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 고은
땅끝에 왔습니다.
살아온 날들도 함께 왔습니다.
저녁 파도 소리에 동백꽃 집니다.
애린 - 김지하
땅 끝에 서서
더는 갈 곳이 없는 땅 끝에 서서
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
새 되어 날아가거나
고기되어 숨거나...
혼자 서서 부르는,
불러
내 속에서 차츰 크게 열리어
저 바다만큼
저 하늘만큼 열리다
이내 작은 한덩이 검은 돌에 빛나는
한오리 햇빛
애린
나
남도행 - 고정희
칠월 백중날 고향집 떠올리며
그리운 해남으로 달려가는 길
어머니 무덤 아래 노을 보러 가는 길
태풍 셀마 엘릭스 버넌 윈이 지난 길
홍수가 휩쓸고 수마가 할퀸 길
삼천리 땅 끝, 적막한 물보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마음을 주다가
문득 두 손 모아 절하고 싶어라
호남평야 지나며 절하고 싶어라
벼포기 싱싱하게 흔들리는 거
논밭에 엎드린 아버지 힘줄 같아서
망초꽃 망연하게 피어 있는 거
고향 산천 서성이는 어머니 잔정 같아서
무등산 담백하게 솟아 있는 거
재두루미 겅중겅중 걸어가는 거
백양나무 눈부시게 반짝이는 거
오늘은 예삿일 같지 않아서
그림 같은 사과 들에 절하고 싶어라
무릎 꿇고 남도땅에 입맞추고 싶어라
사실 고정희 생가 근처에는 김남주 생가도 있는데
누군가 김남주의 시도 읽으려나? 산이는 좋아할 것 같기도.
하자에선 고정희를 많이 읽었지만
실은 김남주 시인도 아주 많이 읽혔네. 그의 시들은 소위 '민중가요'로 많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그 중 하나.
해남 내려갈 때 시집 몇 권 가져가자.
그의 <노래>라는, 아주 처연한 멜로디가 덧붙여졌던 시.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웃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靑松綠竹)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