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 고은

땅끝에 왔습니다.
살아온 날들도 함께 왔습니다.
저녁 파도 소리에 동백꽃 집니다.


애린 - 김지하

땅 끝에 서서
더는 갈 곳이 없는 땅 끝에 서서
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
새 되어 날아가거나
고기되어 숨거나...
혼자 서서 부르는,
불러
내 속에서 차츰 크게 열리어
저 바다만큼
저 하늘만큼 열리다
이내 작은 한덩이 검은 돌에 빛나는
한오리 햇빛
애린



남도행 - 고정희

칠월 백중날 고향집 떠올리며
그리운 해남으로 달려가는 길
어머니 무덤 아래 노을 보러 가는 길
태풍 셀마 엘릭스 버넌 윈이 지난 길
홍수가 휩쓸고 수마가 할퀸 길

삼천리 땅 끝, 적막한 물보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마음을 주다가
문득 두 손 모아 절하고 싶어라
호남평야 지나며 절하고 싶어라

벼포기 싱싱하게 흔들리는 거
논밭에 엎드린 아버지 힘줄 같아서
망초꽃 망연하게 피어 있는 거

고향 산천 서성이는 어머니 잔정 같아서

무등산 담백하게 솟아 있는 거
재두루미 겅중겅중 걸어가는 거
백양나무 눈부시게 반짝이는 거
오늘은 예삿일 같지 않아서
그림 같은 사과 들에 절하고 싶어라
무릎 꿇고 남도땅에 입맞추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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