⓒ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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